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인호 기자] 최근 ‘메이플랜드(Mapleland)’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빅뱅 업데이트 이전 메이플스토리를 완성도 높게 구현한 일종의 미니게임으로, 공식 개발진이 아닌 개인 유저가 창작해 작년 10월 선보였다. 물론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메이플스토리 월드' 플랫폼에서 접속할 수 있는 만큼, 소위 ‘프리메이플’이라 불리는 불법 사설서버와는 결이 다르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메이플랜드와 본진이라 할 수 있는 넥슨 메이플스토리가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겨울 대규모 업데이트로 유저 몰이에 한창이어야 할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최근 유저 민심이 상당히 부정적인데, 핵심은 업데이트 주요 내용이 편의성 개선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굵직한 신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6차 마스터리 코어와 에픽 던전 등은 1월과 2월로 예정되어 있어, 유저 입장에서 당장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기존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2시간 45분 동안 접속한 이용자 수만 6만 2,338명
그래서인지 메이플랜드의 인기가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상당히 거세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터넷 상의 반응이 아닌 여러 지표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일 기준 메이플랜드 공식 디스코드 이용자 수는 12만 2,700명을 돌파했으며, 구글과 네이버 검색 트렌드에서는 약 1주일 전부터 메이플랜드가 더 높은 관심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한달 간 트위치 평균 시청자 수에서도 넥슨 메이플스토리를 약 1,000명 가량 앞섰고, 대다수 메이플스토리 인플루언서 또한 최근에는 메이플랜드와 관련된 방송과 영상 업로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동시접속자 수에서도 웬만한 주류 온라인게임과 맞먹는 수준을 자랑 중이다. 2일 개발진이 올린 공지사항에 따르면 메이플랜드의 동시접속자 수는 3만 명을 훌쩍 돌파했다. 개발진은 디스코드를 통해 “12월 당시 DB 및 인게임 기능, 로그 처리량을 동시접속자 수 3만 명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했으나, 최근 들어 이를 아득히 뛰어넘는 접속자가 기록됐다”라며, “1월 1일 19시 00분부터 접속한 기록이 있는 6만 2,338명에게 일부 롤백에 대한 소정의 보상이 지급될 예정”이라는 말을 전했다. 서버 부하로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저장되지 못해 롤백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의미인데, 2022년 메이플스토리에서 진행된 겨울 이벤트 ‘그리팅 위크’의 총 참여자 수는 약 27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메이플랜드가 한창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던 작년 11월만 해도 일시적인 화제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 넥슨 메이플스토리 주 이용자 세대가 과거 2000년대 초·중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잠깐의 ‘추억팔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빅뱅 업데이트 이전 메이플스토리는 열악한 편의성은 물론, 콘텐츠도 사냥과 퀘스트 외에는 없다시피 해 많은 유저들이 유입과 이탈을 반복하곤 했다.
그러나 한두 달 반짝이 아니었다. 오히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여기에는 외부 유저들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기존 넥슨 메이플스토리 유저가 상당수일 것이 당연하다. 애초에 넥슨 메이플스토리 유저 대부분이 과거 추억이 있었기에 게임을 즐겼고, 누구보다 클래식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그리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메이플랜드에 빠진 수많은 유저들은 입을 모아 “추억만이 아닌, 옛날 메이플스토리 자체가 매력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왜 유저들은 옛날 메이플스토리에 열광하는가
최근까지도 넥슨 메이플스토리를 즐겼던 유저들은 메이플랜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크게 3가지를 뽑았다. 첫 번째는 ‘득템의 재미가 있는 사냥’, 두 번째는 ‘주문서로 대표되는 간소화된 강화 시스템’, 세 번째는 ‘풍부한 서브 퀘스트’다.
메이플스토리는 과거부터 레벨업에 막대한 사냥 시간을 요구하기로 유명한 게임이었다. 이러한 인식 형성에는 빅뱅 업데이트 이전 메이플스토리의 영향이 컸으며, 당시 입문 구간인 10레벨에서 20레벨 달성까지 육성하는 것조차 최소 하루 이상 걸리는 경우가 흔했다. 현재 파티 사냥이 활발한 메이플랜드에서도 경험치 추가 획득 아이템이 없는 경우 평균 10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하지만 넥슨 메이플스토리와는 다르게 사냥 시간 동안 장비 혹은 주문서 아이템 획득을 기대할 수 있는 소위 ‘득템’의 재미가 있다. 낮은 레벨부터 누구나 희귀한 주문서를 얻을 가능성이 있고, 사냥 중 계속해서 장비 아이템이 드롭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대감을 갖고 플레이할 수 있다. 현재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주요 보상을 1주일에 1번 클리어하는 보스 콘텐츠에 몰아넣은 상황인지라 사냥을 지루해하는 유저가 대부분이다.
이를 감안해 넥슨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지난 2016년 출시한 5차 전직에 이어 작년 6월 선보인 6차 전직까지 스킬 강화 재료를 사냥에서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다만, 이는 4차 전직까지 레벨업만 해도 주던 스킬 포인트를 억지로 분할한 개념인 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레벨업에 대한 동기는 스킬 포인트로,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 획득은 득템의 재미가 있는 사냥으로’라는 RPG의 기본적인 육성 원리를 클래식 메이플스토리가 더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주문서 하나뿐인 직관적인 강화 시스템도 중요하다.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추가옵션, 잠재능력, 스타포스 등 20년 간 서비스해오며 추가된 각종 강화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아이템 하나 하나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메이플랜드를 즐기는 유저들은 “시도 즉시 성공과 실패가 명확하게 나오고, 일부 실패하더라도 그에 맞춰 아이템 성능이 보존되고, 주문서 몇 장만 사용하면 끝나 부담이 적다”라고 말하며 과거 강화 시스템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퀘스트 구조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과거 메이플스토리는 메인 시나리오가 없는 만큼 여러 서브 퀘스트를 통해 독립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냈고, 다양한 보상을 설정해 수행할 동기를 부여했다. 자연스럽게 유저들은 월드를 모험하며 게임 속 세상에 몰입할 수 있었으며, 때로는 값비싼 주문서나 장비를 받아 보상 획득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넥슨 메이플스토리에서는 메인 시나리오 전개용 퀘스트만이 존재할 뿐, 이러한 서브 퀘스트는 거의 사장된 상황이다.
물론 “그래서 메이플랜드가 넥슨 메이플스토리보다 나은 게임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서 말했듯 편의성을 비롯해 보스 콘텐츠, 거래 시스템 등의 완성도는 넥슨 메이플스토리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메이플스토리 전성기를 이끈 3차 전직과 4차 전직이 아직 메이플랜드에 추가되지도 않은 만큼, 당분간 두 게임의 엇갈린 희비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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