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대 S-Run]’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전문랩)’에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현장 스토리입니다.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은 창작 활동 공간을 전국에 조성해 메이커 문화를 확산하고, 제조창업 저변 확대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에 IT동아가 메이커스페이스 사업을 통해 도전하는 예비창업자 및 팀들의 모습을 전하고, 그들의 고민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스타트업에게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구현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자금, 인력, 인프라 등을 갖춰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이에게 다짜고짜 100m를 전력으로 달리라는 것과 같다. 이미 저 앞에 달려나가는 어른과 경쟁하면서 말이다. 이에 정부, 지자체, 민간 기업 등이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원한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상상관 전경 / 출처=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창업교육센터’, ‘창업사업화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창업메이커지원센터’, ‘LINC3.0’ 사업 등 창업 전담 조직을 구성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22년부터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사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사업 중 ‘예비창업패키지’와 ‘초기창업패키지’, 그리고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사업 계획으로,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이하 BM)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홍보/마케팅할 것이며’, ‘얼마만큼의 돈을 벌 것인가’ 하는 계획 또는 사업 아이디어를 뜻한다. ‘A 문제를 B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스타트업이 창업 전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업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없던 과거를 예로 들어보자. 당시 기업의 사업은 단순했다. 생산자가 제품을 만들어 매장에서 판매할 뿐이었다. 여기에 제품을 알리기 위해 TV나 신문에 광고하거나,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돌리는 등의 몇 가지 홍보/마케팅 방법이 있었다. 때문에 공급자 중심의 사업 방식이었다. 공급자가 제품을 만들고, 공급자가 제품을 알리는 일방향적인 측면이 강했다.
출처=셔터스톡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며 상황은 바뀌었다. 소비자가 수많은 채널을 통해 다양한 제품 정보를 손쉽게 얻고 공유한다. 스마트폰 출시 이후에는 시간과 공간에도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습득한다.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감소했고, 거의 무료로 무한 공급할 수 있는 디지털 상품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과거와는 다른 다양한 새로운 방식의 사업들이 등장하며 점차 사업 방식의 중심은 소비자에게 옮겨왔다.
혹자는 스타트업이 BM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경쟁을 위한 스타트 라인에 섰다고 말한다. 경쟁자들과 결승선을 향해 달리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는 의미다. 결국 BM은 어떻게 하면 돈을 벌며(수익성), 사업을 오래 할 수 있는지(지속성)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이에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2023년 8월 한 달간 제조 창업 관련 예비창업자(또는 7년 이내 창업자) 20명을 선발해 전문 멘토의 컨설팅을 통한 BM 진단 및 시장 분석을 통한 사업화 전략 보고서를 지원하는 ‘BM 솔루션 컨설팅’을 제공했다. 지난 상품성 진단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마인3디피, 친환경모빌리티도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해 초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BM 캔버스를 그려보며 BM을 점검했다.
마인3디피
마인3디피(MINE3DP)는 사진을 바탕으로 맞춤 제작할 수 있는 3D 모델링과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펫로스(Pet-Loss) 증후군을 앓거나 반려동물의 사후를 추억하고 싶은 소비자를 위해 반려동물 장례용품인 유골함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직장을 다니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20대 여성, 노견을 키우는 반려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상품성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마인3디피는 이미 오랜 시간 3D 프린터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로 3D 프린터 사출, 3D 프린터 교육 등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사업화에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반려동물의 모습을 본뜬 3D 프린터 사출물은 유골함과 같은 장례용품뿐만 아니라 점진적으로 홈 데코 오브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BM 컨설팅에 참여하고 있는 김현석 마인3디피 대표(우) / 출처=IT동아
다만, 고객이 주문한 뒤 실제 제품을 받는 납품 절차나 기간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하지 않았던 점과 3D 프린팅을 위한 재료비, 3D 프린터 유지관리비 및 감가상각비, 제품 개발을 위한 인력 비용 등 초기 투자 비용을 고려한 판매가 설정 및 BEP 달성 예측 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이번 BM 컨설팅에서도 앞서 보완을 요청했던 부분은 그대로 이어졌다. 3D 프린터 관련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어, 반려동물 유골함 아이디어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즉, 제품 생산 능력은 갖췄지만, 제품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계획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사진으로 반려동물의 모습을 재현하는 마인3디피의 3D 프린터 시제품들 / 출처=IT동아
마인3디피의 장점은 맞춤 제작이다. 반려동물의 생전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통해 일반적인 반려동물 모양의 양산품과는 다른, 반려인을 위한 나만의 반려동물을 제공한다. 이 같은 제품 경쟁력은 과거 3D 프린터 사업 경험에서 잘 가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력도 반려인에게 제대로 알릴 수 없다면 공염불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채널에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BM 컨설팅에 참여한 마인3디피 담당자는 “페이스북에 광고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이는 일반적인 기업이 제품을 홍보할 때 활용하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달리 말해 너무 일반적이다. 다른 차별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반 소비자에게는 아직 낯선 3D 프린터를 활용해 반려동물 유골함을 사출하는 과정이나 사진 속 반려동물과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잘 완성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알린다면 어떨까. 이를 통해 ‘어? 이거 우리 강아지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을 대상 고객이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아이디어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1:1 맞춤 제작 반려동물 피규어 / 출처=아이디어스
반려동물의 생전 모습을 활용해 피규어나 액자, 아크릴 추모함 등을 판매하는 제작자, 제작사도 이미 존재한다. 잠재적인 경쟁자다. 이들과 경쟁하며 마인3디피가 갖춘 차별점은 무엇인지, 마인3디피를 통해 반려인이 얻을 수 있는 -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는 - 무언가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BM 컨설팅에 멘토로 나선 더함협동조합의 김남현 이사장은 “마인3디피는 반려동물의 모습을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은 충분히 갖췄다. 펫로스 등 반려인이 겪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명확하게 쫓고 있다. 다만, 시장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마케팅 캠페인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SNS를 활용해 마인3디피가 전달하고자 하는 ‘반려인과 함께한다’라는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제품을 간접 노출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마인3디피를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라고 설명했다.
친환경모빌리티
친환경모빌리티는 자전거 바퀴에 장착하는 발전 겸용 전동기를 통해 충전할 필요 없는 친환경 자전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높은 발전효율을 통해 자전거 바퀴를 돌리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 꼭 충전해야만 탈 수 있는 전기 자전거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한다. 또한, 2~3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배터리 대신 충방전 50만 회를 만족하는 반영구적인 슈퍼 캐퍼시터(super capacitor)를 사용해 불편함을 해소한다. 사람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도 없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 상품성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모빌리티는 ‘자가발전 기능을 갖춘 친환경 전기자전거’, ‘전자식 브레이크를 포함한 고급 안전 기능’, ‘빠르고 효율적인 충전을 위한 고속 충전 장치’, ‘도시 통근 및 레크리에이션 사이클링에 적합한 가볍고 편안한 디자인’ 등으로 제품을 정의했다. 이를 통해 환경적 가치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한 운송 중 하나로 선택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BM 컨설팅에 참여하고 있는 최석봉 친환경모빌리티 대표 / 출처=IT동아
다만, 아직까지 시제품 수준으로라도 개발하지 못한 친환경 자전거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했다. 기존에 없던 제품을 고객으로부터 평가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체험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면 좋은 상품,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 연구실에 머물러 있는 기술과 제품의 시제품 제작이 급선무인 이유다.
이번 BM 컨설팅에서 친환경모빌리티에 요구한 내용도 같았다. 친환경 자전거를 타고 어떻게 충전할 수 있는지, 자전거를 타면 충전할 수 있는 전기는 얼마나 되는지, 충전한 전기를 활용하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등의 실질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즉, 친환경모빌리티의 과제는 검증이다. 당장 양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갖추라는 의미가 아니다. 시승할 수 있는 친환경 자전거 시제품을 통해, 스스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부터 알려야 한다.
현재 개발 중인 친환경모빌리티 제품 / 출처=친환경모빌리티
즉, BM 구축도 중요하지만 시제품 제작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전반적인 비용과 기술 구현도, 고객으로부터의 평가 등을 병행해야 한다. 이에 대해 최석봉 친환경모빌리티 대표는 “제품을 평가하는 국가 인증 기관으로부터 검증받는 것을 우선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틀린 답변은 아니다. 다만, 인증받기 전까지 제품을 철저하게 비밀로 숨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BM은 사업화 바로 이전 단계에 해당한다. 제품을 얼마나 판매하고,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제품부터 갖춰야 한다.
친환경모빌리티의 자전거는 충분히 이상적인 아이템이다. 친환경성과 탄소 배출 감소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에 대한 수요 증가와 일치해 비즈니스에 경쟁 우위를 제공하고, 친환경 운송에 대한 인식과 수요 증가로 성장하는 시장 기회 포착할 수 있다. 자전거 바퀴에 부착해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고효율 발전기는 자전거 이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오토바이, 자동차 등 구동 축을 돌리는 다양한 이동 수단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실제 눈으로 보고 직접 타볼 수 있는 시제품 완성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BM 컨설팅에 참여하고 있는 최석봉 친환경모빌리티 대표 / 출처=IT동아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BM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더함협동조합의 김남현 이사장은 “마인3디피와 친환경모빌리티는 제조 창업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비슷하게 답습하고 있다. 아이디어 구현과 사업화라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극복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다. 하나씩 해결하며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미향시대는 이번 BM 솔루션에 참여하지 않았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한번은 경험해야 하는 기회인데 아쉽다. 상품성 진단, BM 컨설팅을 통해 사업화를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시제품 제작, 제품 양산화 등의 과정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스타트업이 자신의 꿈을 펼쳐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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