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요즘 크리에이터는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에, 사진/이미지 콘텐츠는 인스타그램에 집중 게재하며 활동한다. 또는 여러 플랫폼을 병행 활용하며 자신의 콘텐츠를 최대한 널리 알리려 노력한다. 콘텐츠 형식도 거의 대부분 영상이나 사진 위주다. '보는 것'이 아무래도 관심 유도와 콘텐츠 집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로지 '듣는 것', 즉 소리로만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크리에이터도 적지 않다. 극단적으로 화려하고 자극적인 시각 콘텐츠에 피로함을 느낀 구독자들도 차분하고 조용한, 그러면서 자신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 부담도 없는 이른바 '라디오 플랫폼'을 찾곤 한다. 지난 2020년 음성 전용 소셜 미디어인 '클럽하우스'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도 이와 같다.
국내 대표 오디오 소셜 플랫폼
국내 대표적인 음성/오디오 소셜 플랫폼으로 '스푼'이 있다. '스푼라디오'가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 라디오처럼 DJ가 청취자들과 양방향으로 자유롭게 소통한다. 이전부터 제공되던 라디오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청취자와 실시간 댓글 등으로 양방향 소통한다는 점에서는 유튜브를 닮았다. 요즘 같은 멀티미디어 시대에 누가 라디오 방송을 들을까 싶지만, 현재 전 세계 12만 명 이상의 DJ가 월 평균 50만 개 이상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왜 이들 DJ는 유튜브나 아프리카TV, 틱톡 같은 주류 소셜 플랫폼을 마다하고 라디오 플랫폼을 선호하는 것일까? 스푼에서 음악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DJ, '고퍼우드(Gopher Wood, @scott2024)'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스푼 같은 라디오 DJ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언제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나?
현재 스푼에서 저녁 8시에 음악/소통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 인디밴드 멤버로 한동안 활동하다가, 최근에는 취미 일환으로 전향하고 음악 관련 음악 관련 크리에이터로 방송하고 있다. 2년 전 '유튜브를 통해' 스푼을 처음 알게 됐고,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때론 위로도 전하며 공감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막연하게 시작하게 됐다. 스푼 외에 '트위치'도 게임 관련해서 종종 이용했었는데, 최근 국내 서비스가 종료돼 스푼 하나만 이용하고 있다.
스푼 DJ
스푼 같은 라디오 형식의 서비스는 일반적인 팟캐스트 방송과 유사하다. 이미 이전부타 다양한 라디오 서비스/앱 등도 제공되고 있었다. 스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접했던 오디오 서비스 중에서 가장 직관적인 구성이라 사용이 쉽고 편했고, 특히 다른 오디오 소셜 플랫폼보다 음질이 매우 좋은 듯하다.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 관련 방송을 하다 보니 음질에 나름대로 민감한데, 음질 측면에서 스푼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들려준다.
라디오 방송의 성격은 어떠하며, 청취자나 팬층은 어떤 이들인가?
무엇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히 듣는 친근한 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내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이 너무 고마워,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고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차분하고 친근한 성향의 청취자나 팬이 내 방송을 듣는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DJ를 우선으로 여겨주면서 방송 내내 DJ의 기준을 잘 유지하면서 소통해주고 있다.
음성만으로 진행하는 스푼 같은 라디오 채널이 유튜브 등의 영상 채널보다는 운영/관리하기가 수월할 것도 같다. 채널 관리나 청취자/구독자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별다른 청취자/구독자 관리는 없다. 그저 내 방송이 좋아 청취하는 이들이라 그에 보답하려 DJ로서 최선을 다할 뿐, 특별한 관리는 하지 않는다. 영상 채널 관리 경험도 있는데, 영상의 경우 일러스트, 영상 편집, 홍보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라디오 방송은 그냥 믹싱하고 업로드만 하면 되니 한결 간편하고 수월하다.
고퍼우드 방송 홈 화면 / 출처=스푼 홈페이지
방송 수익 일부를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익이 그리 많지 않을 듯하고, 많다 해도 일부를 기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내 방송을 듣는 이에게 만족감을 주고자 하는데, 방송하다 보면 내 자신이 되려 그들로부터 행복감을 얻고 따뜻해질 때가 많다. 이를 스푼 같은 온라인 공간이 아닌 현실 공간에도 전하고 싶어 기부를 결심했다. 사실 기부를 시작한 건 오래 전인데, 큰 돈은 아니지만 아동 복지센터 유니세프 등에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었다. 가끔은 후원 받는 아기들을 찍은 사진과 편지를 받곤 하는데, 그때마다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팬들과 함께 추진했던 후원이다. 국제개발협력 기관인 '지파운데이션'을 통해 여성청소년 위생용품 지원금을 전달했고, 여명지역아동센터 에도 추가 기부를 진행했다. 팬들과 의논해 기부를 결정하는데, 기부처는 주로 아동이나 청소년 관련 복지센터 등을 선정하고 있다. 스푼 활동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와 팬들의 도움, 그리고 개인 비용을 추가해 기부금을 마련하고 있다.
고퍼우드의 기부증서 / 출처=고퍼우드
스푼을 통해 청취자나 팬들과 나눈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생방송을 통해 청취자와 함께 울기도 웃기도 하며 행복한 추억을 쌓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처음으로 'DJ 단체 곡'을 진행한 사례다. 기획, 제안 당시 고민과 우려가 많았지만, 의외로 스푼 DJ들의 반응이 좋아, 총 21명의 스푼 DJ가 참여해 'Earth'라는 단체 곡을 발표했다. 인생에서 엄청난 성취감을 얻었던 기억이라, 지금도 그때만 떠올리면 그저 행복하고 감사하다.
크리에이터로서 오로지 스푼 라디오 방송만 고집하게 만드는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일단 진입/접근 장벽이 매우 낮다. 영상 편집 능력이나 방송 경험 등이 없어도 누구든지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별다른 장비도 기기도 필요 없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 이게 스푼만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방송 소재는 청취자와 소통, 교감할 수 있다면 어느 것이든 상관 없다. 스푼 운영사인 스푼라디오의 DJ 활동 지원과 적극적 소통 의지도 장점으로 언급하고 싶다. DJ와 청취자 대상의 자체 이벤트도 자주 진행된다.
방송을 시작해 보려는 이들에게 조언할 말이 있다면?
금전적 또는 경제적 수익을 목표로 삼지 말고, 그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기대하며 진심으로 방송에 임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유튜버의 월 수익이 얼마네', '어느 인스타그래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네' 하는 기준보다는, 목소리만으로 사람들과 편안하게 소통하고 교감하며 얻는 만족감과 가치의 기준을 세우기를 조언한다.
향후 스푼에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나?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내 방송을 듣는 청취자가 방송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즐겁고 행복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 내 방송의 궁극적인 목표이고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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