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정연호 기자] 쿠팡이 물류 창고에 무인운반로봇을 도입하면서 물류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대구 쿠팡물류창고는 로봇 등의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연면적 33만㎡(축구장 46개 규모) 풀필먼트센터(FC)로 이곳에 3200억 원 이상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 따르면, AGV(무인운반로봇) 도입으로 현장 작업자의 업무량이 전통 물류센터 대비 65%가량 줄었다.
대구 물류창고는 쿠팡이 추구하는 물류 혁신의 밑그림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기술은 새로 지을 물류센터뿐 아니라 기존 물류센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기술의 핵심은 무인운반로봇을 활용한 무인화다. 로봇이 전체 공간을 인식하고 이동하도록 바닥에 QR코드로 이동 경로를 설정했다. 로봇의 카메라가 경로를 인식하고, 장애물 감지 센서가 주변 사물과 충돌을 방지한다.
물건이 담긴 선반을 이동시키는 AGV, 출처=쿠팡
QR코드를 스캔하며 움직이는 AGV 위에는 제품이 담긴 선반이 있다. 작업대로 온 AGV에서 작업자가 물건을 빼면, 근처에 있는 모니터에 물건을 넣어야 할 바구니가 블루라이트로 표시된다. 바구니에 물건이 들어가면 분류로봇이 송장을 스캔한 뒤 배송 정보를 인지하고 배송지별로 분류한다. 대구센터에는 1000여 대 이상의 AGV가 사용되고 있으며 이들이 나르는 선반만 수만 대에 달한다고 한다.
물류센터에 있는 RC센터에선 무인지게차가 물건을 옮긴다. RC센터는 물건을 대량으로 매입해서 보관하는 곳이다. 다른 센터에서 물건이 부족할 때 이를 보낸다. 이 안에는 물건이 팔레트 단위로 대규모로 보관돼 있다. 무인지게차가 팔레트를 옮길 때 기둥 QR 코드로 자신의 위치와 상품 위치를 인식한다. 작업자가 운반이 필요한 상품 번호를 누르면 무인지게차가 최대 1.5톤의 물건을 옮긴다고 한다.
쿠팡의 무인지게차, 출처=쿠팡
보통 물류센터의 사고는 대용량 상품을 싣고 나르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펜스를 설치해 지게차가 움직이는 공간에는 작업자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만약 사람이 무인지게차 존에 들어가면 무인지게차 운행이 중지돼 사람의 안전을 지킨다.
아마존처럼 '자동화'에 나선 쿠팡
아마존의 무인운반로봇 프로테우스, 출처=아마존
쿠팡의 첨단 물류센터는 미국 아마존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스마트 물류센터와 닮았다. 아마존의 무인운반로봇 ‘프로테우스(Proteus)’도 상품이 담긴 고카트(GoCarts) 밑으로 들어가서, 이를 들어 올리고 옮긴다. 로봇팔 카디날(Cardinal)은 여러 상품 중 필요한 상품묶음을 인식하고 이를 고카트에 옮긴다. 카디날과 달리 상자가 아닌 개별 상품을 인식해 물건을 분류하는 스패로우 (Sparrow)도 최근 공개됐다.
아마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52만 대의 운반로봇이 물류센터에 배치됐다. 매년 아마존을 거치는 50억 개 이상의 물건 약 75%가 물류 과정 중 로봇에 의해 처리된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인력에 의존해야 하는 물류센터의 한계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또한, 아마존은 로봇 시스템이 물류 노동자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쿠팡 역시 아마존처럼 인건비 절감과 물류 속도 효율화 등을 위해 물류 센터에 로봇 등을 확장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해외에선 아마존의 스마트 물류센터가 오히려 노동자를 더 위험하게 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다.
아마존 물류센터의 재해율을 비교한 표, 출처=SOC
미국 노조 연합인 SOC(Strategic Organizing Center)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기술이 적용된 아마존의 물류창고는 2021년 재해율(injury rate)이 노동자 100명당 7.3명이었다. 반면, 로봇 분류 시스템이 없는 곳은 100명당 5.7명이다. 해당 보고서는 아마존과 다른 사업주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로봇이 적용된 물류센터가 로봇이 적용되지 않은 곳보다 재해율이 매년 더 높았다”고 했다.
아마존의 설명과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보고서는 “로봇이 물류 노동자의 작업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었고, 노동 조건을 위험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로봇에 따른 효율화로 인해 작업 속도가 빨라졌고 노동자는 이 속도에 맞추느라 더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탐사보도센터의 윌에반스(Will Evans) 기자도 관련된 내용을 조사하면서 “물류센터 노동자는 하루에 10시간 동안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만 하는 것은 힘들어했다”고 보도했다. 로봇 덕분에 작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작업자에게 기대하는 작업량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윌 에반스는 OSHA의 의료담당자이자 아마존 물류센터를 점검한 의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로봇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노동자가 더 빠르게 물건을 들고 움직여야 한다면, 부상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는 "아마존 역시 노동자 안전을 위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끝까지 지속되지 않았다. 또한, 안전조치들은 생산량과 작업 속도를 줄이는 것과는 무관했다"고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행동을 휴식 없이 계속 빠르게 반복하면 근육이 쉬지 못하게 되고, 신체와 정신이 지치며 이는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재해율은 사소한 사건까지 모두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보다 수치가 높아 보이는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쿠팡의 물류센터는 아직 다양한 기술을 실험하는 시작 단계다. 아마존처럼 전체 물류센터에 본격적으로 로봇을 도입한 상황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또한, 아마존과 쿠팡의 물류센터는 구조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맞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아마존의 사례를 통해서 작업 속도를 높이는 것에만 집중하면 노동자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스마트 물류센터가 성공하려면 작업 효율화와 함께 노동자 안전을 위한 대책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쿠팡은 무인지게차 존에 설치한 분리용 펜스 외에 어떠한 안전 장치를 고려하고 있는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쿠팡은 직원 안전·건강관리 전담인력을 600명을 두고서 물류센터의 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컨베이어 시설 등의 정기 관리를 하며, 각종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하고 있다. 스마트 물류센터 확장에 나설 때도 이러한 안전관리팀의 사전 준비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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