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택경 기자]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적대적 인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사회가 방어전에 나섰다. 머스크는 여론전을 펼치며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거대 플랫폼을 사유화하려는 머스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트위터 주식을 주당 54.20달러(약 6만 7000원)에 100%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총 430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의 적대적 인수안이다. 머스크는 인수 후 트위터를 비상장사로 전환한 후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출처=셔터스톡
머스크는 앞서 이달 4일 SEC 공시를 통해 트위터 전체 주식의 약 9.2%에 해당하는 약 7349만 주를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당초 트위터 주식 매입 사실을 알리며 자신을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수동적 투자자로 지칭했으나, 이내 태도를 바꿨다. 이에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의 이사회에 초대했으나 머스크는 이사회 합류를 거부했다. 이러한 머스크의 행보를 놓고 머스크가 트위터의 적대적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사화에 합류하면 이사회 규정에 따라 지분을 14.9% 이상 늘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측은 현실이 됐다.
트위터 이사회는 독약 처방(포이즌 필)까지 불사하며 머스크의 인수안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사회는 머스크가 인수 계획을 밝힌 다음 날인 지난 15일 포이즌 필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어하기 위해 기존 주주들에게 저가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인수 시도자의 지분율을 희석하고 비용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사회 만장일치로 도입된 이번 포이즌 필은 오는 2023년 4월 14일까지 특정인이 트위터 지분을 15% 이상 확보할 경우 발동된다.
머스크는 여론전으로 응수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트위터를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건 이사회가 아니라 주주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트윗을 올리며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약 286만 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83.5%가 머스크의 트윗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머스크는 17일에는 “트위터 이사회는 트위터 지분을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다”면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사회의 경제적 이익이 주주들이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머스크가 거액의 인수금, 여론전까지 동원하며 트위터 인수에 열을 올리는 건 트위터를 자기 입맛대로 뜯어고치기 위함이다. 머스크는 80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트위터 애용자지만, 트위터의 운영 정책에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다. 특히 혐오·차별적인 내용을 규제하는 트위터의 정책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트위터는 현재 혐오·차별 표현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내용, 가짜 뉴스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삭제나 차단 조처를 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하는 이용자들은 다시는 활동할 수 없도록 퇴출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조차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 이후 폭력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며 영구 퇴출당했다.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머스크는 이러한 트위터의 정책을 부당한 검열로 본다. 머스크는 지난달 5일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서비스 ‘스타링크’에서 러시아 뉴스 매체들을 차단해달라는 정부 요청 또한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머스크는 자기 생각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다고 나름 판단한 후 트위터 인수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5일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잘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투표를 올린 후 “이 투표의 결과는 매우 중요하니, 신중히 투표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200만 명이 넘는 투표 참여자 중 70.4%가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내 추종자들의 여론을 근거로 인수 정당성과 명분을 쌓고 있지만, 세간의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당장 머스크부터가 부적절한 트윗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당사자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 “테슬라를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자금도 확보했다”는 트윗을 썼다가 SEC로부터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다. 거짓 정보로 시장을 교란했다는 이유였다. 이후에도 머스크는 여러 차례 주가에 영향을 주는 트윗을 게재하며 SEC와 갈등을 겪어왔다.
머스크는 주가를 출렁이게 하는 트윗을 여러 차례 게재하며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큰 갈등을 겪어왔다. 출처=셔터스톡
이외에도 머스크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트윗을 게재했다가 지우거나, 2018년 태국 동굴 소년 구조에 참여했던 영국인 잠수전문가를 아무 근거 없이 ‘소아 성애자’라고 비난했다가 사과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사실들을 지적하며 “머스크는 트위터를 추잡한 방식으로 이용해왔는데, 이제는 트위터의 정책까지 주무르려 한다”고 꼬집었다.
머스크가 내세우는 ‘절대적 표현의 자유’가 결국 ‘표현의 자유’를 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런 중재도 규제도, 제한도 없다면 결국 소수의 극단주의자들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표현의 자유 안식처를 표방한 과거 사례를 보면, 결국 방향을 되돌려 규칙을 추가하거나, 극단주의자와 악성 이용자가 활개 치는 무차별 사격지대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가짜뉴스 대응팀 창립자인 사미드 차크라바티도 “효과적인 중재(Moderation)는 본질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으려면 꼭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이게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은 사회 문제에 관해 대마초 중독 고등학생 수준의 이해력을 지닌 사람"이라며 머스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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