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계약 갱신을 요구한 임차인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해지를 통지했을 경우 해지효력이 발생한 때는 갱신된 계약 기간의 만료 시점이 아니라, 해지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날로부터 3개월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보증금 등 반환 청구 소송에서 B씨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1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3월 강남의 한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 월세 168만원에 2019년 3월 10일부터 2021년 3월 9일까지 2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B씨와 체결했다.
A씨는 계약이 만료되기 전인 2021년 1월 5일 B씨에게 임대차 갱신을 요구하는 통지를 했지만, 그달 29일 다시 갱신된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두 번째 통지가 B씨에게 도달한 날인 2021년 1월 29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인 그 해 4월 29일에 임대차계약이 해지된다’는 것이 골자다. A씨는 통지 내용대로 그때까지의 월세를 내고 아파트를 비웠다.
하지만 B씨의 생각은 달랐다. 첫 번째 통지로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2021년 3월 10일~2023년 6월 9일)이 시작되는 2021년 3월 10일부터 3개월이 흐른 6월 9일에 계약이 해지됐다면서 월세를 제외한 그날 기준의 보증금과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A씨에게 돌려줬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계약이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계약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도 명시해 놨다.
따라서 쟁점은 임대차계약의 해지효력 시점을 언제로 보는지가 된다. 1심은 A씨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해지효력 시점을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날인 4월 29일로 본 것이다. 다만 A씨의 지연손해금 계산 시점은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5월 11일이 아니라 최종 변제일 하루 뒤인 7월 28일이라고 판단하면서 B씨는 A씨에게 324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의 판결은 달랐다. B씨의 주장을 인정해 해지효력 시점을 6월 9일로 계산했다. 그러면서 이날을 기준으로 차임을 정산할 경우 B씨가 A씨에게 돌려줄 임대차보증금은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은 대법원에 와서 다시 한번 뒤집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통지가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2021년 3월 10일)되기 전에 피고에게 도달(2021년 1월 29일 )했다고 해서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를 기다려 그때부터 3개월이 지나야 이 사건 통지에 따른 해지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은 임대차계약의 해지효력이 발생한 2021년 4월 29일을 기준으로 미지급 차임 등을 공제하고 남은 임대차보증금 및 장기수선충당금이 있으면 피고가 원고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판단을 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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