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엘핀은 세계 유일한 복합 위치인증 기술을 개발했다. GPS는 물론 Wi-Fi, 블루투스 등 기존 위치 파악 기술에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정보를 추가한 기술이다. GPS를 포함한 기존의 위치 파악 기술은 위변조 가능하지만,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정보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즉, 위치뿐만 아니라 고도의 보안, 인증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엘핀은 금융 기업, 정부 기관 곳곳에 복합 위치인증 기술을 공급했다. 위변조 불가능한 위치를 인증 수단으로 쓰도록 도운 덕분에 바람직한 협업 사례도 차근차근 쌓았다. 하지만, 새로운 간편 인증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의 자리를 위협했다.
스케일업 전문가 조언으로 운영 전략을 논의하는 구본욱 엘핀 이사(왼쪽)와 배상완 신용보증기금 부장. 출처 = IT동아
이에 엘핀은 인증 기술을 고도화하고 영업 능력을 강화하면서 B2C 비즈니스모델까지 고안하는 등 수익화 전략을 세웠다. 이어 스케일업코리아의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받으면서 비즈니스모델, 수익화 전략을 점검하려 한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엘핀의 고민 해결을 도울 전문가로 배상완 신용보증기금 동부영업본부 부장을 섭외했다. 경영공학박사이자 기술거래사, 창업지도사인 그는 여러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모델과 수익화, 자금 운용 고민을 해결한 전문가다.
세계 유일의 복합 위치인증, 지속 사업으로 만들 묘안은?
배상완 부장 : 안녕하세요. 엘핀의 홈페이지를 보고 기술과 성과를, 최근 나온 스케일업 기사를 보고 고민을 각각 엿봤습니다. 먼저 엘핀의 기술을 어떤 부문에 이식해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한계에 부딪혔는지를 들을 수 있을까요?
구본욱 이사 : 네.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은 사용자의 위치를 알아내는 기존 기술에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정보를 더한 것으로, 위변조 불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 장점을 앞세워 위치 인증과 보안이 필요한 기업 여러 곳과 협업했어요. 한 증권사와 함께 시도한 제도 이슈 해결이 좋은 사례입니다. 금융 상품 판매 시 영업 사원이 쓰는 태블릿에 복합 위치인증 기술을 적용, 상품 판매가 지점 안팎 어느 곳에서 이뤄졌는지를 검증한 것이에요.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 기술의 장점과 특징. 출처 = 엘핀
기업의 출결 관리도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으로 고도화 가능합니다. 지문 인식이나 서명으로 출결 관리하면 위변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엘핀은 특정 시간에 기업 내 Wi-Fi 범위 내에 해당 임직원이 있으면 자동으로 출결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공급했습니다. 같은 원리로 외근이 잦은 직원의 근태 관리 시스템도 만들었어요.
소비자가 관광지를 방문하고 복합 위치인증을 하면, 특정 금융 상품에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기술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중고 자동차처럼 특정 자산이 현재 위치에 있는지를 증명하는 서비스도 있었고요.
문제는, 복합 위치인증 기술로 거둔 성과와 협업 사례가 단발로만 그친 점입니다.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 혜안이 궁금합니다. 엘핀은 그래서 복합 위치인증에 유심이나 안면 인식, 사진과 위치의 동시 인증 등 다른 인증 기술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공간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복합 위치인증을 고도화하고 활용 범위를 넓힐 방안도 고심 중이에요.
엘핀이 복합 위치인증을 활용한 사례. 출처 = 엘핀
배상완 부장 : 기존 인증에 위변조 불가능한 위치 정보를 더해 신뢰성을 갖추는 것은 매력적인 기술입니다.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기업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하지만, 기술에 매력이 있는 것과 그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제공해 어떤 불편을 해소하느냐는 문제는 다른 이야기에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공급해서 불편을 해소하지 못하면 안됩니다. 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왜 창업을 했고 기술을 만들었는지 돌이켜봐야 해요.
엘핀이 처음 복합 위치인증 기술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누구의 불편을 해소하려고 했고 가장 관심을 가질 곳은 어디라고 생각했나요? 단기 소비자와 중장기 소비자는 각각 누구로 가정했고, 명확한 타겟이라고 생각한 시장은 어디인가요? 그리고 거기에 다다를 전략은 무엇인가요? 이는 B2B로 사업을 하든, B2G로 사업을 하든 꼭 돌이켜 볼 문제입니다.
스마트폰만이 가능한 간편 보안 인증, 활용 영역
구본욱 이사 : 복합 위치인증 기술을 만든 이유는, 스마트폰 시대에 오직 스마트폰만이 가능한 차별화된 인증 방식을 제공하기 위해서에요. 공인인증서, 비밀번호처럼 PC에서 쓰던 인증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특징과 장점을 활용한 모바일 특화 인증 기술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정보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연구 개발에 나섰어요.
빠르고 간편한 복합 위치인증 기술이 단기로는 기존의 아이디·비밀번호 체계를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이를 토대로 편의와 보안을 강화, 플랫폼 기업과 정부 기관에 인증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중장기 계획이었습니다.
엘핀이 복합 위치인증 기술을 개발하고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은 7년 전입니다. 그런데, 그 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어요.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에 이어 PIN, 지문인식 등 새로운 유형의 모바일 인증 방식이 나왔고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들은 심지어 아주 편리하고 보안도 우수해요. 그래서 당초 계획을 바꿔 유일한 위치 인증이라는 점을 강조, B2B와 B2C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 했습니다. 다른 인증 기술과의 결합도 운영 계획에 넣었고요.
엘핀의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하고 운영 전략을 나누는 배상완 부장. 출처 = IT동아
배상완 부장 : 맞아요. PC에서 쓰던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는 정말 불편했지요. 그러다 모바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간편하고 강력한 인증 방식이 나왔고요. 기존의 인증 방식을 대체할 기술을 만들어 비즈니스모델로 삼는 것은 좋습니다만, 이 경우 타이밍을 잘 봐야 합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요. 새롭고 편리한 기술은 늘 우리 예상보다 빨리 나옵니다. 자연스럽게 옛 기술은 묻혀요.
그러면 피봇을 고려해야 합니다. 보안에 취약하고 쓰기도 불편한 기존의 인증을 개선하려던, 스마트폰만이 가능한 차별화된 인증 방식을 선보이려던 의도는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엘핀 외에도 이 불편을 해소할 만한 기술이 많이 나왔어요.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 기술이 꼭 필요한지, 장점이 있는지를 가늠해봐야 합니다.
구본욱 이사 : 금융사처럼 위치 보안이 필요한 기업, 근태 기록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기업 등에는 복합 위치인증 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상완 부장과 운영 전략을 함께 논의하는 구본욱 이사. 출처 = IT동아
배상완 부장 : 좋습니다. 매출과 마일스톤 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B2C 부문보다는, B2B 혹은 B2G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을 꼭 원하는 기업과 협업을 한 다음 어떤 피드백을 받았나요? 기업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CES와 같은 해외 박람회에서 새로운 고객을 찾고 기술력을 증명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했나요?
구본욱 이사 :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을 도입한 담당자는 대부분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도입을 이끄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엘핀의 기술을 도입한 레퍼런스가 많지 않아서인지, 기업이 도입을 검토하다가 취소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 CV(Corporate Venturing) 위주로 영업을 폈어요. 해외 박람회에는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베트남에 기술을 알린 정도에요.
해외 진출, 레퍼런스와 투자금 확보로 체력 길러라
배상완 부장 :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함께 논의해봅시다. 엘핀은 지금 자사의 기술을 꼭 필요로 하는 부문과 기업을 찾아야 하는데, 방향과 대상을 정확히 정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엘핀이 강조할 것은 복합 위치인증 기술만이 주는 ‘탁월한 보안’이에요. 대기업은 보안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깁니다. 5중으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도 한 겹 더, 6중 보안 체계를 추가하려 하는 것이 대기업의 특성이에요.
이렇게 보안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대기업은 기술을 섣불리 도입하지 않습니다. 이 장벽을 넘으려면 풍부한 성공 레퍼런스를 제시해야 해요. 엘핀의 인증 기술을 도입한 다른 기업이 탁월한 효과와 성공을 거뒀다는 레퍼런스 말이에요.
이 레퍼런스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기업의 사활을 걸고 해외 진출을 포함해 다방면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 그리고 투자금을 유치해 마케팅의 볼륨을 키우고 시장 진출 전략을 고도화할 것입니다.
엘핀이 연구 중인 신원 인식 기술. 출처 = 엘핀
해외 진출은 엘핀이 레퍼런스를 튼튼히 갖추는데 큰 도움을 줄 거에요. 해외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인증이나 보안 기술이라면,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분명 관심을 가집니다. 스타트업 보육 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을 보면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이 많아요. 해외 바이어나 투자자와의 연계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거나 해외 경진대회에 참가해 수상을 노리세요.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을 눈여겨보는 해외 다국적 기업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투자금 유치도 중요합니다. 위 전략을 펼치려면 단기가 아니라 장기로 성과를 노려야 해요. 장기 성과를 거두기까지 버틸 체력이 곧 투자금입니다. 자금 조달이 막히면 안돼요. 재무 구조상, 지금 단계의 엘핀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투자금을 유치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기술력을 인정 받아 초기 투자금을 많이 모은 만큼, 성과를 거둘 때까지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네트워크를 빌어 해외 진출의 실마리를 발굴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해외 진출 외에도 엘핀의 운영에 도움을 줄 여러 네트워크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무조건 투자금을 유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신용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이 운영하는 정책 자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 이들 정책 자금은 스타트업의 업력에 따라 지원 불가능한 경우가 있으니 요건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정책 자금을 받을 때 지원 과제로 거둔 매출보다는, 스타트업 고유의 기술과 비즈니스모델로 거둔 매출을 강조하면 좋습니다.
엘핀이 신원 인식 기술을 공공 영역인 신호등에 적용한 사례. 출처 = 엘핀
담당자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도 돼요. 알맞은 정책 자금을 추천해줄 것입니다. 대출이라는 점에서 정책 자금을 받기 꺼리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대출 리스크보다는 사업 자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의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ESG 인증, 인증 편의 등 엘핀만의 장점 찾아라
구본욱 이사 : 조언 감사합니다. 충분히 고려하겠습니다. 그 밖에 엘핀의 영업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타겟을 어떻게 잡고 접근해야 할까요? 최근 방문판매법이 개정되면서 금융 기업의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 상품을 팔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때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이 불완전 판매를 막을 가장 좋은 기술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 중이에요. 이를 토대로 은행과 증권사 등에 복합 위치인증 시스템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배상완 부장 :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금융 기업은 불완전 판매를 막을 대책을 이미 많이 만들었어요. 신용보증기금만 해도 전자 청약과 보증서 등 고도의 비대면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금융 기업마다 요구하거나 원하는 것이 모두 다른 문제도 있고요.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 기술을 제공한다고 해도 실무자들의 반발이 있을 거에요. 그러니 협업을 하면서 레퍼런스를 쌓는 동시에 시장을 철저히 조사, 엘핀이 진출할 부문과 기업의 수요를 날카롭게 예측하세요.
엘핀은 복합 위치인증에 다양한 인증 기술을 더해 적용 범위와 파트너 기업을 더욱 늘리려 한다. 출처 = 엘핀
저는 엘핀이 ESG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국내외 대기업들은 2024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중소기업도 이 흐름을 따라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요. 엘핀의 각종 인증 기능은 ESG의 가치와 수월하게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각종 지류와 증명서를 가지고 이리저리 다닐 필요를 없애주는 점이 그렇고, 기업이나 기관의 보안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지켜준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불완전 판매와 같은 금융이나 공공 영역의 사고를 줄이는 점도 거버넌스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요. 기술 하나만으로 ESG를 풍부하게 만족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세요.
기업의 ESG 담당자들에게 이 메시지는 아주 큰 매력을 줄 것입니다. ESG 부서는 대부분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대표나 고위 임원의 직속 부서입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다른 기업이 주지 못하는 엘핀만의 ESG 가치를 레퍼런스와 함께 제시하면 좋을 거에요.
강력한 보안에 사용 편의까지 가진 점도 강조하세요. 모바일 인증이 편리하다고는 해도, 분명 불편한 부분은 있습니다. 고연령층 사용자가 모바일 인증을 어려워하는 것이 증거에요. 반면, 엘핀의 인증은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되니 편리합니다. 금융 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막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청약서와 확인서 등등 수많은 확인 서류 작업을 간결하게 갈음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세요.
스케일업 전문가 조언을 함께 진행하는 구본욱 이사(왼쪽)와 배상완 부장. 출처 = IT동아
지금 엘핀은 기술을 활용해서 수익을 낼 주요 사업을 빨리 찾고, 그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비즈니스모델과 앞으로의 성장 로드맵을 신중하게 다시 검토해 보세요. 연간 매출 목표도 정밀하게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적극 반영해야 합니다.
그 밖에 배상완 부장은 신용보증기금의 스타트업 자금 지원의 영역과 신청 방법, 주의할 점과 프로그램별 지원 방법을 전수했다. 왜 스타트업이 적절한 시기에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지, 거기에 가장 알맞은 방법은 무엇이고 자금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도 조언했다. 이를 토대로 금융 업계가 엘핀의 복합 위치인증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금융 업계 보안 실무자들이 엘핀의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귀뜸했다.
구본욱 이사는 배상완 부장의 조언, 특히 해외 진출과 ESG 전략을 엘핀의 운영에 도입하려고 귀를 기울였다. 복합 위치인증이라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엘핀. 스케일업코리아의 전문가 조언을 적극 활용해 비즈니스모델을 고도화하고, 두각을 나타낼 산업계와 든든한 파트너를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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