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주사위는 던져졌고, 최상의 수가 나왔다. AMD는 지난 11월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체 행사를 열고 새로운 RDNA3 아키텍처 기반의 RX 7900 XT 및 RX 7900 XTX 그래픽 카드를 공개했다. RX 7000 시리즈 그래픽 카드는 세계 최초의 칩렛(Chiplet) 디자인 그래픽 처리 유닛(Graphics Processing Unit, GPU)을 갖추며, 이전 세대 대비 50% 우수한 와트당 성능과 인공지능 가속에서 최대 2.7배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칩렛이란 반도체 동작에 필요한 소형 반도체를 조각내어 배치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칩에 모든 반도체를 통합하는 모놀리식(Monolithic) 보다 생산 수율이 좋아 단가를 절감할 수 있지만, 칩 사이의 통신속도가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1월 3일 공개된 AMD RDNA 3 아키텍처 기반의 그래픽 카드, AMD 라데온 RX 7900 XTX. 출처=IT동아
AMD에게 있어서 이 칩렛 디자인은 하나의 도전이다. 만약 칩 간 통신속도가 발목을 잡는다면 GPU가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칩렛 방식으로 수율을 끌어올릴수록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어서 시장 경쟁력이 확보된다. 다행히 라데온 RX 7000 시리즈의 칩렛은 성능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내부 통신 속도를 갖췄으며 경쟁사와 비교해 우수한 가격대 성능비도 달성했다. RDNA 3 기반의 RX 7900 시리즈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췄으며, 또 얼마나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AMD 라데온 RX 7900 XTX를 활용해 짚어봤다.
RDNA 3 및 2세대 실시간 광선추적에 주목
11월 출시된 제품은 라데온 RX 7900 XT 및 7900 XTX 두 종류다. 출처=IT동아
지난 11월 공개된 RX 7000 시리즈는 20GB GDDR6 메모리와 80MB 인피니티 캐시, 2000MHz 주파수를 갖춘 AMD 라데온 RX 7900 XT와 24GB GDDR6 메모리에 96MB 인피니티 캐시, 2300MHz 주파수를 갖춘 AMD 라데온 RX 7900 XTX 두 종류다. 이중 XTX 제품은 XT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의 라인업으로, 6천144개의 스트림 프로세서를 바탕으로 123테라플롭스의 피크 하프-정밀도 컴퓨트 성능(FP16)과 61테라플롭스의 피크 싱글-정밀도 컴퓨트 성능(FP32)을 발휘한다. RDNA 2 기반 최상급 성능인 AMD 라데온 RX 6950 XT의 FP16이 47.3테라플롭스, FP32 성능이 23.6테라플롭스인 점을 감안하면 두배에 가까운 작업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제품 길이는 287mm, 메인보드 장착 시 슬롯은 2.5 슬롯을 사용한다. 무게는 직전 세대 RX 시리즈와 비교해서 상당히 늘어났기 때문에 별도로 그래픽 카드 지지대를 사용하는 게 좋다.
제품 전원 단자 및 외부 입력 인터페이스. 출처=IT동아
소비전력은 RX 7900 XT가 315W로 750W급 파워 서플라이가 요구되며, RX 7900 XTX가 355W로 800W 이상 파워 서플라이가 권장된다. 전력 공급은 기존 PCI-E 8핀 케이블 두 개가 사용된다.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RTX 40 시리즈의 경우 전용 케이블 규격을 사용해 파워 서플라이를 교체해야는데, 이런 상황과 비교하면 훨씬 경제적이고 범용적이다.
인터페이스는 레퍼런스 제품을 기준으로 HDMI 2.1a, UHBR13.5 링크레이트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포트 2.1가 핵심이다. UHBR13.5는 단일 케이블로 비압축 8K 60Hz HDR 및 4K 240Hz HDR, 혹은 두 개의 4K 120Hz HDR을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송 규격이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포트 2.1 인식을 지원하는 USB-C 단자를 갖춰 전체 단자가 총 54Gbps의 대역폭을 지원해 최대 4K 480Hz 및 8K 165Hz까지 연결할 수 있다. 레퍼런스 제품 사양인 만큼 일반 브랜드 제품에서는 이 정도까지는 지원하지 않겠지만, GPU가 지원하는 디스플레이의 상한선이 높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는 빅칩을 바탕으로 최고의 성능을 추구하는 반면, AMD는 실용적인 구성과 전력 소모대 성능비를 고려한 제품들을 내놓아왔다. 제품 수요층이 겹치지 않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하지만 제품 자체만 놓고 보자면 고성능을 추구하는 엔비디아 제품이 더 좋은 편이며, AMD 라데온은 만년 2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버렸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한 AMD 라데온 RX 7000 시리즈부터는 그 인식에 변화가 올 예정이다. 엔비디아가 성능 상한선 높게 잡다 보니 제품 크기와 소비전력이 예상보다 훨씬 커져 시장 반응이 애매한 가운데, AMD는 실사용 수준에서 최대한 성능을 끌어올려 시장성을 확보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더 이상 AMD가 차선책이 아닌 동일한 비교 선상에 놓인 셈이다.
실사용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AMD 라이젠 9 7950X와 기가바이트X670E 어로스 마스터 메인보드, 6천 MHz 속도의 DDR5 지스킬 트라이던트 Z5 네오 16X2GB로 구성된 시스템에 연결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드라이버는 22.40.00.57 버전이 사용됐으며, 운영체제는 윈도우 11 22H2 버전이다. 테스트에서는 고사양 시스템을 사용했으나, 라이젠 5 7600X 정도의 성능이라면 무난하게 최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지벤치(좌)와 블랜더(우) 각각의 결과. 출처=IT동아
그래픽 카드의 작업 성능을 활용해보기 위해 언리얼 엔진 5 개발 성능을 점수로 환산하는 이지벤치(EZBench), 그리고 특정 화상에 대해 1분당 렌더링할 수 있는 프레임 수를 측정하는 블랜더 3.4 벤치마크를 실행했다. 이지벤치 결과는 평균 59.423프레임으로 RTX 3080 Ti와 비슷한 수준이다. 블랜더에서는 테스트 결괏값의 총 합이 3천934.82점으로 엔비디아 RTX 3070 Ti보다는 높으나, 3080보다는 낮게 나왔다. 블랜더 등 3D 렌더링에서 만큼은 엔비디아의 확장성 및 호환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AMD 라데온 RX 7900 XTX는 온도의 상한선을 조금 높게 잡은 대신 크기를 줄인 구성이다. 출처=IT동아
블랜더를 추가로 활용해 그래픽 카드 온도를 테스트했다. AMD 라데온 RX 7900 XTX의 GPU 점유율이 100%인 상황에서 더 이상 온도가 오르지 않는 수준을 확인했다. 이때 GPU 온도는 최대 67도, 가장 온도가 높은 부분은 83도를 기록했다. 이때 쿨링팬 가동이 57%였으니 일반적인 게이밍 조건에서는 충분히 여유가 있다. 비슷한 체급의 RTX 4080과 비교하면 온도가 5~10도가량 더 높은 수준이긴 하나, 반도체가 버틸 수 있는 온도 한계가가 120~130도이니 아무 문제없다. 오히려 AMD는 발열 한도를 조금 더 높게 잡고 크기를 줄여 케이스 호환성을 늘린 경우다.
파이어스트라이크(좌) 및 포트로열(우) 점수. 파이어스트라이크 결과는 물리 점수와 종합 점수가 아닌 그래픽 점수만 고려한다. 출처=IT동아
게임 시스템의 성능을 수치로 환산하는 프로그램, 3D 마크의 파이어스트라이크와 포트로열을 각각 실행했다. 파이어스트라이크는 DX11 기반의 FHD 게이밍 조건의 게임에 해당되는데, 이때 그래픽 카드가 획득한 점수는 6만8148점이었다. 엔비디아 RTX 4080 16GB의 동일 테스트 점수가 6만 점대 초반이니 상당한 격차로 따돌렸고, 오버클록을 적용하면 RTX 4090 FE에 근접한 성능을 낼 수 있다. 대신 실시간 광선추적(레이 트레이싱) 성능을 확인하는 포트로열 점수는 1만5990점으로 1만8천 점대인 RTX 4080보다는 낮은 편이다. 물론 RTX 3090이 1만3천 점대인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것일 뿐, 실사용 성능면에서는 대단히 높은 RTX 성능이다.
니드포스피드: 히트 플레이 시 FHD 울트라 기준 132프레임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출처=IT동아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한 결과에서도 우수한 게이밍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른 프레임을 요구하는 니드포스피드: 히트를 FHD, 4K(3840x2160) 해상도 울트라 옵션으로 각각 플레이한 결과, FHD에서는 평균 132프레임, 4K에서도 79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었다. 레이싱이나 FPS 등 기본 프레임 수가 높고 전환이 빠른 게이밍 조건에서도 4K 최고 사양 60프레임은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설정 화면, 그래픽 메모리가 24GB로 잡힌다. 출처=IT동아
파크라이 6의 4K 울트라 테스트 결과. 출처=IT동아
1인칭 슈팅 및 액션 장르가 혼합된 파크라이 6 벤치마크 결과에서는 FHD 울트라 기준 평균 175프레임, 4K 기준 124프레임을 제공했다. 권장 사양이 GTX 1060 6G로 비교적 사양을 요구하는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FHD 및 4K 벤치마크 역시 FHD 평균 139프레임, 4K 평균 52.85 프레임을 기록했다. 중저사양 게임은 여간해선 달성하기 어려운 4K 울트라 120프레임을 무난하게 제공하고, 고사양 게임이더라도 옵션 타협을 통해 4K 60프레임 혹은 그 이상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실사용 게이밍 성능은 게임에 따라 RTX 4080보다 조금 부족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며, 실시간 광선 추적 성능만 RTX 3090 수준이다.
괄목할만한 발전, 가성비와 활용도 앞서
AMD 라데온은 그간 차선의 선택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 RX 7900 XTX를 기점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출처=IT동아
AMD 라데온 RX 7900 XTX는 AMD가 엔비디아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기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RTX 4080 12GB의 발매를 취소했다거나, 범용성이 떨어지는 자체 파워케이블을 도입했다가 화재가 발생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다. 특히 RTX 40 시리즈의 가격이 시장의 예상보다 비싸고, 너무 커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 AMD가 엔비디아와 견줄 수 있는 제품을 냈으니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인텔까지 외장형 그래픽 카드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라 AMD가 마냥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전략적인 중요성은 제쳐놓고, 제품에 대해서만 평가해보자. AMD 라데온 RX 7900 XTX는 새로운 RDNA 3 기반 아키텍처로 전작 대비 두배 이상의 작업 성능과 50%를 넘는 와트당 효율성을 갖췄다. 성능 면에서는 엔비디아 RTX 4080보다 근소하게 높고, 실시간 광선추적 성능만 RTX 3090 급이다. 현재로서 이 제품을 넘는 그래픽 카드는 엔비디아 RTX 4090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RX 7900 XTX가 999달러, XT가 899달러로 각각 한화 130만 원, 117만 원대다. 비교군인 RTX 4080 16GB가 175~195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매력적이다. AMD 라데온 RX 7000 시리즈가 이번에는 RTX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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