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서 난 피아노 학원을 나가지 않았어

레슨이 두번남아있었는데

그냥 나가지 않았어

혹시나 학원생 명부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연락을 해주지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연락이 없더라

실망스러웠어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친 그리고 어떻게 보면 학원 유일의 성인 수제자인데 이렇게 관심이 없나 라는 생각을 하니

너무 서운하더라

혼자 막 별 쪼잔한 생각을 다 했어

에이 뭐 음대생들 다 그렇지 뭐 콧대세고 연애잘하고 이런 등의 되지도 않는 논리의 푸념을 혼잣말로 내뱉으면서

그렇게.....버텼는데

도저히 못참겠더라구

목요일날 학원에 가고 말았어

자존심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그냥 떠나기전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싶더라구

사실 그날이후로 오카리나 선생님 얼굴이 생각나지가 않더라

그래서 얼굴이라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었어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는데

원장할머니께서 계셨어

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라고 생각하고 인사를 하고

원장선생님께서 오늘 나오셨네요? 그러니까

오늘 오카리나 선생님이 일이있어서 원장할머니께서 나오셨다고

아....가슴이 툭 떨어지더라

이제 더이상 볼수없다는 생각에 막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것 같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그런데 순간 기지가 떠오르더라(나름 나의 기지라고 해야하나;;;)

아 원장선생님 저 이제 못 나올 것 같아요

좀 멀리 떠나야 되어서 몇년간은 서울에 없어요

라고 말씀드리면서 학원 열쇠도 돌려드려야되고 인사도 드려야 되는데 오늘 나오셔서 다행이라고 

그동안 잘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씀드렸지

그러면서 오카리나 선생님께도 연락을 드려야 되는데 연락처가 없네요 그냥 원장선생님께서 잘 말씀해 주세요

라고 이야기를 하고 돌아서는데 원장할머니께서

아 오카리나 선생님 연락처 몰라요? 번호 가르쳐줄테니까 연락해봐요

이러시면서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시는거야

야호!!!!!!!

드디어 번호를 땄다는 생각에 아직 연결고리가 하나는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런데 막상 번호를 받고나니 연락을 못하겠더라

별말도 아니었는데.......

그래서 입대전날까지 연락을 못했어

만약 오카리나 선생님 목소리를 들었다간 꾹꾹 눌러뒀던 감정이 터져나올것만 같았거든

원래 남자들 군대가기 전에는 그렇잖아

더 감상적이되고 세상에 미련이 남고 뭔가 극단적으로 행동하고 싶고

그래서 입대하기전에 막 고백하고 차이고 보기안좋게 떠나는 모습 보이고...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연락을 끝까지 안했어

그런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구

내가 입영해야할 부대에 들어가기 직전에 문자를 보냈어

선생님 그동안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연락이 힘들것같아요

그리고 선생님의 드뷔시 프렐류드 연주는 제가 태어나서 들은 연주중 최고였습니다

잊을 수 없을거예요 행복하세요

이런 문자를 보내고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지

미련을 남기기 싫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