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무조건 풀옵션”이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편의/안전사양 선택지가 제공되는 요즘 자동차들은 트림이나 옵션 구성에 따라 완전히 다른 차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기능 차이가 크다. 그러니 옵션 몇 개 뺐다가 후회할 바에는 과감하게 풀옵션으로 뽑는 게 마음 편하다는 뜻의 속설이다.
하지만 이 말이 항상 통하지는 않는다. 기껏 큰돈 들여 선택한 옵션 사양의 사용 빈도가 예상보다 적거나 기능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가 하면 오히려 안전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옵션들을 몇 가지 살펴보기로 했다.
글 이정현 에디터
멋 빼곤 단점투성이 ‘대구경 휠’
갈수록 시끄러운 ‘파노라마 선루프’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적어도 2~3가지의 휠 사이즈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당연히 큰 휠이 보기에도 이쁘고 고급지다. 하지만 휠과 함께 커진 타이어 접지 면적은 일반 도로에서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작용한다. 연비 하락은 물론, 휠의 무게로 인해 가속력이나 제동력 등 전반적인 거동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타이어 편평비가 낮아저 승차감도 다소 딱딱해진다. 훨씬 비싼 타이어 교체 비용은 덤이다.
파노라마 선루프 역시 성능보다는 감성을 중시한 옵션이다. 맑은 날 파노라마 선루프의 채광은 컨버터블이 부럽지 않으며 비 오는 날 유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도 감성을 더한다. 창문과 함께 개방했을 땐 환기에 큰 도움이 돼 흡연자에게도 유용한 옵션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삐그덕거리는 잡소리가 올라온다는 불만이 이어지며 생각보다 열어볼 일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거울보다 못한 ‘디지털 사이드미러’
생각보다 별거 없는 ‘마사지 시트’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아우디 e 트론, 아이오닉 시리즈 등 최신 전기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외부에는 카메라만 달려 있어 부피가 줄고 실내에서는 시야를 크게 돌릴 필요가 없으며 사각지대도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거리감이 없어 후측방 차량의 진행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고 밤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직은 기존의 광학 사이드미러가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로 값비싼 프리미엄 자동차에 적용되는 마사지 시트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마사지 시트를 써보기 전에는 시원하게 마사지 받으며 뭉친 근육을 푸는 느낌을 기대했으나 막상 써보니 마사지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이유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마사지 강도가 세면 안전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완전 자율주행이 상용화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마사지 시트를 운전석에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자식 변속 버튼
사고 사례도 있어
신차에 탑재되는 최신 사양 중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적용되는 옵션도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기본 사양도 있다. 현대차가 현행 그랜저, 쏘나타, 팰리세이드, 싼타페 등에 탑재하는 전자식 변속 버튼이 대표적이다. 변속할 때마다 시야를 돌려 버튼을 확인해야 하며 가끔씩 헷갈릴 때도 있다는 불만이 가장 많다.
실제로 전자식 변속 버튼 오조작이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고 비슷한 사고 케이스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음료수나 먼지 등 이물질이 쏟아질 경우의 오작동 가능성도 지적되어 현재는 전자식 변속 다이얼이나 아이오닉 시리즈와 같이 칼럼식 변속 셀렉터로 대체되는 추세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적어도 차량의 제어와 관련된 장치만큼은 운전자가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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