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우리 가족의 여행 취향은 좀 별나다. 좀 더 정확하게는 나만의 취향인지도
모른다. 여행을 휴양과 관광 둘만 놓고 봤을 때 거의 90% 이상이
관광 목적인 게 그것이다. 한 곳에서 가만히 먹고, 자고, 쉬고 오는 여행은 내게 아니올씨다, 이다. 여행이라는 목적 자체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걸 보면서 새로운 걸 먹고 느끼기 위함이라 몸이 좀 피곤해도
무조건 싸돌아다녀야 한다는 게 내 여행의 소신이다.
대부도 해솔길의 개미허리 아치교
대부도 해솔길을 다녀간 건 7년 전의 일이다. 두 아들이 초등학생일 나이에 5월
5일 어린이 날이었다. 놀이공원을 데려가도 모자란 판국에 5시간 넘게 애들을 혹사시켰다. 12km에 달하는 대부 해솔길 1코스를 더 넘어 20km 정도를 완주한 것이다.
여름방학도 끝났겠다 어딜 다녀오자 해서 잡은 게 해솔길이다. 이번에도
애들에게 어디를 간다는 얘기는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 일단 차에 탔으니 같이 가는 거다. ㅎㅎ 시화 방조제를 넘어 구봉도 공영주차장에 도착하니 둘째가 자신은 못 걷겠다며 투덜댔다. 결국은 따라오게 되어 있지만 이런 둘째의 컴플레인이 여행을 참 맛깔나게 해준다.
대부도는 원래 섬이었다. 시화방조제가 놓이기 전까지 말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섬이 아니라 언덕처럼 보인다 해서 '큰 언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대부도(大阜島)는 섬 아닌 섬이다. 시화방조제가 놓이기 전에는 대부도가 인천시 옹진군의
부속 도서였는데, 육지로 연결된 후 경기도로 편입되었고, 지자체는
주민투표를 통해, 시흥시, 안산시, 화성군 중에서 안산시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도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안산시 대부동에 소속되어 있다.
대부도로 가기 위해서는 11km가 조금 넘는 시화방조제를 따라 들어간다. 대부도로 가는 방조제 왼편은 바닷물이 고려 썩은 호수가 됐고, 오른편은
바다다. 방조제가 끝나갈 즈음, 시화조력발전소가 있다. 시화조력발전소는 밀물과 썰물의 조수차를 이용해 10기의 수차발전기를
통해 연간 55만2천mWH의
전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라고 한다. 소양강댐에서 생산되는 발전량의 1.5배에 달한다고 하니 어머어마한 규모다. 그래도 다행히 발전소
갑문을 통해 썩은 물을 빼내고 바닷물을 다시 들여 썩은 호수가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조력발전소를 지나
대부도 초입에는 커다란 풍력발전기 2대도 보인다. 7년 전
왔을 때와 달리 왼편 호수도 많이 간척이 되어 엄청난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덕분에 방조제의 기다란 도로에도
신호등이 두 개나 생겨서 정체 현상이 있다.
대부 해솔길은 총 7코스 7개
구간으로 되어 있다. 총 길이는 74km에 이르는 짧지 않은
둘레길이다. 이번에 걸은 구간은 1코스 중에서 절반 정도인 6km이다. 구봉 공영주차장에서부터 구봉 약수터, 개미허리, 낙조전망대, 구봉선돌, 종현어촌체험마을까지이다.
대부 해솔길 1코스
구봉도 역시 과거엔 섬이었다. 지금은 섬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지만
여전히 이름은 구봉도다. 구봉도라는 이름은 봉우리가 아홉 개 있는 섬이라 구봉도(九峰島)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구봉염전을
조성하면서 제방을 쌓은 뒤로는 대부도와 연결돼 이젠 대부도 서북쪽 지역을 말하는 지명처럼 불린다.
가까운 공영주차장은 거의 만석이라 100미터 전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100미터 전의 공영주차장엔 자리가 많다.
트레킹의 시작은 바다가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작은 해송숲이다. 말
그대로 바다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해솔숲이다. 걷다 보면 소나무 향에 그리고 짭조름한 바다향에 취하게
되는 게 대부 해솔숲의 매력이다.
대부 해솔길
2km 남짓 걸어가면 된다.
대부 해솔길
트레킹이라 이름 붙이기 무색할만큼 구봉도의 봉우리는 야트막하다. 높아봤자
해발 100m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산 허리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은 나름 재미가 있다. 10여분 가다 보면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구봉약수터가 나온다. 물맛이
좋은지는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약수터에서 조금 더 올라 해송숲길을 걷다보면 발 아래 개미허리 아치교가 나온다.
해솔길에서 가장 경치가 이쁜 곳이다. 좌우로 시원한 갯벌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다. 물이 빠졌을 때는 갯벌이고 물이 차면 아치교 아래 사람이 다닐 수 없을만큼 물이 차오른다. 개미허리 아치교를 지나 구봉도의 끝까지 가면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넘이를 볼 수 있는 낙조전망대가 나온다.
해솔길 중간중간 바다를 보며 오를 수 있다.
호젓한 해솔길의 오솔길
매미가 마지막으로 처절하게 울어대고 있다.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구봉도 낙조전망대는 탁 트인 바다와 함께 멋진 노을도 감상할 수 있는 뷰 포인트다. 조형물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 앉아서 쉴 수 있는 데크도 놓여져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오전이라 낙조는 볼 수
없었지만 언젠가 해거름녘에 여기 와서 낙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텀블러에 싸온 커피를 한잔 하고
돌아간다. 여기서부터는 반환점이다. 이제 되돌아 가면 되는데
물이 빠진 상태라면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되고 밀물 때는 등산로를 따라 다시 원점인 주차장까지 가면 된다.
중간중간 데크계단이 놓여져 있다.
잔잔한 서해바다도 볼 수 있다.
저 길을 따라 되돌아가면 된다.
개미허리 아치교
해안도로를 따라 돌아가는 길엔 ‘구봉이 선돌’을 볼 수 있다. 이 선돌은 한 쌍의 바위가 마주보고 있는 형상인데
할매바위와 할아배바위로도 불린다. 전설에 따르면 금슬 좋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았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나갔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할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아 기다림에 지친 할머니는 그대로 망부석이 됐고, 몇 년 후 돌아온
할아버지는 돌이 된 할머니가 너무 가여워 그 옆에서 같이 돌이 됐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진다.
낙조전망대
어촌체험으로 조개 캐는 가족들
할매바위와 할애비바위
주차장에서부터 구봉도를 돌아 개미허리 아치교에서 낙조전망대, 그리고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약 2시간 30분이면 넉넉하다.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다. 대부 해솔길을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야트막해서 힘들지 않고 트레킹 코스가 길어야 2시간 30분
이내에서 끝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다녀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트레킹을 하고 차를 타고 나가다가
대부도 초입에 들러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을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바지락 칼국수집은 다음
리뷰에 소개하기로 한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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