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내를 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가 전직 국회의원인 부친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8일 살인 등 혐의를 받는 현모씨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현씨 측이 부친을 양형증인으로 신청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양형증인은 피고인에 내릴 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한 증인이다. 현씨의 부친은 검찰 출신 전직 다선 국회의원이다.
현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일찍 어머니를 여의어서 아버지께서 어머니 역할까지 다했고, 피고인의 평소 성향과 사회생활을 다 알고 있다"며 "또 피고인 아버지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유족을 찾아뵙고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 증인과 피고인 아버지가 함께 참석하는 경우 충돌할 수 있고, 별도로 기일을 잡아 진행하는 것도 어색한 것 같다"며 "고민을 좀 해보겠다"고 밝혔다.
현씨 측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살해의 고의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다툼으로 촉발된 우발적 범행으로, 살해 의도를 가지고 계획했다거나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며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공소장은 피해자가 소송 대리인을 통해 제기한 이혼 소장을 축약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두 차례 이혼 소송이 진행됐던 만큼 부부사이가 원만하거나 갈등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건 발생 훨씬 전에 일어났던 내용을 마치 살해 경위나 동기인냥 공소사실에 기재한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피해자 유족과 지인들은 현씨 측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할 때마다 탄식을 내뱉었다. 특히 현씨가 재판 도중 큰소리를 내며 오열하자, "연기하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3월 19일로 정하고,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어 4월 2일에는 법의학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별거 중이던 아내 A씨를 때리고, 둔기로 가격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현씨가 작은 방으로 도망가는 A씨를 쫓아가 둔기로 때리고, A씨에게 올라타 양손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현씨는 미국변호사 신분으로 국내 대형 로펌에서 재직하다 사건 발생 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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