[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강원도에 올 때마다 한번씩 들르는 길이 있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이 그 길이다. 우리나라에 이만큼 호젓한 길이 있을까 싶다.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걸어도 좋고, 가족과 친구끼리 함께 걸어도 좋은 길이다.
요즘처럼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땀을 식혀줘서 좋고, 단풍의 계절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나뭇잎들이 붉은 빛 옷으로 갈아 입고 산들거려서 좋고, 겨울에는 사계절 푸른 전나무 위에 눈이 내려 앉아서 좋고, 이른 봄에는 연초록 잎의 새싹들이 움트는 그 기운이 좋다.
월장사 일주문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오대산 월정사가 시작되는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숲길로 광릉 국립수목원의 전나무숲, 변산반도 내소사의 전나무숲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곳이다. 평균 수령 83년, 최고 수령 370년의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천년의 숲'을 이루고 있다. 하늘 높이 뻗은 숲길은 천년고찰 월정사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사시사철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이 숲길을 걸기 위해 불교신자가 아니지만 일부러 월정사를 찾는 여행자도 많다고 한다. 피톤치드 향이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숲길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해발 700미터에 위치해 있어 타 지역보다 기온이 2~3도 낮아 특히 여름에 이만한 피서지가 없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의 우수한 특징은 사람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해발 700미터에 위치해 있고, 전나무숲 옆에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오대천이 흐르며, 원적외선을 함유한 황톳길로 맨발 체험이 가능하며, 울창한 전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로 삼림욕하기 좋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숲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전나무숲길 오대천 건너편에는 데크길이 만들어져 있다.
지난 5월 사찰에 들어갈 때 내는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되어 주차비만 내고 들어가면 된다. 주차비는 차종에 따라 3천원~5천원이다. 일반적으로 월정사 금강교 부근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월정사를 들렀다가 전나무숲길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주차장이 협소해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아 일주문 부근에 주차를 하고 전나무숲길을 걸어 올라가 월정사를 보고 난 후 오대천 반대편 데크길로 걸어내려오는 걸 추천한다. 편도 1km 정도의 길이라 넉넉잡고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전나무숲길은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눈 내린 전나무 숲에서 도깨비(공유 분)와 도깨비 신부(김고은 분)가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숲길의 시작은 약 1,000년 전 월정사 앞에 심은 전나무 아홉 그루였다고 전해진다. 전나무는 예로부터 절 주위에 흔히 심은 나무였는데, 곧고 빠르게 자라는 데다 방화(여기서의 방화가 불을 막아주는 것인지 아니면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전나무는 상처가 나면 젖(우유)이 나온다고 해서 '젖나무'로 불리다 전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팔각 구층석탑은 공사중이라 볼 수 없었다.
숲길 끝에 자리한 월정사는 삼국시대 신라의 승려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1400년 역사의 유서 깊은 고찰로 알려져 있다. 울창한 산을 배경에 둔 산사는 평창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 등 다수의 국보와 보물을 지녔다. 이번에 갔을 때는 팔각 구층석탑이 상판 보수공사 중이라서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전나무숲길 옆으로 흐르는 오대천. 일급수종인 열목어가 산다.
오대산 전나무숲길 옆으로는 오대천이 흐른다. 국내에 몇 안 되는 1급수에서만 산다는 열목어가 사는 곳이다. 또한 수달과 노랑무늬붓꽃 등 340여종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다람쥐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이 길은 지난 2008년 콘크리트 포장을 걷어내고 마사토와 황토가 배합된 흙길로 복원해 맨발 체험이 가능해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
숲길을 걷다 보면 나무에 매달아 놓은 글귀들을 보게 된다.
“걸어가는 동안 만나는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발견하고 체험한다.”
“그저 걸음을 즐기라
그저 걷는 것이다.”
수령 600년된 쓰러진 전나무
숲길 중간쯤엔 쓰러진 고목이 눈에 띈다. 2006년 10월 23일 쓰러질 당시 수령이 약 600년이 되었다는 할아버지 전나무로 불리는 나무인데 가운데 구멍이 뚫렸음에도 오랜 시간 묵묵히 버텼을 나무의 생애를 짐작케 한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맨발로 걷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발 씻는 곳
일주문부터 맨발로 걷는 이들을 위해 월정사 입구인 금강교가 가까워질 때쯤 오대천으로 졸졸졸 흐르는 조그만 계곡물을 볼 수 있다. 발을 씻는 곳이다. 벤치 앉아 발을 살짝 담구어 볼 수 있다. 바깥은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의 기온이었는데 발을 10초도 담그고 있지 못할 만큼 차가웠다. 숲길 트래킹을 마쳤는데 출출하다면 월정사로 들어오는 도로의 양 옆으로 수많은 식당들이 있는데 산채나물 비빔밥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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