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에 자극받아 극초음속 무기개발 열 올리는 美
기존보다 17배 빠른 미사일 개발중
◇전세계 1시간내 타격 가능한 ‘게임 체인저’ 개발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기존 미사일보다 17배 빠른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주군기(旗) 공개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지금 놀라운 군사 장비를 개발 중”이라며 “나는 그걸 기막힌 미사일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미사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는 보통 최대 속도가 마하5(음속의 5배)를 넘는 무기를 일컫는다. 현재 기술로는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전세계 어느 지역이든 1~2시간내 타격이 가능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린다. 극초음속 무기 분야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실전배치를 진행하는 등 미국보다 앞서 가고 있어 미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는 육군과 해군이 공동으로 개발중인 ‘공동 극초음속 활공체’(C-HGB·Common Hypersonic Glide Body)와 공군이 개발중인 AGM-183A 극초음속 미사일(ARRW), 보잉사의 X-51 ‘웨이브라이더’ 등이 있다. 지난 3월 미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 육군과 해군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동 극초음속 활공체(C-HGB)’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공군이 개발중인 AGM-183A 극초음속 미사일. 최대 음속 20배의 속도로 수천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2022년 개발완료 예정이다. /미 공군
현재 세계 군사강국들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기는 두 종류다. 우선 극초음속 활공체(글라이더)다. 초기엔 탄도미사일처럼 마하5 이상의 초고속으로 상승했다가 일정 고도에서 활공체가 추진체와 분리돼 활강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고체연료 또는 스크램제트 엔진으로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그동안 미 국방부는 C-HGB와 같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핵탄두 탄도미사일과 재래식 탄두 순항미사일의 개발 및 생산에 중점을 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및 중국과 비교했을 때 극초음속 활공체 미사일 개발이 늦었다면서 2018년 미 ‘국방전략서’(NDS)와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극초음속 타격체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시험비행에 성공한 C-HGB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중간 고도에서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1600㎞ 이상 떨어진 적 표적을 수분 내에 타격할 수 있다. 육군의 이동식 발사차량(TEL)과 해군의 최신예 버지니아급 공격용 핵잠수함 수직발사기 체계에 각각 수발씩 탑재할 수 있다. 육군 이동식 발사차량에는 2발씩 탑재된다.
미 해군과 함께 이번 개발을 주도한 미 육군 장거리 초음속무기(LRHW·Long Range Hypersonic Weapon) 개발단장 네일 슈루굿 육군 중장은 “이번 비행시험 성공을 통해 향후 미 육군과 해군은 원거리 정밀타격 임무수행이 더욱 신속하게 완수되는 작전 효과가 기대된다”며 “머지않은 기간 내에 C-HGB 시제품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마하 10의 속도로 2000~3000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조선일보 DB
앞으로 C-HGB가 실전배치되면 미 육군은 C-HGB가 2발씩 탑재된 이동식 발사차량을 미 공군의 C-17 수송기에 실어 전 세계 어디든지 신속 배치할 수 있다. 임무지역에 긴급전개된 C-HGB는 1600㎞ 이내의 어떤 표적도 수분 내에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미군은 C-17 수송기로 C-HGB를 주일미군 또는 주한미군 기지로 수송한 뒤 1600㎞ 이내에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목표물을 수분 내에 정밀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 해군의 경우도 C-HGB를 탑재한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동해에 배치한 뒤 수중에서 최대 1600㎞ 떨어진 중·러의 목표물을 향해 C-HGB를 발사할 수 있다. 물론 그 목표물은 북한의 핵시설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이 될 수도 있다.
미 공군도 전략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미 공군은 지난해 6월 B-52H 전략폭격기에서 AGM-183A 극초음속 미사일(ARRW)을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최대 마하20의 속도로 비행하며 수천㎞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앞으로 추가 시험을 거쳐 오는 2022년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첫공개된 중국 DF-17 극초음속 미사일. 유사시 마하 10의 속도로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조선일보 DB
◇중 DF-17 극초음속 미사일은 주한미군도 겨냥
미국이 2~3년내 개발 완료를 목표로 극초음속 무기들을 개발중인데 비해 중국과 러시아는 속속 실전배치를 진행중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아반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주의 돔바롭스키 지역의 전략미사일군이 운용하는 아반가르드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최대속도가 마하20 이상으로, 최대 16개의 MIRV(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각 탄두의 위력은 100~900㏏(킬로톤·1㏏은 TNT 1000t 위력)에 달한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이 고도 8000~5만m에서 극초음속으로 비행하고 궤도 수정을 할 수 있어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또 다른 초음속 미사일 ‘킨잘’(단검)도 이미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되는 킨잘은 음속의 10배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는 2000~3000㎞에 달하며 핵 및 재래식 탄두의 탑재가 가능하다. 러시아는 함정에 탑재되며 최대 속도가 마하5~8에 달하는 ‘지르콘’도 실전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DF(둥펑)-17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DF-17은 핵탄두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 마하10으로 비행하고 비행 중 궤도를 바꿀 수 있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돌파할 수 있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중국 매체들은 이 미사일이 주일미군은 물론 주한미군도 겨냥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이밖에 인도, 일본, 프랑스, 독일 등도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도는 2017년에 실전배치한 브라모스-Ⅱ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최대속도 마하7)을 이미 운용하고 있고, 앞으로 마하10까지 성능을 개선할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극초음속 무기개발 계획인HVGP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26년에 블록(Block)-Ⅰ 극초음속 미사일을, 2033년에 블록-Ⅱ 극초음속 미사일을 각각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기초연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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