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은 아이디어 발굴부터 기술개발, 사업화, 지식재산권 창출 및 보호까지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돕는 ‘서울형 R&D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IT동아가 [서울형 R&D] 시리즈를 통해 ‘2022년 서울형 R&D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업을 만나, 도약을 꿈꾸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테스트베드(Test Bed)’는 시험무대, 시험장, 시험공간, 시험시스템 등의 뜻을 가진 용어다. 일반적으로 과학 이론의 타당성과 적용 가능성을 증명하거나,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개발한 각종 신기술 및 시제품의 성능, 효과, 안정성, 양산 가능성, 편의성 등을 시험하기 위한 환경, 공간, 시스템, 설비(시설) 등을 의미한다(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전, 마지막으로 테스트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게 테스트베드는 매우 중요하다. 잘 갖춰진 테스트베드에서 진행하는 실증은 사업화의 척도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성과를 건증하는 실증 단계는 본격적인 기술사업화와 시장 진입 직전의 테스트 단계다. 실증은 연구개발로 창출한 신기술을 기술사업화로 연결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역할이다. 특히, 실세계에서의 실증한 결과는 신뢰를 부여한다. 현실에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해줄 수 있다.
2023년 하반기 공모했던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지원 사업 / 출처=서울경제진흥원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이하 SBA)이 주관해 진행하는 ‘서울형 R&D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에서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Post R&D’에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지원 사업(이하 테스트베드 지원 사업)’이 자리하는 이유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새로운 기술을 검증하고 시연하는 최고의 테스트베드이자, 혁신 아이디어를 시장으로 연결하는 마지막 최전선이다. 서울이라는 테스트베드에서 원하는 성과와 결과를 거둔 기술기업은 기술사업화 성공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이다.
서울의 인프라를 빌려 드립니다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지원 사업’ 서울시를 실증 장소로 제공하는 SBA의 지원사업이다. 서울시와 연계해 혁신기술을 적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실증 기회를 제공, 기술사업화 및 상용화와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해 올해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SBA는 보다 나은 실증지원 사업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실증처 다각화 및 혁신기술 적용을 원하는 니즈를 조사해 수요과제를 발굴하고 확대했다. 2012년 서울시 부서 및 서울교통공사 등 산하기관, 서울시 교육청 등 공공의 테스트베드 실증처는 2022년 서울시 25개 자치구, 민간기술거점 등을 추가했으며, 올해 서울관내 대학과 한국무역협회(코엑스) 등 민간 테스트베드로 넓혔다. 이러한 노력으로 22년 실증기관 매칭율은 49.3% 에서 2023년 59.1%로 늘어났다.
서울경제진흥원의 테스트베드 실증지원 사업 공모 목록 / 출처=서울경제진흥원 홈페이지
업무효율화를 위해 제도도 개선했다. 연 3회 공고했던 일정을 2회로 간소화해 사업 참여를 원하는 기업의 불편을 해소했으며, 실증기관의 역할을 강화해 효율적으로 과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또한, 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업 대상으로 국내외 판로개척과 공공판로 마케팅 등 사업화를 위한 후속 연계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성과도 크게 늘어났다. 2023년 1분기 기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81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총 138개의 과제를 진행, 2735억 원 규모의 경제적 성과(568.6%)를 달성했다. 공공구매 732억 원, 민간납품 363억 원, 해외수출 91억 원 등의 매출을 올렸으며, 1549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기업들은 미국과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39개 국으로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2023년 연말에도 바쁜 일정으로 자리를 떠나기 어려워 했던 SBA 기술혁신팀 / 출처=IT동아
이에 IT동아가 테스트베드 지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응례 SBA 기술혁신팀 책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는 기업의 현장 실증을 돕고 있습니다
IT동아: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에서 기업이 자사의 제품과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김 책임: 혁신기술 보유한 기업이 원하는 테스트베드 공간을 연결하기 위해 매년 더 많은 실증처를 확대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부서 및 산하기관뿐만 아니라 자치구 및 자치구 내 시설관리공단, 복지관, 보건소 등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인프라에서 실증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있다.
일반 민간 기업과 협업하며 얻을 수 없는 테스트베드다. 예를 들어, 하수처리장의 악취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연구실 안에서는 분명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었겠지만, 바람 불고 비 내리며 눈 내리는 외부 환경에서도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그대로 얻을 수 있을까? 정확한 결과는 모른다. 실제 환경에서 실증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데이터다.
IT동아: 맞다. 스타트업이 많은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과 연계해 PoC를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책임: 실증이란, 기술 불확실성을 줄이고 진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의 작동 여부 검증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연구실, 실험실 등에서 개발된 기술성과가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되는 현장 환경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현장에서 시제품의 현장 적용성과 기능의 구현을 확인해 검증된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이다.
서울시가 집중하고 있는 4대 핵심산업 분야(디지털헬스케어, 핀테크, 로봇, AI)와 일반 분야(블록체인,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등)의 기술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으로 부각된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자와의 동행’ 분야를 발굴해 확대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고독사 위험 대상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고독사를 방지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 루키스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서울시 마포구에서 솔루션을 실증했다.
1인가구 거주지에 방문해 루키스의 똑똑안부확인 서비스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 출처=루키스
서울시 마포구 고독사 위험군 3558명을 지자체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실증한 결과, 자동안부전화 43%, 확인요청 94%를 감소할 수 있다는 업무 효율화 결과를 얻었다. 또한, 실증 기간 동안 선제발굴을 통해 고독사 위험 방지 2건, 고독사 조기발견 5건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실증 테스트 후 관리자 만족도 조사에서 ‘업무 감소에 도움 된다’에 79.5%, ‘모니터링 정확도가 향상했다’에 80.8%라는 긍정적인 답변도 얻었다.
루키스가 SBA를 통해 서울시 마포구 실증 테스트를 진행한 내용 / 출처=루키스
IT동아: 들을수록 현장에서 실증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김 책임: 지난 2022년 실증한 기업 중 한 곳은 지하철 터널 안 궤도를 자율주행하며 카메라로 궤도 이상 여부를 실증하기도 했다. 또한, 청각 장애인이 주변 대화나 소리를 자막으로 볼 수 있는 스마트 안경을 실증한 사례도 있었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이 있다. 무료 와이파이 기반 소상공인 모바일 홍보 플랫폼을을 제공해 마포구 전체 전통시장 및 상가의 와이파이 프리존을 구축했던 넥스컨텔레컴은 파나마혁신청과 파나마 전국에 와이파이 프리존 및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출처=아르고스다인 홈페이지
산불 재난 관리를 위한 인공지능 기반 드론 자동 운영 시스템을 실증한 아르고스다인은 서초구, 구로구, 한국도로공사, 충북테크노파크 등 공공기관과 현대건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 대상으로 시스템을 판매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21년 3억 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와 2022년 3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에는 북남미에 9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건물, 시설, 장소, 공간 등의 인프라를 대상으로 기업이 자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실증할 수 있도록 열어주고 있다. 이렇게 얻은 현장 결과와 데이터를 통해 사업화 및 판로개척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IT동아: 기업이 원하는 테스트는 무엇이든 요청해 진행할 수 있는 것인지.
김 책임: ‘자유공모형’과 ‘수요과제형’ 두 가지가 있다. 자유공모형은 의미 그대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시정혁신 및 도시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기업이 자유롭게 제안하는 형태이며, 수요과제형은 실증기관이 제출한 수요과제 중 선택해 기업이 제안하는 형태다. 또한, 실증 비용 지원 여부에 따라 ‘예산지원형’과 ‘기회제공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물론, 제안한다고 모두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제안내용에 대해 실증기관의 수용 의사 등 의견을 수렴하고, 서류 평가, 자격 검토, 발표 평가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올해는 상반기 19개 과제(142개 접수, 경쟁률 7.5:1) 선정 실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 19개 과제(181개 접수, 경쟁률 10.1:1)를 협약 중에 있다. 총 115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 총 38개의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IT동아: 후속 지원을 강화했다는 것이 무엇인지.
김 책임: 올해 처음으로 2023 월드IT쇼, CES 2024 등 전시회 참가를 지원해 파트너 발굴과 판로 확대를 지원했다. 또한, 우수한 R&D 결과물을 거둔 참여 기업에게는 혁신조달 연계 협력으로 조달청 혁신제품 인증 컨설팅도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한 기술 기업이 시제품을 완성한 뒤, 실제 테스트할 곳이 없어 어려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서울시 양천구에 위치한 공원에 자율주행 로봇이 다니면서 쓰레기를 치우겠다고 신청했던 기업, 어린이병원에 입원 중인 다리가 불편한 아이가 똑바로 서고 걸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신청한 로봇 개발 기업, 발달 장애인을 위해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 기업 등… 수도 없이 많다. 앞으로도 서울시와 SBA가 지원하는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지원 사업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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