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드림카는 어떤 것인지 한번 여쭤본다. 넓고 포스 넘치는 대형 세단? 혹은 스포츠카? 아니면, 호화로운 멋들어짐이 폭발하는 컨버터블? 음… 이런 꿈은 저마다 사연과 성향에 따라 너무도 구분점이 선명한 영역이긴 하다.
대략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도록 해보자. 과거 한국 GM에서 1년간 수입하여 판매했던 로드스터가 존재했다. 수많은 남성과 여성들에게 현실 드림카 1순위로 손꼽혔을 만큼 이 차의 생김새와 구조는 마치 콜벳을 축소시켜놓은듯한 아주 화려하고 공격적인 녀석이었다. 이 녀석이 한국 시장에 나타남으로써 드디어 대한민국에서도 제대로 된 로드스터를 만나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던 나름대로 의미 있는 모델이기도 한 그런 차 오늘 만나볼 차는 GM대우의 배지 엔지니어링 모델 G2X를 만나보도록 하겠다.
쉽게 말해 엠블럼 바꿔치기해서
판매했다
GM대우에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1년 동안 판매한 2인승 후륜구동 방식의 로드스터 G2X다. 이름의 유래는 Go 2 eXtreme으로 다소 오글거리는 네이밍 전략을 내세웠던 녀석이었다. 새턴사의 스카이를 수입하여 엠블럼을 한국GM이 디자인한 그것으로 교체한 후 판매가 이뤄졌었다.
L4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은 이 녀석은, 최대 출력 264마력, 최대 토크 36.0kg.m로 제법 고성능 스포츠카를 표방했었다. 0-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5.7초면 충분했다. 여기에 최고 속도는 227km/h로 당시 국산차 브랜드에서 나오는 스포츠 성격을 띤 녀석들 중 가장 빠른 녀석이었고, 가장 비싼 녀석이었다.
공차중량은 1,317kg으로 아반떼 XD를 기반으로 만들어 판매했던 경쟁 모델 투스카니가 1,368~1,372kg이었던 걸 생각하면 꽤나 경량화가 잘 된 그런 차였다.
전장은 4,092mm, 전폭 1,815mm, 전고 1,275mm, 휠베이스는 2,415mm였으며 역시나 스포츠 카답게 전륜과 후륜 동일하게 더블 위시본 방식의 현가장치를 장착했으며, 앞/뒤 V-디스크를 적용해 본격적인 달리기 머신임을 간단한 제원표로 짧게 이야길 해준다.
없어졌으니
모를 수도 있다
음…지금은 없어진 회사다. 과거 GM의 자회사 중 하나였고 1980년대 미국 자동차 업체는 소형차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스즈나 도요타 같은 차들을 자사 브랜드로 수입해 판매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GM의 회장 로저 스미스는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 몹시 맘에 들지 않았고, 제대로 된 미국제 소형차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해서 1982년 프로젝트명 새턴이 결성되고 1985년 회사가 탄생하게 되었다.
스미스 회장은, 새턴의 첫 차가 향후 가지게 될 특징들을 약속하며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새턴 브랜드의 첫 차 새턴 S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다. 이후 199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서 S 시리즈 하나만으로 연명하기 힘들어지면서 낙후되기 시작했고, 스미스 회장의 새턴 살리기는 GM에 소속된 브랜드들이 반발이 심했었다. 이유는 당연히 "우리는 지원 안 해줍니까?!"의 반발이었다.
결국 1990년 말부터 새턴 L 시리즈나 1세대 새턴 뷰, 아이온 같은 차들이 추가되면서 젊은 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요타의 사이언이 등장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마냥 나쁜 날만 있던 게 아닌 세턴은 이후 G2X의 기반인 새턴 스카이와 아우라를 시작으로, 오펠의 그것들을 사용하면서 판매를 하였다. 실제로 다시 살아날듯한 여지가 충분했었지만 2009년 GM의 파산으로 휘청이기 시작하면서 필요성이 낮은 자회사들을 하나둘씩 없애버렸고, 그중 하나가 새턴이었다.
콜벳과
유사한 프레임
차량의 구조는 마치 쉐보레 콜벳의 프레임을 축소시켜 놓은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배스터브 방식의 카파 플랫폼은 로드스터 전용으로 설계된 플랫폼이며, 루프 구조가 없는 로드스터의 특성상 센터 터널을 콜벳보다 높게 끌어올렸으며, 사이드 맴버마저 이를 보강해 주는 프레임을 덧대어 장착하는 등 비틀림 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차였다.
하이드로 포밍 공법을 이용하여 제작된 바디는 경량화에 큰 공을 세웠고, 덕분에 당시 나왔던 로드스터 중에서 사실상 최고 수준의 비틀림 강성을 자랑했다.
다만, 브랜드의 위치를 고려하여 비싸게 내놓을 순 없었기 때문에 프레임과 바디는 스틸로 제작했다. 그래도 하이드로 포밍 공법 덕분에, 가장 많이 비교되는 혼다의 S2000과 비슷한 무게를 달성해내는데 성공한다.
국내에선 수동변속기 대신 자동변속기만 수입되었던 탓에 S2000보다 80kg 가량 더 무거웠다.
훌륭한
서스펜션 셋팅
서스펜션은 설계부터 제대로 된 정통 로드스터를 만들자는 게 바로 티가 난다. 일단 빌스테인의 코일오버 서스펜션이 순정이다. 여기에 무게배분이 50:50에 가까운 51:49라는 멋진 수치를 자랑한다.
앞, 뒤 전부 동일한 더블위시본을 적용하였고, G2X 동호회에서는 구형 말리부의 하체 부품이 일부 호환되어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서스펜션의 셋팅 또한 탄탄한 셋팅이지만, 순정 얼라이먼트 값이 너무도 언더스티어 성향으로 설정되어 나온다. 이는 휠베이스가 짧은 특성으로 인해 오버스티어 셋팅으로 얼라이먼트값을 준다면,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운전하기에 너무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제조사에서 의도한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대부분의 G2X를 잘 아는 오너들은 하체를 한 번도 안 건드렸던 차량이라면 먼저 하는 일이 얼라이먼트 조정일 정도다.
칭찬 일색?
아니, 변속기 얘기 좀 해보자
전반적으로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오히려 요즘 나오는 차와 별반 차이점이 없을 정도거나 오히려 훌륭한 부분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 그러나, 스포츠카로써 최대의 단점인 부분이 바로 이 5단 아이신제 자동변속기다.
이미 이 당시 GM은 6단 변속기를 개발을 마치고 판매에 들어가는 시점이었다. 더욱이 이 변속기를 강력하게 밀고 나가면서 웬만한 메인 모델에는 다 적용시켜 판매 중이었다.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한국으로 출시한 것만 같은 느낌이 굉장히 강했었고, 심지어 이 아이신 5단 자동변속기가 좀 하자였다.
아, 오해하지는 말자 변속기 하드웨어는 스포츠 하면 이미 탑 클래스인 BMW에서도 꽤나 자주 찾아 쓰던 변속기였으니 말이다.
여하튼, 기어비가 여엉 좋질 못했다. 균형감을 찾아볼 수 없었고, 2단에서 3단 넘어갈 때의 변속 충격은 고질병이었다. 변속이 되어야 할 타이밍을 못 찾아 가끔씩 멍 때리는 현상도 종종 발생되었던 미션이었는데 당연히 GM대우 사업소에서 증상을 잡아내질 못해 만족감이 높아지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G2X가 단종되는 해인 2008년에 제네시스 쿠페가 데뷔했다. 제네시스 쿠페 또한 현대차 최초의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이자, 사실상 현대자동차 최초의 스포츠카로 소형 스포츠카와는 급 부터 달리했었다. 하지만 2.0 모델 기준으로 수동 변속기 모델의 공차중량은 1,505kg, 자동 변속기 모델은 1,548kg으로 무게에서부터 많이 불리했었다. 여기에 말이 좋아 스포츠 쿠페였지 순정상태의 제네시스 쿠페는 FR만 특유의 민첩한 맛이 잘 안 나던 모델이라 기본기 부분에서 많은 차이점을 보여줬었다.
여하튼, 뛰어난 성능 대비 다소 비쌌던 가격으로 인해 누적 판매량은 고작 109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찾는 이가 적었고, 중간중간 사고로 인해 없어진 차들도 존재해 도로에서 마주치기 어지간히 힘든 차가 돼버렸다. 여기에 수입차로 분류되는 탓에 보험료가 비싸고 메인터넌스 비용 또한 만만찮게 비싸다. 모든 게 비싼 만큼 유지 보수에 막연히 두려움을 가지게 되다 보니 그런 탓도 크지만 이만한 성능의 정통 로드스터를 어디 가서 이런 가격대에 만나 볼 수 나 있을까? 원래 매력적인 것은 하나같이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듯이 이 녀석 또한 소소한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곁에 두고 싶은 그런 차가 바로 G2X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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