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이탈리아 로마는 모든 건물이 유적지이고 문화유산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잘 보존되어 온 문화 도시이다. 로마 여행자들이 콜로세움 다음으로 꼭 봐야 할 곳이 바티칸시국이다. 그저 역사책 속에서만 보아왔던, 교황이 사는 곳이며,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
잠시 바티칸을 알아보고 가자. 바티칸의 정식 명칭은 바티칸시국(도시국가라는 의미에서 市國)이다. 면적은
0.44 제곱킬로미터(여의도 면적의 1/6 정도의 크기로 보라매공원과 비슷한 면적)에 600명 정도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성베드로 성당 큐폴라에서 내려다본 광장
바티칸시국은 중세부터 존재했던 ‘교황청국가’가 1870년 멸망하고 59년
뒤 새로 태어난 국가인데 1929년 라테라노 조약에 따라 독립국가로 탄생해 오는 2029년이면 건국 100주년을 맞는다. 바티칸시국 정부를 ‘홀리 시(Holy
See)’라고 하는데 ‘성좌(聖座)’라는 뜻인 라틴어 ‘상크타 세데스(Sancta
Sedes)’를 영어로 옮긴 것이다. ‘See’라는 영어 단어에는 ‘보다’라는 뜻 외에 ‘대주교
관구’라는 뜻도 있단다.
교황청국가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국토의 1/9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나라였다. 중세의 교황은 엄청난 권력과 위엄을 자랑했고 왕과 황제에게도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였다. 이처럼 거대했던 교황청국가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몰락하게 된 계기는 유럽 전역에서 민족주의의 바람이
거세게 불던 19세기 중엽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통일운동 때문이었다.
당시 로마는 교황청의 보호자를 자처하면서 군대를 주둔하던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프로이센과 전쟁을 벌이던
프랑스가 1870년 세단 전투에서 대패하고, 교황청을 지지하던
나폴레옹 3세는 포로로 붙잡혀 참수형을 당한 후 이탈리아왕국은 로마를 점령해 병합하면서 수도로 선포했다.
문제는 교황청을 어떻게 하느냐였다. 1929년 이탈리아 정부와 교황청은
라테라노 조약을 맺고 ‘교황청은 모든 정치적, 세속적 권력을 이탈리아 왕국에 넘겨주며 교황청 국가는
바티칸시국으로 바뀌고, 권력을 넘겨준 대가로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는 데 합의해 이탈리아 왕국으로부터
정식으로 독립했다. 그래서 바티칸시국은 교황이 통치하는 일종의 신권 국가이자, 전 세계 로마 카톨릭교회의 총본산이다.
바티칸시국의 주요 건물로는 성베드로 성당을 중심으로 바티칸 박물관, 시스타나
성당, 사도궁전, 바티칸 정원, 행정처 등이 있는데 아이러니한 점은 스위스 근위대가 용병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 바티칸시국과 스위스간의 맺은 협정에 따라 근위병은 스위스 국적의 젊은 카톨릭 신자로만 제한된다고 한다.
이탈리아에 도착해 콜로세움을 가장 먼저 보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바티칸시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로마의 주요 문화유산은 대부분 걸어서 다닐 정도의 거리에 있어 호텔에서부터 30여분 정도 걸으니 성베드로 성당이 보이는 바티칸시국에 도착했다.

바티칸 시국 가는 길에 만난 성 천사의 다리와 산탄젤로 성

바티칸 시국으로 가는 길

바티칸 시국 입구
우린 바티칸 박물관을 먼저 보기로 했다. 1인당 45유로에 며칠 전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바티칸 박물관은 성베드로
성당과는 다른 출입구라서 정문에서 벽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아침 일찍 서둘렀는데도 엄청나게 줄을 서있다. 대부분 패키지 관광객들의
줄이다. 한국 사람들로 보이는 단체 관광객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줄을 서있다. 아마도 종교단체에서 성지순례로 온 것으로 보인다.
영국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바티칸 박물관은 세계적인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산드로
보티첼리, 베르니니,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르네상스 예술 거장들의 작품들로
가득 차있다. 원래 바티칸 박물관은 역대 교황들의 궁전으로 사용되던 바티칸 궁전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이라고 한다.

바티칸 박물관 입구

바티칸 박물관 입구

박물관 들어가는 나선형 길과 에스컬레이터

독특한 나선형 길
예술 작품에 대한 정보는 문외한이라 역사책 속에서나 보았던 조각상들과 그림들이 가끔 눈에 띄어 반가웠다. 그 중에서도 시스티나 성당에는 미켈란젤로가 그렸다는 최후의 심판이나 천지창조가 천장 가득 그려져 있는데 정작
익히 알고 있는 손가락 마주치는 그림은 찾질 못했다. 특히 이 그림이 있는 성당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바티칸은 일종의 성지(聖地)이기
때문에, 명문화되지는 않지만 복장 규정이 있다. 관광객들도
바티칸에 입국할 때 반바지 금지 같은 복장에 신경써야 한다.

다양한 석고상들

박물관에서 바라본 성베드로 성당

라오쿤 군상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2시간 정도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나와 근처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성베드로 성당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섰다. 엑스레이 검색대를 거쳐서 나오면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는
성베드로 광장이 있다. 이 오벨리스크는 길이 25미터에 무게가 320톤에 달하는데 고대 이집트 왕조 때 태양 신앙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비로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이
피라미드꼴이다. 서기 40년에 이집트에서 가져와(엄밀히 말하면 약탈해왔다. 저걸 배에 싣고 어떻게 가져왔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네로 경기장에
세웠고, 다시 지금의 위치로 옮겨 세웠다고 한다.
정면으로 보이는 돔 형태의 성베드로 성당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힌다. 베드로는 그리스도의 12명 사제 중 첫 번째 사도로 로마주교의 초대
교황을 역임했다. 예수가 죽은 후 네로 황제에 의해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처형됐는데 그 무덤 위에
성당을 세워 성베드로 성당이 되었다.
르네상스 바로크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미켈란젤로의 설계와 구상으로 1506년
착공해 120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16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 완공했다고 한다. 6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고 500개의
기둥에 400개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으며 10개의 돔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당 앞 분수

오벨리스크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성베드로 성당 내부
메인 건물인 성베드로 성당의 돔은 외경이 42미터인데 전망대에 해당하는
가장 높은 큐폴라(Cupola)에 올라가면 로마에서 가장 높아 로마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광장을 지나 성당엘 먼저 들어가지 말고 오른편에 있는 큐폴라로 올라가는 줄을 먼저 서는 게 좋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바로 성당 내부로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줄은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 줄
서는 곳 외벽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동상도 설치되어 있다.

김대건 신부 동상

전망대

바티칸 시국 정부청사

좁은 계단 수백개를 올라야만 올라갈 수 있다.

저기서부터 힘든 계단이 시작된다.

바티칸 시국 근위병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중간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올라간
다음 계단을 이용하는 방법과 처음부터 계단을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걸어서 올라가는 건 8유로이고, 551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엘리베이터는 10유로인데 32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계단은 매우 좁고 가파른데 현기증이 날 정도다. 혹시나 폐쇄공포증이 있다면 올라가는 걸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숨이
턱까지 찬 끝에 올라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로마 시내를 보는 순간 이게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황홀함을 맛볼 수 있다.
혹시 로마 관광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성베드로 성당 앞에 줄지어 있는 기념품 노점을 이용하는 게 가장 저렴하다. 경험상 가장 멀리 떨어진 기념품 노점이 가장 저렴했는데 찍어둔 기념품이 있다면 몇 군데를 다니면서 가격비교를
한 후에 사는 게 좋다.
아쉽게도 교황이 사는 바티칸시국에서 교황을 뵙지는 못했다. 다만, 나오다가 해외 방송사 차량들이 그 앞에서 방송하는 장면을 여럿 봤다. 나중에
호텔에 가서 안 사실이지만 교황의 건강이 위독해 위험하다는 뉴스를 접했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의
무사완쾌를 기원한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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