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형종 기자] 본 기자가 ‘바바 이즈 유(Baba Is You)’를 처음 만난 것은 한 인터넷 방송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던 방송인이 "바바는 게야... 게는 바바야... 바바는 나야..."등 연유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어딘가 혼이 빠져 있었다. 이를 보고 ‘저게 어렵나?’ 하는 호기로운 생각에 게임을 구매했다. 몇 시간 후, ‘바보는 나야... 나는 바보야... 바보는 바보야...'를 되뇌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빌 슈트 바바(Mobile Suit Baba)’는 그런 악명 높은 퍼즐게임을 만든 헴풀리(Hempuli)의 신작으로, 바바 이즈 유에 나온 창의적인 단어 조합 퍼즐에 턴제 전략 요소를 더했다. 게임에는 바바 이즈 유에 나오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제목처럼 기동전사를 조종한다. 전작의 높고 강한 장벽을 넘지 못했던 본 기자는,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귀여운 바바의 모습에 혹해 메카에 탑승했다.
기동전사 바바는 과일창고를 지킨다
모빌 슈트 바바에는 바바 이즈 유에 등장하는 여러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바바(BABA)부터 시작해 케케(KEKE), 나(ME), 그것(IT), 게(CRAB), 새(BIRD)와 레벨 확장팩에 등장하는 포포(FOFO), 지지(JIJI) 등도 출연한다.
게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귀엽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다. 주인공 바바의 경우 다른 캐릭터와 달리 대사도 ‘바바’ 뿐이며, 대사 창에서 다양한 표정도 선보여 매력을 뽐낸다. 다른 여러 캐릭터도 대사를 통해 각자 개성이 표현된다. 바바와 마찬가지로 말을 하지 못하는 게, 항상 졸고 능력도 이질적인 포포, 활발하고 열의 넘치는 케케 등 여러 캐릭터들이 대사와 표정을 통해 강화된 캐릭터성을 보여준다.
게임을 시작하면 간단한 세계관 설명이 나온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이 쳐들어와 과일창고를 습격한다. 거대 로봇에 탑승한 바바와 그의 동료들은 적들의 습격으로부터 과일창고(혹은 과일)을 지켜내고 악의 근원을 파헤쳐야 한다. 특유의 짧고 웃긴 대사와 귀여운 캐릭터 때문에 스토리가 대충 흘러가는 느낌이 강하지만, 후반부 나름 놀라운 반전도 준비됐다.
여기에 더해 게임에는 개발자 특유의 유머코드가 한껏 발휘됐는데, 주로 스토리와 무관한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캐릭터 대사, 기믹, 플레이 방식이 웃음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보너스 스테이지 ‘아웃 오브 리치’의 부제는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이다. 해당 스테이지에 돌입하자 케케는 바바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 알지! 저 산을 부수자!”라고 외친다. ‘저 산(나무, 창고, 사무실, 관물대, 쓰레기장 등)이 거슬린다’라는 심장 떨리는 말을 군대가 아닌 여기서 들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또 다른 보너스 스테이지는 도시를 수호하고 적을 물리쳐야 하는 기동전사의 고정관념을 비튼다. 스테이지에선 모든 도시를 방문하라는 임무가 주어지는데, 메카는 바바 한 명이고 도시는 열 개가 넘는다. 미션을 어찌 해결할까 지도를 살펴보면, 던졌을 때 주변을 날려버리는 폭탄이 눈에 들어오고...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하이라이트는 스테이지 클리어 후 뿌듯하다는 듯이 울부짖는 사랑스러운 바바의 모습이다.
보너스 스테이지 이외에도 스테이지 연출, 캐릭터 대사 등이 진지하기 보다는 즐거움을 주는 것에 좀 더 집중되어 있다. 외전격 게임인 만큼, 가볍게 즐기라는 개발자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퍼즐과 턴제 전술이 합쳐져 완성된 특유의 게임성
모빌 슈트 바바는 근본적으로 바바 이즈 유와 유사한 규칙을 가진 퍼즐게임이다. 게임에는 단어 형태 블록이 있으며, 이들이 조합해 문장을 이루면 이는 규칙이 된다. 예를 들어 ‘메카(Meka)’, ‘는(is)’, ‘약하다(Weak)’ 세 단어가 문장을 이루고 있다면, 주인공측 메카들은 어디든 부딪히면 파괴되는 유리몸이 된다. 조작을 통해 단어 블록을 옮기고 규칙을 바꿔야만 스테이지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바바 이즈 유와 차이는 게임에 턴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과 임무를 통해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한다는 점이다. 턴 시스템은 게임의 시간과 이동 횟수를 제한하는 개념이며, 적 유닛이 존재할 경우 장르를 전략게임으로 바꾸는 요소이기도 하다. 임무는 명확하게 ‘적 해골 전원 처치’, ‘과일 하나도 파괴하지 않기’ 등으로 퍼즐 풀이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한다.
모빌 슈트 바바는 전형적인 ‘슈퍼 로봇 대전’류 전략게임과 유사하게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캐릭터들을 움직이고 사물을 밀치거나 특수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바의 특수능력은 유닛을 던지는 것으로, 멀리 떨어진 위치로 아군, 적군, 단어 블록 등을 보낼 수 있다. 캐릭터마다 이동거리가 다른데, 더 전략적 가치가 높은 특수능력을 보유한 캐릭터가 더 짧은 거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런 전략 시뮬레이션 요소가 특유의 문장 퍼즐 시스템과 결합되면, 매 스테이지 서로 다른 독특한 규칙으로 신선함을 준다. 예를 들어 한 스테이지에는 ‘메카에게 패배한다’는 규칙 덕분에 메카에 부딪히는 모든 유닛이 파괴되며, 임무 역시 이와 연관된다. 반면 다음 스테이지에서는 ‘메카는 약하다’는 규칙 때문에 숲, 산, 적 등 모든 유닛을 피해 도망쳐야만 했다.
여기에 더해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캐릭터, 규칙, 적, 스테이지 기믹이 추가된다. 게임 초반에는 바바, 케케, 지지로 게임을 플레이 하지만, 이후에는 그것, 포포, 새 등이 더해진다. 임무 역시 하나에서 둘로 늘어나 더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적 종류도 단순한 움직임의 해골에서 태엽로봇, UFO 등으로 늘어난다. 스테이지 기믹 역시 매 턴 타일이 소멸하거나, 캐릭터 위치가 바뀌는 요소들이 퍼즐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전반적인 스테이지 구성은 매우 훌륭하고, 또 적당히 도전적이었다. 바바 이즈 유는 고난도 퍼즐과 엄청난 분량 덕에 핵불닭볶음면 10인분을 먹는 것 같았다. 모빌 슈트 바바는 준수한 난이도 스토리에 일부 강렬한 스테이지가 더해져 신라면에 반찬으로 매콤한 실비김치를 먹는 느낌이었다. 기본 스토리 스테이지는 약간의 고민만 한다면 클리어 가능했고, 가장 어려웠던 후반부 임무도 30분 이내에 해결할 수 있었다. 보너스 스테이지 난이도는 상당했고, 일부는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답이 보였지만, 클리어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인상적인 요소는 등장하는 적들로, 게임의 전략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한 방향으로만 움직였던 해골과는 달리 태엽로봇의 경우 주변 가장 가까운 아군 메카를 향해 움직인다. 태엽 로봇은 플레이어 움직임에 따라 이동 경로도 바뀌어 전략 요소를 강화하는 1등 공신이었다. 물론 만날 때 마다 퍼즐 난이도를 상당히 높였지만, 그만큼 도전적인 게임플레이를 선사한다.
다만 약간 아쉬웠던 점은,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스테이지 후반부에 새로운 기믹이 몰려 등장했다는 점이다. 스토리 스테이지는 총 25개였는데, 후반부 10개 스테이지에는 거의 매번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한다. 물론 4달러(한화 약 5,200원)라는 저렴한 가격을 생각한다면 다소 배부른 지적인데, 일반 스테이지 25개에 보너스 스테이지 19개, 챌린지 모드가 포함되어 분량이 상당하다. 이렇게 많은 스테이지마다 서로 다른 기믹을 넣으려고 한 개발자 창의력이 놀라웠다.
스토리 스테이지가 쉬웠다면? 이제 고난도 퍼즐에 도전할 시간
그렇게 총 25 스테이지를 마무리하고 나면, 평온한 엔딩과 함께 게임을 완료하게 된다. 다만 원작 바바 이즈 유 보다는 비교적 낮은 난도에 더 어려운 퍼즐을 찾는 게이머들이 있을 수도 있다. 더 높고 험난한 길을 가고자 하는 게이머에게는 보너스 스테이지와 챌린지 모드가 제공된다.
보너스 스테이지는 일반 스테이지의 스핀오프, 평행세계 콘셉트로 본편과는 다른 게임플레이와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보너스 스테이지에는 일반 스테이지에 약간의 어려운 요소를 더하거나, 완전 새로운 기믹이 나오기도 한다. 전반적인 난도는 일반 스테이지보다 어렵거나, 규칙이 비틀려있으며, 창의적이고 계산적인 플레이를 요구하기도 한다. 케케 둘을 조작하는 보너스 스테이지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도시 타일이 아닌 숲 타일을 한 번씩 방문해야 한다.
또한 챌린지 모드라는 도전요소도 존재하는데, 임무가 추가되거나 사용하지 않은 메카들을 활용해 스테이지를 다시 클리어해야 한다. 새로운 메카 조합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은 예상보다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게임을 끝까지 클리어하고 나면 메카 총 아홉기를 획득하는데, 각 스테이지 별로 적으면 둘 많으면 넷을 사용한다. 초반 스테이지에서는 다른 메카로 클리어하는 것이 용이한데, 후반에 획득한 메카의 특수능력이 유용한 덕분이다.
반면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새로운 제한 조건이 생기거나, 난도도 올라가는 만큼 서로 다른 메카 조합을 사용하는 것이 몹시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마지막 스테이지는 총 네 메카를 사용해야 한다. 즉 챌린지를 위해서는 클리어에 사용하지 않은 남은 메카 넷으로 게임을 승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스테이지에 적합한 메카를 엄선해 사용하는 만큼, 새로운 조합을 찾는 것은 상당한 창의력이 필요하다.
다른 챌린지 모드인 추가 임무는, 기본 스테이지에 목표를 하나 더한다. 추가 임무는 기존 목표보다 조건이 더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숲 타일을 한 번씩 밟아야 하는 스테이지의 추가 임무는, 모든 도시 타일도 함께 방문하는 것이다. 문제는 숲 타일은 셋인데 도시는 넷이라 가야 하는 장소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다. 추가 임무 챌린지를 진행하다 보면, 개발자가 스토리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를 얼마나 배려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모빌 슈트 바바는 귀여운 캐릭터와 독창적인 퍼즐이 매혹적인 게임이다. 개발자 전작 바바 이즈 유보다 퍼즐 난도가 낮아 더 많은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캐릭터 생김새, 표정 묘사, 대사를 통해 캐릭터성이 강화됐으며, 보너스 스테이지를 통해 나름의 유머도 챙겼다. 또한 더 도전적인 퍼즐을 원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챌린지 모드도 지원된다. 바바 이즈 유의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 퍼즐을 즐기고자 하는 게이머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훌륭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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