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택경 기자] 국내 채식 문화 저변이 과거에 비해 넓어졌다는 건 마트만 가도 실감할 수 있다. 이전에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채식 간편식이나 가공식품을 이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한국채식비건협회는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를 250만 명으로 추산한다. 지난 2008년 15만 명에 비교해 15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국내 채식 인구 증가에 힘입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주요 식품 기업들은 채식 제품군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그중 한 축을 차지하는 건 식물성 대체육이다. 윤리나 건강을 생각해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고기를 포기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식물성 재료로 고기 맛을 재현한 식물성 대체육에 대한 관심도 크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가릴 것 없이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면서 제품 가짓수도 늘었고, 접근성도 좋아졌다. 마트나 새벽배송 쇼핑몰에서 대체육 상품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시중에 판매하는 대체육 함박 스테이크 4종을 직접 먹고 비교해봤다.
기자가 선택한 제품은 올가니카 ‘올비건 함박스테이크’, 브라잇벨리 ‘플랜트 함박엔베지’, 농심 ‘베지가든 텐더 스테이크’, CJ ‘고메 플랜테이블 함박스테이크’다. 함박스테이크는 분쇄육을 다시 뭉쳐서 만든 형태라는 점에서 대체육으로도 식감 구현이 비교적 쉬운 편인데다, 소스로 풍미를 보완할 수 있어 재현 정도가 대체로 높다. 대체육 첫 체험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브라잇벨리 플랜트 함박엔베지(위)와 올가니카 올비건 함박스테이크(아래)
먼저 올가니카 ’올비건 함박스테이크’와 브라잇벨리 ‘플랜트 함박엔베지’를 비교 시식해봤다. 브라잇벨리는 올가니카가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다. 두 제품 모두 올가니카의 제품이지만 브랜드를 달리한 셈이다. 올가니카 측 설명에 따르면 브라잇벨리는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대체 식품으로 만든 간편식도 맛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사내 스타트업 형태로 출범시킨 브랜드다.
두 제품 모두 전자레인지에 가열 후 섭취하는 형태의 제품으로, 플라스틱 용기 안에 함박스테이크와 소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약간의 채소가 함께 들어있는 형태다. 밥이나 파스타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손색없을 듯한 구성이다. 맛과 식감 면에서도 두 제품 모두 합격점을 줄 만했다.
조리 후 브라잇벨리 플랜트 함박엔베지(위)와 올가니카 올비건 함박스테이크(아래). 두 제품 모두 전자레인지로 가열해 바로 먹는 형태다. 소스와 곁들임 채소가 함께 있다
단면 모습. 자세히 보지 않으면 대체육인 걸 알아차리기 힘들다. 왼쪽이 올가니카 브랜드, 오른쪽이 브라잇벨리 브랜드
브랜드만 다르고 같은 올가니카 제품이지만 두 제품 사이 차이가 꽤 있었다. 특히 식감 차이가 큰 편이다. 올비건 함박스테이크는 좀 더 부드러운 식감, 플랜트 함박엔베지는 좀 더 씹는 맛이 있는 식감이다.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함박스테이크에 더 잘 맞는 식감은 올비건 함박스테이크로 느껴졌다. 플랜트 함박엔베지는 입자가 입 안에서 흩어지며 씹히는 식감 자체는 좋았지만 입안에서 느껴지는 입자감은 간 고기보다는 참치와 좀 더 유사했다.
CJ 고메 플랜테이블 함박스테이크(왼쪽)와 베지가든 텐더 스테이크(오른쪽)
CJ ‘고메 플랜테이블 함박스테이크’는 함박스테이크 4개와 개별 포장된 소스 4개가 함께 제공되는 형태다. 함박스테이크는 전자레인지에 조리하고, 소스는 포장째 끓는 물에 데워서 끼얹으면 된다. 베지가든은 똑같이 4개가 들었지만 소스는 따로 없고, 전자레인지 조리 대신 에어프라이어와 프라이팬에 가열 조리해야 한다.
조리 후 고메 플랜테이블 함박스테이크(위)와 베지가든 텐더 스테이크(아래). 고메 제품은 소스가 들어있지만, 베지가든 제품은 소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채소는 기자가 임의로 곁들인 것으로 구성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고메 제품은 브라잇벨리 제품과 유사하게 입자가 살아서 씹히는 형태지만 좀 더 탄력이 느껴진다. 다만 그 탄력이 고기와 유사하다기 보다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구워 먹는 치즈의 일종인 할루미 치즈를 먹을 때처럼 치아와 마찰하며 뽀득거리는 듯한 느낌을 살짝 줬다.
베지가든 제품은 올가니카 제품처럼 부드러운 식감을 지녔다. 내부도 좀 더 촉촉한 느낌이 강하다. 다만 촉촉함을 넘어선 ‘질척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전분이 많이 섞인 동그랑땡이나 소시지를 연상시킨다.
베지가든 제품 단면(왼쪽)과 CJ 제품 단면(오른쪽)
네 제품 모두 풍미에서는 노릇하게 잘 구운 고기 특유의 강렬한 풍미를 재현해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콩 비린내와 같은 이취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식감에서는 제품마다 차이가 꽤 컸는데, 이는 기술력보다는 구현하고자 하는 식감의 방향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봐야 할 듯하다.
네 제품을 모두 시식을 마친 후 선호도에 따른 순위를 매겨봤다. 기자는 올가니카, 브라잇벨리, CJ, 베지가든 제품을 꼽았다. 시식을 함께 한 기자의 동거인은 올가니카, 브라잇벨리, 베지가든, CJ 제품을 꼽았다. 맛에서는 변별력이 크지 않았던 만큼, 순위는 거의 식감에 의해 결정됐다.
만약 좀 더 입자가 곱고, 부드러운 함박스테이크 식감을 선호한다면 올가니카나 베지가든을 추천하고, 소고기 100% 패티처럼 입 안에서 고기 입자가 흩어지며 씹히는 식감을 선호하면 CJ나 브라잇벨리 제품을 추천한다. 다만 두 유형 중에서는 각각 올가니카와 브라잇벨리 브랜드가 완성도가 좀 더 높다고 느껴졌다.
고기와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은 어떨까. CJ 플랜테이블의 경우 7000~8000원대로 CJ에서 실제 고기로 만든 같은 구성의 제품과 차이가 없는 가격대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올가니카 제품은 6000원대로 비슷한 즉석조리 제품에 비하면 다소 높지만 곁들임 채소 구성까지 고려하면 가성비가 나쁜 편은 아니다. 대체육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적어도 간편식 분야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개선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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