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형종 기자] 온라인에서 자주 활용되는 ‘밈’과 같은 표현에 ‘불쾌한 골짜기’가 있다. 보통 CG나 안드로이드 등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았을 때 느끼는 혐오감을 표현하는 용어다. 최근 기술의 발달로 AI 생성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며 불쾌한 골짜기에서 파생된 ‘유쾌한 골짜기’, 혹은 ‘대유쾌 마운틴’과 같은 표현도 등장했다. 물론 불쾌한 골짜기 담론은 과학적 방법론의 부재로 가설의 영역에 머물며, 지나친 온라인에서의 오남용 등으로 학술 영역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는다.
다만 일반인들이 미묘하게 인간과 닮았으면서도 뭔가 어색한 CG와 캐릭터를 보면 혐오스러운 감정과 함께 약간의 공포를 느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연 ‘불쾌한 골짜기’로 불리는 이러한 감정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올해 4월경 한 국내 논문에서 마스코트 인형 캐릭터가 등장하는 호러게임을 분석했다. 논문은 정신의학자 에른스트 옌치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언캐니(Uncanny)’ 개념,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가설에 착안해 마스코트 캐릭터가 주는 불쾌감과 공포를 분석했다.
우선 언캐니, 불쾌함의 개념을 먼저 정의해야 한다. 언캐니는 에른스트 옌치의 1905년 논문에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미지에 대한 두려움, 지적 불확실성 등에 기인한 공포를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사실적인 밀랍 인형을 볼 때 무생물이 살아날 것 같거나, 영혼이 있다는 의심이 드는 그 상황에서 큰 공포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불쾌한 골짜기’는 일본 공학자 마사히로 모리가 1970년 잡지에 기고한 가설적 개념이다. 로봇이나 완구가 인간 모습에 가까워질수록 더 친근하게 보이다가, 특정 지점에 이르면 세밀한 외관상 결함으로 오히려 불쾌함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에른스트의 관점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언캐니’ 담론과도 연관된다. 프로이트는 언캐니를 ‘익숙한 것’의 반대 의미로 차용해 익숙하지 않은 것, 우연한 반복에서 나오는 무의식에 대한 공포 등으로 정의했다. 인간과 유사한 밀랍인형에서 오히려 익숙하지 않은 세밀한 흠집을 발견하는 공포는 ‘불쾌한 골짜기’와도 통한다.
논문 ‘마스코트 호러 장르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 요소 분석(서경석, 2024)’은 언캐니 이론과 불쾌한 골짜기 가설이 마스코트 호러게임과 연관 있음을 발견하고, 공포를 유발하는 특징적 요소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프레디의 피자가게’ 등장 캐릭터 ‘프레디 파즈베어’, ‘벤디와 잉크기계’의 벤디(잉크 악마), ‘파피 플레이타임’의 ‘허기 워기’다. 셋 모두 게임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형태 캐릭터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논문은 세 캐릭터의 외형(질감, 형태, 색상)과 내면(행동, 움직임, 배경) 디자인을 나누고, 이들이 어떻게 ‘불쾌함’을 통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지를 분석했다. 세 캐릭터 모두 형태면에서는 이족보행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또한 모두 장난감이나 애니매트로닉스에 걸맞는 질감과 색상을 지녔고 리본 장신구로 아이들에게 친숙함을 강조했으나,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이빨’ 역시 보유해 플레이어를 ‘물어’ 공격하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 마스코트 캐릭터의 내면적 디자인의 경우 불쾌한 골짜기에 근접한 요소를 드러낸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세 마스코트 캐릭터 모두 이족보행을 하는 만큼, 인간과 유사한 체형을 지녔다. 하지만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데, 프레디 파즈베어는 경직됐으며, 잉크 데몬은 어기적 거리고, 허기 워기는 좁은 지역에서 몸을 구기면서 플레이어를 추적한다. 모두 움직임에서 기괴함과 징그러움이 강조되는 만큼, 불쾌한 골짜기에 위치하는 셈이다.
비단 해당 논문 외에도 ‘언캐니’와 공포게임을 연관 지은 연구는 다수 발견된다. 논문 ‘불쾌감을 위한 향수병: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으로 돌아가는 불편한 미래(Robin Sloan, 2016)’에선 게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공포 요소에 대해 논했다. 게임의 플레이 방식과 구역 설계는 플레이어가 공간적 방향감각을 상실해 같은 익숙한 같은 장소를 맴돌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숨어있는 익숙하지 않고 신체를 공격하는 외계 생명체 ‘제노모프’가 침입하는 만큼, 강박적 공포를 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논문 ‘디지털 언캐니 디자인: 실용적이고 가설적인 게임 연구(Tania Dales, 2021)’에서는, ‘레이어스 오브 피어’에 등장하는 예술작품이 불쾌와 연관해 공포요소를 불러온다고 전했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아내를 그린 초상화가 피사체 그대로가 아닌 쥐의 신체를 일부를 가지거나, 화상에 늘어붙은 피부를 묘사해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한 공포 분위기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어 해피 퓨’에서는 ‘행복을 주는 약(조이)’을 섭취하지 않음으로서 기존의 익숙한 세계가 기괴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 과정에서 웃음 가면으로 얼굴 표정을 가린 인간의 모습, 유토피아의 진실에 대한 깨달음, 현실의 기괴한 형상 등에서 익숙함을 벗어난 공포를 느낀다.
불쾌한 골짜기는 가설의 영역이며, 과학적으로 증명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온라인 등에서 널리 활용되는 이유는, 그것이 공감대를 형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위의 논문들은 인간에 애매하게 가까운 형태의 대상, 그리고 익숙한 장소와 공간에 약간의 일그러짐을 더했을 때 공포의 감각이 더 커진다는 것을 보였다. 불쾌한 골짜기는 완벽한 가설은 아니지만, AI로 그려진 소녀와 CG가 가득한 현대 게이밍에서는 그곳에서 느껴지는 혐오를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담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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