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를 보거나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신체의 안전’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뉴스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소식’을 다룬다는 속성이 있죠. 사회의 존속 혹은 그 사회의 구성원을 위협하는 소식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다 보니, 폭행이나 살인 등과 같은 범죄에 대한 소식이 주를 이룹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에 대한 불안이 과장됐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한 상황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필수품이 된 자동차 블랙박스가 그렇습니다. 사회는 구성원이 서로를 신뢰해야만 정상적으로 돌아갑니다. 길거리에 강도만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겠죠. 도로 위에서도 사고가 났으면 당사자들이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란 신뢰가 전제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교통사고가 나면 현장에서 도망을 가는 뺑소니가 빈번합니다. 이러한 뺑소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게 과연 비합리적인 불안감일까요? 오늘의 사연도 이러한 고민과 맞닿아 있습니다. toxxx님의 사연입니다(일부 내용 편집).
안녕하세요. 요즘 묻지마 폭행 같은 사건을 보면서, 안전을 지키는 것에도 제 몫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피해가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를 소명하는 것인데요. 문제는 이런 경우엔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바디캠을 들고 다녀도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바디캠을 써도 법적으로 괜찮은 건지, 그리고 증거로서 효력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IT동아입니다. 요즘 흉흉한 소식이 많이 들리면서 안전 문제가 피부로 와닿는 것 같습니다. toxxx님께선 바디캠을 사용해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려고 하시는 듯합니다. 바디캠이 무엇인지 익숙지 않은 독자분들이 계실 텐데요. 바디캠은 주로 경찰들이 근무복이나 신체 중 한 곳에 달아서 현장을 촬영할 때 쓰는 영상 촬영 기기입니다. 사건 현장에 출동해서 증거를 확보하거나, 경찰관에게 욕설 및 폭행을 시도하는 현행범을 녹화할 때 쓰곤 합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을 따지려면 현장의 상황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이때 바디캠 영상이 핵심 증거로 사용됩니다.
출처=셔터스톡
‘스마트폰을 써도 되는데 바디캠이 굳이 왜 필요하지?’라는 의문이 드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긴급한 상황의 특성을 고려해본다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행범이 반항을 하는데 이때 영상을 찍으려고 스마트폰을 꺼낸다면, 그 사람은 이미 도망을 가고 난 상황이겠죠. 그래서, 신체에 부착해서 긴급한 현장을 그대로 담아내는 바디캠이 필요한 겁니다.
사연자님의 고민처럼 일반인이 바디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은 언제일까요? 요즘 배달 라이더들은 배달 사고가 났을 때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헬멧에 바디캠 혹은 액션캠을 부착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액션캠은 움직임이 많은 익스트림 스포츠 영상을 촬영하는 데 최적화된 캠코더입니다. 이륜차 운전은 역동적인 만큼 그 상황에 맞는 영상 촬영 기기가 필요한 거죠. 또, 부모의 입장에선 자녀가 어디서 무슨 사고를 당할지 모르니 바디캠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묻지마 범죄 등과 관련된 각종 범죄 상황에 대비해 증거를 확보하는 용도로 바디캠을 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 바디캠을 통해서 촬영을 하는 것이 합법적인 일인지부터 따져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리버티의 김지진 변호사는 당사자 간의 음성이 녹음된 경우라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음성이 아닌 다른 사람 간의 대화 음성을 녹음하고 촬영하는 건 불법입니다. 김지진 변호사는 “(음성이 들어가지 않은) 영상 자체만을 처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다. 보통은 음성이 안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완전히 영상 촬영만 하는 바디캠을 쓸 때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게 아니면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에 따르면,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람의 신체가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출처=셔터스톡
대법원 판례를 보면,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욕망 및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또한,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장소와 촬영각도 및 촬영 거리, 특정 신체부위가 부각됐는지 여부 등을 종합해 죄를 판단합니다. 전신을 촬영하는 경우라도 비키니나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사람을 찍었다면 불법촬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촬영 또는 그림으로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않고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해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입니다. 초상권을 침해한다면 손해배상청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디캠의 경우엔 상대방이 가해를 가하는 상황을 찍을 목적으로 쓰는 사람이 있겠죠. 이때, 촬영에 동의할 가해자는 없을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에선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합니다. 위법성 조각이란 법률에 반하는 행위여도 이를 범죄 또는 위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실제로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하러 온 사람을 폭행하는 모습을 찍은 게 초상권 침해로 소송을 당했는데, 대법원은 초상권이 침해됐을지라도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원심의 결론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바디캠으로 찍은 영상은 증거로 쓸 수 있는지’ 여부는 상황에 따라 갈립니다. 이혼 소송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는 당사자 간의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바디캠으로 외도 현장을 잡는다면 증거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촬영에 동의를 하지 않는 불법증거라면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민사소송에선 불법증거라 해도 증거 능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앞선 사례의 경우엔 증거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은 민사소송법 202조에 따라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증거능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심증주의란 법원이 판결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인정할 때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것을 말합니다. 증거로 인정할지 말지는 법원의 재량에 맡기겠다는 뜻이죠. 다만, 증거 수집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형사처벌을 받거나, 상대방이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반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위법수집증거의배제)는 위법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불법을 증명하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리버티 법무법인 김지진 변호사는 “보통은 상대의 동의가 없는 경우가 불법증거가 될 수 있다. 혹은 수사기관에서 불법채증(채증이란 집회와 같은 현장에서 범죄 수사를 위해 촬영, 녹화, 녹음하는 것을 말한다)을 해서 증거로 올렸다면, 위법수집증거가 돼서 증거능력이 없게 된다”고 했습니다.
바디캠을 사용할 정도로 사회가 위험한지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다만,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일지라도 불법적인 영상 촬영을 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본인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을 촬영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게끔 관련된 내용을 잘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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