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대해 글을 쓰는 에디터들은 자동차에 대해서 각자의 취향이 분명하게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에디터의 경우는 제네시스 GV60처럼 디자인에 대해 부정적인 평이 많을지라도, 디자인이나 기능적으로 도전적인 시도가 적용된 것이 보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도로 위의 풍경이 조금 더 다채로워지는 것이 자동차 시장 전체에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말도 안 되는 도전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내리는 것이 힘들다.
아마 오늘 다룰 주인공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 국내에서 6번째로 탄생한 자동차 브랜드이자 유일무이한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인 어울림 모터스의 뱅가리가 그것이다.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출시된 것을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스포츠 리무진인 뱅가리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어울림 모터스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오늘은 가져보도록 하자.
글 오대준 기자
거대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 실상은 어이가 없어
뱅가리는 리무진답게 5.6m라는 거대한 전장을 갖고 있음에도 탄소섬유, 카본 파이버를 사용했기 때문에 공차중량이 1,700kg이라는 놀라운 수치가 나온다. 그리고 이 중에서 휠베이스가 4m에 달하는데, 이는 롤스로이스 차량보다도 길다. 후방은 코치 도어 방식을 채택하였으며, 뒷좌석 뒤에 엔진이 위치한 MR 구조라는 점도 눈에 띈다. 여러모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디자인인데, 아쉽게도 실상은 처참했다.
명목상 코치도어라고는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카인 투스카니의 문짝으로 서로 반대로 끼웠으며, 안 그래도 낮은 시트 포지션에 높은 천장을 확보하기 위해 측면 실루엣은 기형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다. 또한 차 내에는 안전벨트도 없었을뿐더러, MR 구조로 인해 뒷좌석에서 엔진의 굉음과 진동이 그대로 느껴지기까지 했다고. 덕분인지 국내 자동차 판매 법규를 통과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유일한 스포츠카 브랜드 최근 차량 도난당했다고
어울림 모터스는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유일한 스포츠카 브랜드였다. 본래 프로토 자동차, 즉 콘셉트카 용역을 담당해 제작하거나 국내 생산 차량을 리무진으로 개조하는 회사에서, 이후 수제 미드십 스포츠카인 스피라를 출시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과거 역삼 근처에 스피라 로고와 레터링이 걸려있는 전시장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31일, 어울림모터스의 대표 박동혁이 수리 목적으로 개인에게 맡긴 스피라를 도난당했다는 게시글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하면서 또 다른 의미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피라 2를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다급한 글이 올라왔는데, 회사 사정상 대체품도 없다는 말에 많은 네티즌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소문의 비하인드 스토리 도전은 성공해야 도전
다시 뱅가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뱅가리의 개발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증언이 나오고 있다. 한 자동차 디자인 학원에서 뱅가리 제작에 참여했던 디자이너의 증언을 들었다는 제보에 따르면, 모터쇼 출품을 위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만에 급조된 모델이 뱅가리였고, 이 때문에 괴이한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도전은 늘 아름답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슈퍼카, 럭셔리카 역시 개발 및 출시 당시에는 기업에 실패를 담보로 한 큰 모험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만 그러한 도전은 성공했을 때 ‘도전’이라는 이유로 박수갈채를 받을 뿐, 무리한 도전은 박수받기 힘들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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