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택경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S22 시리즈가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ame Optimizing Service, GOS)’ 논란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GOS는 게임 실행 시 게임 화면 설정과 CPU와 GPU 성능 등을 조절하는 앱이다. 과도한 전력 소모와 발열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GOS가 이용자 의사와 관계없이 성능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소비자 지적이 이어졌다.
삼성 갤럭시 S22 시리즈. 출처=삼성전자
삼성이 갤럭시에 GOS를 탑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GOS는 지난 2016년 출시된 갤럭시 S7에 처음 도입됐다. 이전부터 갤럭시로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GOS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았다.
갤럭시 S22에서 유독 GOS 문제가 크게 불거진 건 성능 저하 폭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커졌기 때문이다. GOS가 활성화되면 갤럭시 S22의 성능은 탑재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 AP)인 '스냅드래곤 8 1세대(Snapdragon 8 Gen 1)'가 낼 수 있는 성능의 절반이 넘는 수준까지 하락한다.
스마트폰 CPU 성능 측정에 널리 이용되는 벤치마크 앱 ‘긱벤치(Geekbench)’ 개발자인 존 풀(John Poole)이 직접 SNS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GOS를 적용했을 때 갤럭시 S22 울트라의 싱글코어 점수는 664점, 멀티코어 점수는 2235점으로 측정됐다. 삼성전자의 중급형 모델인 갤럭시 A52s보다도 떨어지는 수준이다. 결국 게임을 실행할 때는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걸맞는 성능은커녕, 중급형 기기에도 못 미치는 성능을 낸다는 뜻이다.
긱벤치 개발자 존 풀이 공개한 벤치마크 결과. GOS를 활성화 했을 때 싱글코어 점수는 53.9%, 멀티코어 점수는 64.2%까지 떨어진다. 출처=긱벤치
GOS 이용을 강제한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었다. 이전부터 GOS로 인한 성능 제한에 불만이 있던 이용자 사이들은 자체적으로 GOS를 비활성화하곤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신 운영체제인 ONE UI 4.0부터 GOS를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사실상 차단했다. 과도한 발열과 전력 소모를 감수하고서라도 100% 성능으로 게임을 원활하게 실행하고 싶은 이용자는 선택권이 없어진 셈이다. 이 같은 방침에 관해 삼성전자 측은 “소비자 안전에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PC, 노트북,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는 작동 주파수를 조절하며 전력 소모와 발열을 제어하는 기술, 즉 스로틀링(Throttling)이 필수적이다. 발열 제어에 실패하면 심각한 기기 손상이나 발화와 같은 안전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데스크톱과 달리 냉각 성능이 제한적인 노트북,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는 발열 관리를 위해 스로틀링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만 GOS는 게임을 실행하면 처음부터 성능을 제한하는 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스로틀링 기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그때서야 작동 주파수를 조절하며 전력 소모와 발열을 관리하는 일반적인 스로틀링과 달리, GOS는 게임이 실행되는 순간부터 일관되게 성능을 제한한다. 이를 위해 GOS는 앱 내 데이터베이스에서 게임으로 인식되는 앱을 따로 구분하고 있다. 앱을 실행했을 때 앱의 고유한 이름인 ‘패키지 이름’이 GOS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다면 GOS가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만약 이용자가 쿨러와 같은 추가적인 냉각 대책을 갖추거나, 발열 우려가 덜한 환경에서 게임을 하더라도 성능 제한을 피할 길이 없다.
GOS가 게임이 아닌 일반 앱에도 적용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GOS 앱 내 데이터베이스에 게임이 아닌 일반 앱도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이용자들은 일반 앱을 이용할 버벅거림이 느껴진다거나, 데이터베이스에서 빠져있는 벤치마크 앱의 패키지 이름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일반 앱의 패키지 이름으로 바꾸면 성능 하락이 발견된다는 자체 실험 결과를 내놓으며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출처=존 풀 트위터
이처럼 어떤 앱을 실행하느냐에 따라 스마트폰 작동 방식을 달리하는 걸 벤치마크 업계에서는 부정행위로 보기도 한다. 벤치마크 앱에서만 작동 주파수를 높이거나, 스로틀링이 걸리지 않게 하는 식으로 조정하면 실제 사용 환경에서 발휘할 수 있는 성능보다 높은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벤치마크 점수로 성능을 가늠하며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비자 기만'으로 느껴질 수 있는 행위다. 긱벤치 개발자 존 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우리는 패키지 이름만으로 스마트폰의 성능과 관련된 작동 방식을 바꾸는 제조사들을 좋지 않게 본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긱벤치는 지난해 중국 원플러스가 출시한 원플러스 9 시리즈가 앱 이름에 따라 작동 방식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긱벤치 리스트에서 퇴출한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GOS가 일반 앱에도 적용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게임이 아닌 일반 앱까지 데이터베이스에 들어 있는 건, 단순히 게임과 일반 앱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반 앱에서는 GOS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갤럭시 S22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출처=삼성전자
갤럭시 S22 시리즈가 GOS로 성능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건 결국 발열을 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S21 시리즈가 발열 문제로 비판받은 걸 의식한 듯, 이번 갤럭시 S22 시리즈 공개 행사에서는 새로운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발열 문제를 해결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출시 초기 평가들도 발열 문제가 이전 제품들보다 확실히 개선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GOS 사태가 불거지며 발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한 게 아니라 GOS를 통한 성능 제한이라는 궁여지책으로 덮어뒀을 뿐이라는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삼성전자는 이른 시일 내에 업데이트로 성능 우선 옵션을 추가해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고객 의견을 수렴해 사용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최적의 성능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소비자 의견에 귀 기울여 고객 만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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