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평론가
요즘 용산 대통령실을 보는 세간의 관심은 두 가지다. 우선 하나는 7일 오후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이다. KBS와 무려 두 시간가량 녹화를 마친 일문일답에서 윤 대통령은 향후 국정운영 철학에서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까지 허심탄회하게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의 신년 회견도 무산됐다 하니 KBS와의 신년 대담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당연히 우린 윤 대통령의 선방을 기대한다.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70% 가까이 찬성하는 여론도 의식하면서 할 말은 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특검 요구란 게 야당이 총선용 정치공작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게 엄연히 사실이니까.
물론 윤 대통령은 총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이미 다 했던 수사를 왜 다시 특검하자는 건 2중의 과잉수사가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건 다소 절제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약속에 더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제안했던 총선 이후 특검 수용을 대통령의 입으로 재확인하는 것도 두루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털 것은 털고 가는 게 순리다. 국민과의 소통을 하지 않아서 불통과 오만의 이미지를 키우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것도 물론이다. 오늘 밝히자. 대통령실을 보는 자유우파의 관심 중 그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따로 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다룬 다큐 영화 '건국 전쟁'을 왜 윤 대통령이 공개 관람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그 점 정말 의아하다. 한 인터넷 언론은 윤 대통령은 얼마 전 '건국 전쟁'을 일반 상영관이 아닌 대통령실 내부에서 관람했고, 참모들과의 자리에서 그 영화를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관람일은 2월 1일 개봉 직전이 아닐까 싶은데, 그 영화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심 표명은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공개 관람을 선택하지 않은 건 두루 아쉬운 대목이다.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굳이 공개 관람을 하지 않은 이유가 만에 하나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서라고 보도가 됐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걱정스럽다. 너무 소극적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좌파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김대중 다큐영화인 '길 위에 김대중'의 경우 그걸 둘러싸고 지금 민주당과 좌파는 정말 착착착 한 몸으로 돌아간다. 당 대표 이재명은 시사회 때 일찌감치 관람했다. 김대중 정신을 찬양하는 말도 당연히 했다. 전직 대통령 문재인도 경남 양산 시내에서 와이프 김정숙과 함께 나란히 앉아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을 최근에 보여줬다.
그건 좌파에게 보내는 신호다. '길 위에 김대중'을 많이 관람하고 김대중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총선 승리까지 가지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저네들이 저렇게 나오는 판인데, 우리가 이렇게 너무나 점잖게 대응할 순 없다. 무엇보다 '건국 전쟁'은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런 상품도 아니고, 악조건을 이겨내고 흥행 대박을 기록 중이다.
전국의 영화관 145개에 걸었고 개봉 며칠 만에 김대중 다큐영화를 앞서가는 놀라운 문화사적 기적을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적 현상이다. 민주당의 본산이자 좌파의 심장부인 전라도 광주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2월 1일자 조선일보를 보라. 무려 한 면을 통틀어서 '건국 전쟁' 광주 시사회 때 어떻게 반응이 후끈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대통령을 오해해 부끄럽습니다' 뜨거웠던 광주 시사회" 헤드라인이 그렇게 멋졌다. 지난 달 30일 광주 서구 CGV광주상무에서 영화 '건국전쟁' 시사회가 끝나자 대부분의 관객이 영화를 만든 김덕영 감독에게 다가와 그렇게 고백했다는 것이다. 한 관객은 "저는 민주당 20년 지지자"라며 "영화를 보고 나니 그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기적이다. '건국 전쟁'은 좌파의 비아냥대로 극우 또라이들의 컬트 상품이 아니라는 것, 외려 대한민국 정상화를 가져올 놀라운 선물이 맞다. 그리고 과장을 좀 하자면 그 영화를 5천만 국민 다 볼 기세인데, 이런 호조건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영화 관람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닐까?
다 아시듯 '건국전쟁'은 자유우파 개개인의 쌈짓돈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의 아우성과 피땀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참석한다면 멋진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맞다.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무시하고선 아무 것도 안된다. 그리고 이건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지난해 이맘 때 이승만 기념관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던 게 바로 윤 대통령 자신이었다.
비공개 관람했던 건 일단 없던 일로 하고 다시 공개 관람하길 기대하는 건 지금 국민적 소망이다. 반복해 말한다. 대통령실에서 몇 사람이 모여서 본 것은 큰 의미없다. 설날 연휴를 전후해서 대중과 함께 공개 관람을 선택해주길 바란다. 국민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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