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병부대에 강력한 타격력을 가진 국산 다연장로켓 ‘천무’와 신형 차륜형 자주대공포 ‘천호’, 신형 대전차 미사일 ‘현궁’ 등 신무기들이 배치된 것으로 서북도서위방위사령부(해병대)가 공개한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천무의 최대 사거리는 80㎞에 달해 백령도에서 불과 50여㎞ 떨어져 있어 백령도를 위협해온 북 고암포 공기부양정 기지 등 유사시 북한 도발 원점 등 주요 목표물에 대한 타격능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0년11월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종전에 배치돼 있던 K9 자주포와 ‘구룡’ 다연장로켓 등에 비해 서북도서의 타격력과 방어역량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백령도는 황해도 장산곶 등 북 해안과 불과 15㎞ 가량 떨어져 있어 북한엔 ‘옆구리의 비수’와 같은 전략 요충지다.
백령도 해병부대에 배치된 천무 다연장로켓. 최대 80km 떨어진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유용원TV 영상 캡처
서북도서방위사령부(해병대)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3일간 서북도서 일대에서 ‘결전태세 확립’ 추진 일환으로 합동 도서방어종합훈련을 실시한 뒤 2분30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합동 도서방어종합훈련은 육·해·공군 및 해병대 전력이 동시에 참가한 대규모 훈련으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및 육군 특전대대, 육군 공격헬기(AH-1S, AH-64E), 해군 상륙함(LST), 공군 전투기(F-15K, KF-16) 등 다양한 전력이 참가했다.
영상에는 특히 지난 수년간 백령도에 배치된 ‘천무’ ‘천호’ ‘현궁’ 등 신무기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이들 무기가 배치된 섬을 특정하지는 않고 서북도서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영상에 등장한 섬의 크기와 지형 특성 등이 백령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신무기의 백령도 배치가 군 공식 영상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천무(K-239)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300여억원의 예산으로 개발된 뒤 2015년부터 실전배치된 국산 다연장로켓이다.
천무는 한자로는 ‘하늘 천, 우거질 무’ 로 ‘다연장로켓으로 하늘을 뒤덮는다’라는 뜻이다. 천무는 미사일처럼 정확한 유도로켓을 비롯, 다양한 구경의 다연장 로켓을 발사할 수 있고, 최대 사거리 약 300㎞의 지대지(地對地) 미사일도 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폴란드에도 288문이 수출된다. 천무 탑재 지대지 미사일은 북 ‘장사정포 벙커버스터’인 KTSSM(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의 사거리를 180㎞에서 300㎞로 늘린 신형으로 지난해말 개발이 완료됐다.
천무가 쏠 수 있는 다연장로켓은 130㎜ 구형 ‘구룡’ 무유도 다연장로켓탄을 비롯, 230㎜ 무유도 로켓, 239㎜ 유도로켓 등 3종이다. 특히 239㎜ 유도로켓은 GPS/INS(관성항법장치) 유도장치가 달려 있어 최대 80㎞ 떨어진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분산탄을 사용할 경우 300개의 자탄(子彈)이 공중에서 뿌려져 최대 축구장 약 3배 크기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 서북도서 방어훈련에 투입된 해병대 천호 차륜형 자주대공포가 고지에서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다. /해병대 영상 캡처
단일 고폭탄두는 관통탄두로 60㎝ 이상의 콘크리트로 방어된 벙커나 건물 등을 파괴한다. 발사차량 1문당 12발의 로켓이 탑재된다. 우크라이나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국제 하이마스 다연장로켓도 70여㎞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는 유도로켓을 쏠 수 있지만 발사차량 1문당 6발만 탑재할 수 있다. 천무가 하이마스보다 2배 가량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천무의 배치로 백령도에 큰 위협으로 부각돼온 북 황해도 고암포 공기부양정 기지 등 주요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지난 2012년쯤 완공된 고암포 기지는 공기부양정 60~70척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여서 대남 기습침투 모(母)기지로 알려져 있다. 북 공기부양정은 시속 100㎞ 가까운 고속으로 기동할 수 있어 백령도에 30분 내 침투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돼왔다.
신형 차륜형 자주대공포 ‘천호’는 차륜형 장갑차에 30㎜ 대공포 2문을 탑재한 무기로 지난 2019년 개발된 최신형이다. 차륜형 장갑차에 탑재돼 있어 기동성이 뛰어나고 신형 사격통제 장비 및 전자광학 추적장비를 갖춰 드론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현궁’은 보병 휴대용 대공미사일로 최대 2.5㎞ 떨어져 있는 적 전차 등을 파괴한다. 발사된 뒤 자동으로 목표물을 추적해 타격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도 수출됐다.
백령도에는 이밖에도 신형 국산 대공미사일 ‘천궁’, ‘북 공기부양정 킬러’인 국산 ‘비궁’ 유도로켓, 국산 단거리 대공미사일 ‘천마’, 이스라엘 대전차 미사일 ‘스파이크’ 등도 배치됐다. ‘천무’ ‘천궁’ ‘천마’ 등 이른바 국산 ‘3천(天) 무기체계’가 모두 배치된 것이다. 천궁은 최대 40㎞ 떨어진 북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다. 발사대 1기당 8발의 미사일을 탑재한다. 북한 전투기가 2∼3분이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올 수 있어 초기에 이를 제압하기 위해 서북도서에 배치됐다.
2023 서북도서방어훈련에 참가한 해병대원들이 국산 현궁 대전차미사일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해병대 영상 캡처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이번 훈련에 대해 “북 무인기 및 화력 도발 대응, 북 강점세력 격멸, 테러 진압 및 주민대피, 대량전상자 처치 및 환자후송 등 서북도서 증원준비·이동부터 실제 전투현장에 투입되는 상황을 상정하여 주·야간 구분 없이 실전과 같은 행동화 위주의 훈련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편 공세적인 해병대 특성을 감안해 김포지역 경계 및 방어임무를 맡고 있는 해병대 2사단을 후방지역으로 재배치, 신속대응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해병대는 공세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2사단이 현재 김포지역 경계임무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에 김포지역 경계임무를 육군에 넘기고 후방으로 재배치하자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우리 해병대의 북 동·서해안 상륙작전에 대비해 북한은 서해안에 1개 군단, 동해안에 2개 군단 등 총 10개 사단 가량이 발목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병대 2사단 임무 재조정 및 재배치를 통해 해병대의 공세적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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