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최고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배틀그라운드’ 단일 IP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크래프톤이 최근 라인업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전까지 ‘칼리스토 프로토콜’, ‘문브레이커’ 등 대작 위주의 라인업을 구성했다가 기대만큼 성과를 보이지 못한 크래프톤은 소규모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변경하고, 다수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빠르게 출시해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크래프톤
펍지 스튜디오의 ‘프로젝트 블랙버짓’, 언노운월즈의 ‘서브노티카2’, 크래프톤 몬스리올 스튜디오의 ‘눈물을 마시는 새’ 프로젝트 등 대형 프로젝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완성도를 끌어 올리고, 그 사이에 트렌드를 반영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빠르게 선보여, 배틀그라운드 IP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빅앤리틀 전략으로 변화를 선언한 크래프톤
실제로, 크래프톤의 12번째 게임 스튜디오로 설립된 플라이웨이게임즈는 올해 초 뱀파이어서바이벌 라이크 장르인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를 선보인데 이어, 최근 로그라이크 덱빌딩에 RTS를 더한 신작 ‘커맨더 퀘스트’와 로그라이크 액션 장르 ‘커스베인’의 데모를 선보였다.
AI 전문 개발사로 설립된 렐루게임즈는 1개월만에 개발한 AI 게임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을 선보인데 이어, 최근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대화가 달라지는 AI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선보이는 등 대형 게임사 소속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개발 속도를 보여주는 중이다.
AI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심즈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는 인조이 역시 지난해 지스타에서 처음 선을 보인 이후 올해 게임스컴에서 캐릭터를 미리 꾸며볼 수 있는 인조이 캐릭터 스튜디오를 선보이고, 내년 1분기 출시를 예고할 정도로 규모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로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역시 SF 로그라이크 던전 크롤러 장르인 ‘리댁티드’로 개발 방향성을 바꿨으며, 스매시 레전드를 선보였던 5민랩 역시 톱다운 슈팅 게임 ‘킬 더 크로우즈’에 이어, 용병 회사를 경영하는 색다른 장르인 ‘민간군사기업 매니저’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심즈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는 인조이
해외에서 통할만한 유명 IP 확보에도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IP를 활용한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고, 최근 화제가 된 포켓페어의 ‘팰월드’ IP도 확보했다. 호주의 1인 개발자 제임스 벤던이 제작한 오픈월드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의 모바일 버전도 이번 지스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다크앤다커와 팰월드 모두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기는 하나,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IP만 가져다 쓰는 것이기 때문에 소송 결과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다크앤다커 모바일
또한, 장래가 유망한 해외 회사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이파이러시를 성공시켰지만, MS가 최근 해체해서 논란이 됐던 탱고게임웍스를 인수했고, 라이엇게임즈 출신 크리스티나 노먼과 데이비드 뱅크스가 설립한 엘로디 게임에도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이전에도 아웃라이더스 등을 선보였던 폴란드 개발사 피플 캔 플라이를 비롯해, X-COM 개발진이 설립한 미드서머 스튜디오, 포스트 아폴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최후의 열차 속 서바이벌을 즐기는 콜트레인을 개발 중인 영국 게임 개발사 레드 로버, 레드 레드 리뎀션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크리스치안 칸테메사와 유비소프트에서 ‘마리오_래비즈’ 시리즈를 제작한 다비드 솔리아니가 설립한 데이4나이트, 소울라이크 FPS를 개발 중인 에스카톨로지엔터테인먼트, 보더랜드, 엘더스크롤 시리즈 개발진이 설립한 루커스 게임즈, 폴란드 소재 게임 개발사 파 프롬 홈, 스페인 개발사 피콜로 스튜디오 등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크래프톤이 투자한 서구권 개발사만 해도 22곳에 달한다.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고 해서 EAT ALL이라고 불렸던 전성기 EA를 떠올리게 만드는 만드는 광폭 행보다.
하이파이러시로 유명한 탱고게임웍스를 인수했다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의 93.6%가 해외 매출일 정도로 해외 비중이 높은 게임사인 만큼, 서구권에서 통할 수 있는 신작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의 감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서구권 개발자들에게 적극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회사였다면 무모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이지만, 매년 2조 원에 가까운 매출과 7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려주고 있는 배틀그라운드가 아직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택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의 높은 의존도에 대한 불안감으로 공모가 대비 많이 하락한 상태이긴 하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신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이 올라 있는 상태다.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체질 개선을 선언한 크래프톤이 다시 공모가 이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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