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전까지 자동차는 단순히 인간의 다리를 대신해 더 먼 곳까지 이동시켜주는 수단에 불과했으며, 그 후로 차박 열풍이 불면서 자동차는 잠자리가 되기도 하는 등, 기존과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이동 수단에서 잠을 청하는 것으로, 자동차 자체의 공간적 정의, 즉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머물러야 한다는 장소임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자동차의 본질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오피스형 버스, 양산형 오피스 버스, 유니버스 모바일 오피스, 이하 모바일 오피스를 출시했다. 이 버스는 이름 그대로 버스 내부가 사무실처럼 만들어진 차량인데, 이 버스에서 현대자동차가 바라보는 자동차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이 버스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본 뒤, 최근 현대차가 보여주고 있는 자동차의 새로운 가능성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글 오대준 기자
이동형 사무 공간, 유니버스
가격은 5억 원대로 책정
버스 사업의 변화 이끌어간다
모바일 오피스는 현대 12월 19일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최초의 양산형 이동식 사무공간이다. 현대의 프리미엄 고속버스인 유니버스의 사무 공간화 모델인 모바일 오피스는 내부에 사무 공간과 휴식 공간을 구비, 개인 업무, 그룹 협업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으며, 원격 영상회의 시스템, 접이식 회의 테이블, 최고급 소파 시트 등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간으로 개조되었다. 또한 일부 고객들을 위해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된다고 한다.
모바일 오피스는 기본형 10인승 모델 5억 8,532만 원에서 시작하여 13인승 다인원 승차형 5억 5,685만 원, 13인승 업무 공간 확대형 모델이 5억 6,430만 원, 13인승 이동 및 협업형 모델이 5억 3,060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모바일 오피스를 통해 버스를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닌,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모빌리티 개념을 반영한 모델이라 설명했다. 또한 고속버스 특유의 넓은 공간에 다양한 편의 사항, 그리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더 하여 버스 사업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 ‘자동차를 업무 공간으로’
미래에는 진짜 거주 공간으로?
버스 공간이 업무를 위한 공간이 된다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이동형 병원, 헌혈소 등 버스를 개조하여 특수한 목적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선례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오피스는 특수한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일반 비즈니스 업무가 이루어질 수 있는 양산형 차량으로 개발된 차량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를 최근 트렌드였던 ‘디지털 노마드의 업무 및 사무 공간‘으로 잡았다. 즉, 기존에 이동과 운송을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이 아닌, 자동차가 제공하는 공간에 업무적인 목적을 부여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더욱 확산하여 모빌리티가 거주와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이것은 캠핑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캠핑카 역시 거주와 생활 공간을 제공하는 모델이지만, 결국 ‘캠핑’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기획, 혹은 개조된 차량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주소를 부여받고, 거주와 이동 수단을 하나로 통합한 ‘레지던스 모빌리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유현준 교수 ‘목적은 이동뿐 아니야.’
V2L은 공간 활용과 확장성의 수단
이러한 자동차의 공간적 정의의 변화에 대해 유튜버이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의 유현준 교수는 전기차의 핵심적인 기능 중 하나로, 차 주변 공간까지를 거주와 생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확장성을 꼽았다. 즉, 자동차가 집이나 방의 역할을 수행하며, 나아가 차 주변의 공간까지 사람과 연결함으로써 차와 집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기에 점점 고성능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된 인포테인먼트가 차량에 장착되면서, 원격으로 다양한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면, 굳이 고가의 집을 소유하기보다 자동차와 연계된 새로운 거주 형태 역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차가 자동차에 탑재하는 V2L은 언뜻 보기에는 외부 전선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차량 내 콘센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앞서 설명한 전기차의 외부 확장성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기능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캠핑하러 갔을 때 과거에는 외부 전선을 연결할 콘센트를 찾아서 연결하여 차로 가져와 난방 기구를 틀었다면, 이제는 차에 콘센트를 연결해 대부분의 전자제품을 작동시킴으로써 일시적으로 자동차를 정말 거주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꿈보다 해몽, 막 갖다 붙이는 걸까?
하지만 단발성이라기엔 너무 상세해
물론 이러한 발상이 우리가 전통적으로 유지해왔던 생활 방식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유현준 교수의 주장 역시 자동차가 집을 대신한 거주 공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아닌, 그저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의 탄생을 조심스럽게 예고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린 몇 년 전까지 전기차가 이렇게 상용화될지도, 그리고 내가 원할 때 충전할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가 확충될 것이라고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는 누구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가 이번 모바일 오피스, V2L과 여러 공식 석상에서의 언급 등을 통해 추상적으로라도 전달하고 있는 내용은, 현대자동차가 미래의 자동차를 단순히 모빌리티가 아니라 업무, 생활의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라 예상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현대차가 너무 먼 지평선을 보느라 당장 발목을 물고 있는 결함과 서비스 등의 일반적인 문제들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지워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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