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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IT] 마스플래닛 전창호 대표, “쿠클리는 고객과 대화하는 식품 브랜드입니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2.29 20: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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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명관 기자]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설립한 농식품 분야 특화 창업보육센터입니다.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서울’이 보유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1,000만 명 규모의 거대한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농식품 분야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전통과 첨단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돕는데요.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구에 위치한 오픈키친 모습, 출처: IT동아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입주 스타트업의 의견을 반영해 실제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데 집중하는 '네트워크'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해 판로개척을 다각화했고(유통 대기업 협업 및 크라우드펀딩 지원 등), 식품 디자인, 홍보 영상 촬영, 특허 출원 등 이종 기업을 연계해 지원하죠. 센터와 입주기업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에 IT동아가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만나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경험을 전달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사용자와 대화하며 그들이 원하는 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스플래닛입니다.

저는 2번의 실패를 경험한 청년 창업가입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마스플래닛은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전창호 대표(이하 전 대표): 마스플래닛은 현재 캠핑용 HMR ‘쿠클리(Cookly)’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캠핑에서 간단하게 요리에 먹을 수 있는 ‘로제쭈꾸미 볶음 밀키트 쿠클리 매콤투움바 소스’와 ‘쿠클리 춘천 닭갈비’, ‘쿠클리 스페셜 모듬꼬치 캠핑용 꼬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설명하면, 단순히 새로운 음식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사용자와 소통하며, 사용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고자 노력하는 스타트업이다.


마스플래닛이 판매하고 있는 캠핑용 HMR 제품들, 출처: 쿠클리 홈페이지



IT동아: 사용자와 소통하며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많은 스타트업 아니, 많은 기업이 사용자 의견을 받아들이며 제품 또는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나?

전 대표: 음… 조금 이야기가 길어지겠지만, 지난 몇 년간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 것 같다. 지금의 마스플래닛 창업 전, 그러니까 2017년에 처음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당시 업체명도 마스플래닛이었지만,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아이디어로 창업한 스타트업이었다.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내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금방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이에 스타트업의 중심이라고 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찾아가 구글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때 제시했던 아이템은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팜’이었다.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게 쉽나. 이제야 깨달았지만, 당시의 모습은 무턱대고 꿈을 좇는 몽상가였다. 마치 스타트업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디어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곧 인정받아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가득했다. 때문에 마땅한 수익, 이렇다 할 비즈니스모델(BM)을 찾지 않은 상황에서 더 많은 투자 유치만을 원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무조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말이다.


마스플래닛 전창호 대표, 출처: IT동아



그렇게 2번을 실패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 당장의 어려움은 있지만, 곧 나를 알아봐 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마땅한 수익이 없는데 어떻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나.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다.

대리운전, 택배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벌며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어떻게든 자금을 모으던 와중에 문득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어디라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고,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게 2020년이었다.

창업 실패와 함께 찾은 깨달음, 고객 목소리


IT동아: 2020년이면…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하던 시기 아닌가.

전 대표: 맞다. 정확하다. 해외를 나가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모으던 와중에 코로나19를 맞이했다. 어떻게 나갈 수 있겠나. 전 세계의 하늘길과 바닷길은 모두 막혔는데.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이면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 바에야 장사나 한번 해보자’라고 생각했다(웃음). 이전까지 너무 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내 주변의 작은 것부터 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밖에 나가는 것도 어렵고, 집에서 요리하며 ‘양파 카라멜라이징’을 알게 되었다. ‘백종원 레시피’ 중 하나로 유명한 양파 카라멜라이징은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조미료와 같지 않나. 후라이팬이나 웍에 기름을 두르고 1시간~3시간 정도 양파를 볶으며 졸이면 어떤 음식에 넣어도 맛을 높이는 양파 카라멜라이징을 만들어 요리에 활용했다.


양파 카라멜라이징을 만들고 있는 모습, 출처: 마스플래닛



그러다가 언젠가 미리 만들어 놓은 양파 카라멜라이징이 다 떨어진 때였다. 다시 그 많은 양파를 까고, 몇 시간을 볶아서 만들려고 하니 답답했다. 그래서 검색했다. 당연히 누군가 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양파 카라멜라이징만 파는 업체는 없었다. ‘응? 왜 없지? …내가 만들어서 한 번 팔아 볼까?’ 이렇게 생각했다.

IT동아: 그… 알겠다. 음식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양파 카라멜라이징이라는 게 그렇게 좋은 건가?

전 대표: 하하. 한번 검색해 보길 바란다. 수많은 레시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다. 양파를 사 와서 볶았고, 양파 카라멜라이징을 만들어 당근마켓에 올렸다. 그리고 바로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재밌다고 느꼈다. 바로 50만 원 정도로 양파 카라멜라이징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다짐도,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기획도,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상세 페이지 등도 필요 없었다. 그냥 만들어서 판매하면, 소비자가 찾았다.


네이버에서 ‘양파 카라멜라이징’으로 검색한 화면, 출처: IT동아



‘이거 재밌다’라고 느꼈다. 마침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고 계셨다. 벼농사부터 마늘, 양파, 파 등을 재배했는데, 부모님께 양파를 받아서 판매했다. 정말 잘 팔렸다(웃음). 그리고 같은 해인 2020년, 서울시에서 지방의 지역자원을 활용해 창업하려는 청년을 지원하는 ‘서울시 넥스트로컬’에 지원해 선정되기도 했다.

IT동아: 정리해 보자. 다름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나만의 생각으로 시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보다 그냥 만들기 귀찮은 양파 카라멜라이징을 만들어 판매했더니 바로 시장 반응을 확인했다는 뜻인가.

전 대표: 맞다. 이걸 경험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작은 문제, 내 주변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고객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집중하자’, ‘내 옆 사람이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고객이 원하는 것부터 해결하자’ 그런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서울시 넥스트로컬에서 선정된 모습, 출처: 마스플래닛


양파 카라멜라이징으로 시작해, 캠핑용 HMR을 개발합니다


IT동아: 고객의 반응,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다는 것. 그건 바로 시장성 테스트 아닌가.

전 대표: 맞다. 주변의 얘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20년 공유주방 위쿡에 입주해 양파를 까고 볶았다. 손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하루에 양파 200kg을 까고 볶았다. 이걸 1년 동안 계속했다. 농담이지만, 1년 동안 만든 양파 카라멜라이징을 기록하면 기네스북에 오르지 않았을까.

그렇게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온라인으로 판매를 위한 인증을 완료하는 데 1개월밖에 안 걸렸다. 제품을 올리자마자 ‘식당에서 바로 대량 주문할 수 없냐’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지방에서 상품성이 낮다고 버리는 ‘못난이 농작물’을 받아서 요리했다. 넥스트로컬에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못난이 농작물을 위해 지역 곳곳을 돌아다녔던 모습, 출처: 마스플래닛



IT동아: 시장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것 같다. 그럼 지금도 계속 양파 카라멜라이징 위주로 판매하는 것인가.

전 대표: 음… 결론적으로 여전히 판매하고 있지만, 주력 제품은 아니다(웃음). 처음 양파 카라멜라이징을 사려고 했을 때, 왜 아무도 팔지 않는지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우선 만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양파를 안정적으로 구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을 고용해서 만들기에는 인건비 대비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

유통도 문제였다. 양파 카라멜라이징은 기본적으로 냉동으로 배송해야 하는데, 콜드체인으로 배송하는 비용도 만만찮았다. 이를 낮추기 위해 동결건조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그럼 맛이 달라졌다. 고객이 원하는 가격과 제조 원가를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대로 단순히 양파 카라멜라이징만 판매해서는 어렵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생각을 바꿨다. 조금 더 제품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IT동아: 아, 양파 카라멜라이징을 이용한 다른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한 것인가.

전 대표: 맞다. 양파 카라멜라이징은 맛을 보장한다. 이 맛을 활용해 새로운 음식, HMR을 개발하면 수익을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개발한 것이 ‘로제 쭈꾸미’다. 레시피를 연구해 제품을 완성하고, SNS에 작은 규모의 광고로 제품을 알렸다. 주문이 들어오고 판매량이 차츰 늘어나더니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매출이 발생했다.


쿠클리 로제 쭈꾸미를 구매한 고객의 다양한 사진 후기 모음, 출처: 쿠클리 홈페이지



이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의 목소리였다. 레시피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다. 로제 쭈꾸미가 있다면 구매하시겠습니까? 어떤 맛이면 좋겠습니까? 얼마에 판매하면 구매하시겠습니까? 등… 다양한 의견을 취합했다. ‘고객에게 물어보자’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정은 달라졌다(웃음).

스스로 ‘물음표 살인마’라고 생각한다. 제품 판매 이후에도 계속 고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걸 왜 사시나요?’, ‘어디서 먹기 위해 사시나요?’, ‘맵기는 적당한가요?’, ‘크림 맛을 더 넣을까요?’, ‘조리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다른 음식은 필요한 것 없나요?’ 고객 피드백을 계속 확인했다. 그렇게 닭갈비와 모둠꼬치도 개발했다. 이유는 하나다. 고객이 원해서다. 로제쭈꾸미를 구매한 고객이 ‘이런 음식도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개발했고, 현재 판매하고 있는 HMR 제품 라인업을 완성했다.


쿠클리 로제 쭈꾸미 고객 후기, 출처: 마스플래닛



IT동아: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 좋고 무서운 방법이다. 끊임없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좇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간혹 몇몇 대표님들은 ‘내 생각이 맞는데 왜 알아봐 주지 않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 대표님은 정반대로 접근한 것 아닌가.

전 대표: 그렇게 쿠클리 브랜드를 앞세워 제품을 하나씩 추가했다. ‘캠핑 음식’이라는 주제도 고객이 찾아줬다. 일주일 기준, 우리 제품을 구매한 고객 중 100명에게 물어보며 찾은 결과였다.

쿠클리는 고객과 대화하는 브랜드입니다


IT동아: 마스플래닛이 추구하는 가치는, 결국 고객인 셈이다.

전 대표: 고객이 원하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이 원하는 문제점 하나하나를 찾고, 고객의 의견을 세세하게 반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고객의 문제를 듣고, 문제 해결을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냉동 HMR 식품 브랜드 ‘쿠클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레시피를 개발하고, 생산을 검수하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며 제품을 하나씩 선보였다. 속도는 느리지만, 그렇게 선보인 제품의 고객 반응은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제품 식자재부터 제조 방식까지, A부터 Z까지 고객 의견을 반영했다.

그렇게 제품을 판매하다가 카카오로부터 협업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카카오 측에서 300만 명에게 우리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이에 맞춰 제품을 기획해 판매하고 있다.


마스플래닛 전창호 대표, 출처: IT동아



IT동아: 언제 법인을 설립한 것인지 궁금하다.

전 대표: 지금의 마스플래닛는 2021년 6월 설립했다. 연세대학교 초기창업패키지를 통해 법인을 설립했고,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출을 올리며 BEP를 달성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0억 원 규모다.

우리는 고객에게 집착한다.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는 무엇인지 찾는다. 식품 트렌드는 빠르게 바뀐다. 때문에 고객의 마음을 잘 확인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친구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렵고 지겨운 일이다.

현재 마스플래닛 총 인원은 4명인데, 인원을 무리해서 충원할 생각은 아직 없다. 팀원 모두가 고객과 소통하는, 고객과 나누는 대화를 보다 더 원활하게 완성한 뒤에 규모를 키워나갈 생각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여러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손해 없이 고객과 소통하는 것부터, 기본기부터 다지는 것을 우선하기 위해서다.

마스플래닛의 쿠클리는 고객과 대화하는 브랜드다. 고객에게 건네는 질문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우리 마스플래닛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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