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줄 요약:
작년 수출 173억 달러 신기록… 2년새 5배
세계 시장점유율 2.4%, 해외 호평 잇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지난해 국산 항공기 최대 수출로 기록된 폴란드 FA-50 수출에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대규모 FA-50 수출 계약을 따냈다. 사진은 태국 수출기인 T-50TH.
지난 2월21일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미 국방부 관계자들과 우리 방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질의응답이 오가는 간담회가 열렸다. 4년만에 방한한 미 국방부 해외비교시험(FCT)팀이 30여개 우리 방산업체 관계자들과 만난 것이다. 이 자리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현대로템·LIG넥스원·휴니드테크놀로지스 등 30여개 방산업체들이 참가했다.
FCT는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해외 우수 방산 제품을 시험·평가해 이를 더욱 빠르고 경제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운영하는 ‘외국제품 사전검증’ 프로그램이다. 미 국방부는 1983년부터 40년 동안 FCT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34개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819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매년 1억 달러 가량(약 1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15~20개 해외 장비를 도입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CT 프로그램을 통과하면 미국 무기체계 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 국방부로부터 그 우수성을 입증받았다는 점에서 세계 방산시장에서도 수출 경쟁력 제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또 미 국방부로부터 시험평가 예산 등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장비·기술에 대한 관련 연구개발(R&D)을 지속,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많은 국내 업체들이 이번 설명회에 참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방산 시장은 세계 각지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K-방산에 사실상 마지막 도전 대상이다.
국내 업체제품으로는 LIG넥스원이 만든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이 지난 2020년 국내 개발 유도무기 중 처음으로 FCT 프로그램을 통과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다목적 무인차량(로봇) ‘아리온스멧’은 지난해 11월 FCT 대상 장비로 선정된 바 있다. 미 국방부도 방한한 FCT팀에 육·해·공군과 특수전사령부 소요군을 모두 포함하는 등 K-방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K2 전차는 폴란드 수출 계약으로 사상 첫 전차 완성품 수출 사례를 기록했다.
◇미 CNN “한국 방산 이미 메이저리그 진입”
이런 변화는 지난 2~3년 사이 K-방산의 놀라운 수출 급증이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10여년간 20억~30여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K-방산은 지난 2020년 29억7000만 달러에서 2021년엔 72억500만 달러로, 지난해엔 역대 최대인 173억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수출액이 2년 사이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스웨덴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발간한 ‘2022년 국제 무기이전 동향’ 보고서에서 2018∼2022년 한국이 전 세계 방산수출 시장에서 2.4%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직전 5년(2013∼2017년·1.3%)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언론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미 CNN은 “한국 방위산업이 이미 메이저 리그(defense major league)에 진입했고, 미국과 NATO를 대신해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포브스지도 “한국은 조용히 전세계 핵심 무기수출 국가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방위산업을 ‘국가 미래 먹거리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2027년까지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수출국’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으로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23-27 방위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해 ‘국방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과 ‘4대 방산수출 국가’ 진입을 목표로 하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출시장 점유율 50%를 넘긴 베스트셀러 제품 K9 자주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9개국에서 운용 중이다. /각사 제공
◇방산수출 컨트롤 타워 효과적 가동 필요
그러면 올해 방산수출도 지난해 173억 달러를 능가하며 신기록 행진을 계속할 수 있을까? 폴란드가 올해 어느정도 규모의 추가계약을 체결할지와 중동, 호주 등지에서 대형 사업 계약이 성사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지난해 K-2 전차 등 4종에 대한 1차 이행계약만 무려 124억 달러를 체결했다. 남아있는 잔여 계약은 K-2 전차(820여대, 200~250억 달러), K-9 자주포(430여문, 30~40억 달러), 다련장 로켓 천무 및 탄약류(80여문, 40~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측은 남아있는 계약을 올해 모두 체결하기를 바라지만 폴란드는 단계적으로 쪼개서 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K-방산이 폴란드 대박 신화에 그치지 않고 ‘세계 4대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몇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방산 컨트롤 타워의 효율적 운용이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방산 사령탑으로 국가안보실 산하 방산비서관의 신설을 계속 희망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비록 방산비서관을 신설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안보실 주도의 ‘방위산업발전범정부협의회(가칭)’, 원전·방산 수출지원 업무 등을 맡는 국정기획수석실 산하 정책조정비서관, 국가안보실 2차장 산하 방산지원센터(선임행정관급) 등을 신설했거나 신설할 계획으로 있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단순히 기구 신설에 그쳐선 안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가동해야 수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방위사업 계약법,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 등도 필요
방사청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신속획득 프로세스(한국형 MTA)’도 적극적으로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사청이 추진하는 한국형 MTA 도입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과 절차 정립, 조직 신설 및 예산 확대 등에 대한 초당적 협력과 관계부처·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방위사업 계약법’ 제정, 지난해 5월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상호국방조달협정(RDP-A) 체결도 K-방산의 도약을 위해 꼭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에선 반대하고 있지만 방위사업 계약법은 성실실패 용인, 최저가 위주 낙찰방식 개선 등을 위해 필요한 존재다.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에 대해선 업계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선 꼭 넘어야 할 산이라는 평가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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