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 400만원에서 2심 무죄로 뒤집혀 상해죄에서 규정한 '상해'로 볼수 있느냐 쟁점 대법 "2심 판결에 법리 오해 잘못 없어"
[파이낸셜뉴스] 어린이보호구역을 주행하다 교통사고를 내 피해 아동이 전치 2주 진단서를 받았더라도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었다면 상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설령 상처를 입었더라도 자연스럽게 치유될 정도에 그쳤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 보호구역 치상 혐의를 받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죄에서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2년 12월께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주행하던 중 9세 아동을 차량 앞 범퍼 부분으로 충격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명 '민식이법'으로도 알려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하다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피해 아동이 사고 당일 이외에 추가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률적 의미의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해죄에서의 상해란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당시 아동은 아버지에게 횡단보도의 녹색불이 1~2개 남아있을 때 뒤늦게 길을 건너려 했으며 사고 이후 "자동차가 자신 앞에서 멈춰 서서 ‘툭’ 부딪히는 느낌이었다"고 묘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체구가 작은 만 9세의 어린아이로 비교적 작은 충격에도 쉽게 다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의사가 치료기간을 2주 정도로 판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사 피해자가 병원에서 추가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며 지난 1월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지난 7월 1심 판결을 깨고 A씨를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만 9세의 어린아이로 성인에 비하여 다소 연약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넘어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상처나 염증 등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사고로 인한 상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 아동이 사건 이후 아무런 지장 없이 등교하며 일상생활을 지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자연스럽게 치유될 정도인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 아동이 전치 2주의 상해진단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진단서의 상해부위가 차량과 접촉한 허리 아랫부분뿐 아니라 상체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돼있다는 점에서 "교통사고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이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를 기각하면서, A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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