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여친이랑 지리산에 다녀왔어.

코스는 삼정 -> 벽소령 -> 연하천 -> 노고단산장 -> 성삼재

노고단 산장에서 1박

삼정마을에서 길 잘못들어서 지리산 휴양림.. 컥.. 대략 낭패. 뒤로 돌아 갈림길 까지 오니

30분 지체. 다시 벽소령까지 고고씽. 8시 30분 ~ 11시 30분. 중간에 30분 지체된것 포함.
작전도로 좋음.. (이쪽은 다니는 사람 별로 없어서 좋은데.. 차가 올라와서 귀찮다는..)

벽소령에서 콜라한캔 따고.. 다시 연하천으로 고고씽..
형제봉 지나고~ (고혈압으로 쿵쾅쿵쾅 뛰는 심장따윈 즐.)

연하천 도착하니 1시. 무슨 등산대회라도 있는지 사람 무지하게 많더라고..
장터목(지난번 산행때 갔다와서 알고..), 연하천은 공사중.

대충 공사용 모래푸대(헬기로 실어나르는 큼지막한 놈)에 앉아서 여친이랑 육포와 복숭아 통조림으로 요기하고 다시 노고단으로 고고씽.

하지만... 역시.. 서쪽 능선 최대의 고비인.. 토끼봉-화개재-임걸령의 오르막내리막을 이겨내지 못한 여친 떡실신..

배낭 2개 다 둘러메고.. 뒤에서 다리가 풀려 춤추는 여친을 재촉하며 임걸령까지 오니.. 대략 5시.
토끼봉 넘어오는데 시간 날리고..
화개재에서 삼도봉 오르는 계단에서 여친 실신할까봐 스무번은 쉰듯..

일단 시간 날려먹어서.. 노고단에 전화.. 내 전화기는 이미 찬바람에 방전됬고..
여친 전화기로 전화하니.. 늦게 오면 벌금 50마넌 내라고 엄포.

젠장.. 일단 다왔다는 흔하디 흔한 구라를 쳐가며 달렸건만..

이미 돼지평전 지날때 해는 노고단을 넘어가고 있네..

일단 해지고난 뒤의 어스름을 이용해서 노고단 1km 지점까지 이동..
(정말.. 초반에 날려버린 30분이 야속하더라고..)

여기서부터 노고단 고개까지 다 바위투성이 길이잖어..

그리고 눈앞은 이미 컴컴, 달도 없고..

나야 밤눈도 밝고.. 군대에서도 이짓 많이 해봐서 잘만가지만..

여친이 있으니 대략 낭패..

헤드랜턴도.. 어떤 광원도 없는 상황에서 핸드폰까지 방전되었으니..

\'마고할매 살려주소 굽신굽신\'

속으로 외치며 울고 있는 여친을 끌고 한발한발 조심히 내딛으며 노고단 고개까지 딱 올라서니까.


살았다.. 라는 생각 뿐..

그리고 나 믿고 따라와준 여친이 너무 고맙더라고..


시끌벅적 노고단에서 하룻밤 자고.. 운해도 없는 구름에 가린 일출 보고 아침먹고 내려왔지..

...

역시.. 야간운행시에는 광원이 필요해.. -_-;;

서울 오자마자 헤드랜턴 질렀어.


2주 후에는 주왕산 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