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속 ‘킬러 로봇’처럼 생긴 ‘터미네이터’ 우크라전 투입 영상 공개
러시아가 강력한 무장을 장착해 ‘시가전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BMPT ‘터미네이터’ 화력지원 전투차량을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MPT 계열 전투차량은 미군도 ‘괴물무기’라고 표현하며 위협적인 무기로 평가했지만 우크라이전에선 현재까지 10여대 가량 소수만 투입돼 전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 BMPT ‘터미네이터’의 우크라이나전 투입은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동부 스바토베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 보병을 공격하는 모습이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논란을 불렀다. 러시아가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영상들에서 공상과학영화속에 등장하는 ‘킬러 로봇’처럼 생긴 BMPT는 30㎜ 기관포들이 레이저 광선을 쏘듯 연발 사격으로 건물 등을 파괴하는 가공할 위력을 보여줬다. 일부 영상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BMPT 공격에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후퇴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터미네이터3'란 별명을 가진 러시아 전투지원장갑차 BMPT. 30mm 기관포 2문과 대전차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고 있어 시가전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러시아 국방부
◇ 30mm 기관포,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중무장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교묘하게 편집해 BMPT의 위력을 과장했다는 평가가 내놓았지만 BMPT가 위협적인 무기라는 데에는 대체로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다. BMPT는 러시아로 ‘전차지원 전투차량’의 약어다. 시가전을 종결한다는 의미로 터미네이터라는 별칭이 붙었다. 2000년 7월 러시아 우랄 제2차 군비 및 군사 장비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뒤 2005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배치됐다. 제1차 체첸전쟁(1994년 12월~1996년 8월)의 교훈을 토대로 시가전 및 근접 전투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병전투 장갑차를 능가하는 중장갑과 강력한 화기로 중무장한 것이 특징이다.
2A42 30㎜ 쌍열기관포, 7.62㎜ 기관총 1문, 9M120 아타카(Ataka)-T 대전차 미사일 4발이 장착된 포탑으로 무장하고 있다. 차체 양 측면에는 AG-17D 30㎜ 고속유탄 기관포 사수를 배치하는 등 총 5명의 승무원이 탑승해 운용한다. 30㎜ 고속유탄 기관포는 분당 420발의 속도로 수류탄과 비슷한 위력을 갖는30㎜ 유탄을 발사할 수 있어 시가전에서 적 보병과의 근접전 시 위력적인 지역 제압 능력을 갖고 있다. 러시아군은 BMPT 계열 전투차량 1대의 전투력이 BMP 장갑차 6대와 완전무장한 보병 40명과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 미 주력 전차.장갑차보다 먼 거리서 교전 가능
30㎜ 쌍열기관포는 급속 사격은 분당 550발, 지속 사격은 분당 200〜300발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유효 사거리는 1.5㎞이며 인마 살상 목적의 연성 표적을 대상으론 4㎞까지 교전할 수 있다. 드론, 헬기 등 항공 표적은 최대 2㎞ 고도까지 교전이 가능하다. 아타카 대전차 미사일은 폭발반응장갑(ERA)을 파괴한 뒤에도 800㎜ 장갑을 관통할 수 있어 대부분의 3세대 전차를 격파할 수 있다.
아타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6㎞에 달해 전차포 유효 사거리 2㎞보다 3배나 길다. 미국 M2A2 보병전투장갑차는 물론 M1A2 주력전차와의 교전에서도 BMPT가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 M1A2 에이브럼스 전차의 경우 120㎜ 주포로 최대 3.5㎞, M2A2 브래들리 보병전투장갑차의 경우 토우 대전차 미사일로 최대 3.75㎞ 거리의 적과 교전할 수 있다.
2023년2월 우크라이나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가 올린 영상에서 러시아군 화력지원 장갑차 BMPT-72 '터미네이터'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고 폭발하고 있다. /루한스크 주지사 SNS 영상 캡처
◇ 미 육군 “미군 위협할 가장 치명적 무기 중 하나” 평가
BMPT 계열 전투차량은 초기형(수출용)인 BMPT-72와 러시아 육군용 BMPT-92, 그리고 가장 최신형인 BMPT-14 등 세종류가 있다. BMPT-72는 T-72 전차의 차체를 활용한 것으로, 염가형 광학 탐지 및 화력 통제 장비가 장착됐다. 카자흐스탄 육군(10대)과 알제리 육군(300대)에 수출됐다. BMPT-92는 T-90 계열 전차 차체를 활용한 것으로 BMPT-72보다 일부 광학·조준장비 성능이 향상됐다. 최신형인 BMPT-14는 T-14 아르마타 차체를 활용했지만 T-14 생산이 지연되면서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T-72·90 전차나 T-14 아르마타 전차 차체를 활용해 BMPT는 여느 장갑차보다 방호능력도 뛰어나다.초기형인 BMPT-72를 시작으로 BMPT-92와 가장 최신형인 BMPT-14까지 모든 화력을 집중할 경우 5분 이내에 현대식 15층 아파트 1동을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 역시 BMPT 계열 전투 차량을 가까운 미래에 미 육군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지상 무기체계 중 하나로 평가했다.
하지만 BMPT가 우크라이나전에선 아직까지 전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엔 처음으로 BMPT-72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파괴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러시아군의 장갑차 ‘BMPT-72 터미네이터’ 1대가 루한스크의 크레민나 인근 숲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의해 폭파됐다”며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러시아군 BMPT '터미네이터'의 주요 무장과 장비들. 강력한 무장을 갖춰 '시가전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네이버 무기백과
◇ 그로즈니 전투 참패를 교훈으로 시가전, 근접전 특화 무기 개발
러시아가 이런 괴물무기를 개발한 데엔 제1차 체첸전쟁 중 그로즈니 전투의 처참한 패배가 큰 영향을 끼쳤다. 그로즈니 전투에 투입된 러시아 제131 차량화 소총여단은 전차 26대 중 20대, 장갑차 120대 중 102대, 야전방공시스템 퉁구스카는 6대 모두를 잃었다. 여단장 사빈 대령을 포함한 병력 1500명이 죽거나 부상, 78명이 포로가 되면서 말 그대로 궤멸됐다. 제19기보사단의 33소총연대는 전체 병력의 20%에 불과한 병사 24명과 장교 1명만 살아남았다.
러시아군이 참패한 것은 러시아군 무기들의 고질적인 결함외에도 체첸군이 러시아 기갑장비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시가전 전술을 폈기 때문이었다. 체첸군은 러시아 T-72나 T-80 전차들이 포신을 올려 대응 사격할 수 없는 근거리에 위치한 건물의 2층이나 3층에서 RPG 대전차 로켓을 전차의 상부 장갑을 향해 발사했다.
◇ 우리도 유사시 북한 지역 시가전, 안정화 작전 대비 필요
반응장갑이 장착된 전차는 대물 저격총으로 사격, 반응장갑을 폭파한 후 대전차 로켓으로 사격했다. 전차가 격파되면서 전차의 뒤를 따라오던 BTR 장갑차들은 사방에서 날아온 총탄과 대전차포에 무력하게 격파됐고, 기갑차량에서 하차한 보병들은 체첸 시민들에게 폭행 당하거나 소화기 공격을 받아 전사하기 일쑤였다. BMPT는 이를 교훈 삼아 근거리 건물 2,3층도 타격할 수 있는 등 시가전, 근접전 능력을 대폭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러시아 BMPT 전투차량이 우리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유사시 북한 지역에서 시가전을 벌이거나 지역 안정화 작전을 펴야 하는데 BMPT 같은 화력지원 전투차량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도 우크라이나전을 예의주시하며 시가전 등에 대한 교훈을 심층 분석할 것으로 보여 우리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교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4억 명이 방문한 대한민국 최대의 군사안보 커뮤니티
< 유용원의 군사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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