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올해 5월 중순, 포 사격 훈련이 진행되던 전라남도 장성군의 한 군부대 사격장에서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사격 훈련 직전에 드론이 등장한 것이다. 해당 드론은 산불 대응용으로, 포 사격 훈련 와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산불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입된 것이다. 드론은 산불 발생 시 확산가능성이 있는 주변 지역에 산불지연제를 뿌리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이후 사격 훈련은 순조롭게 종료되었다.
올해 5월, 군부대 포 사격장의 산불지연제 설치 임무에 투입된 드론 / 출처=이디씨
이날 투입된 드론 및 산불지연제는 재난 대응용 드론 솔루션 전문 스타트업인 ‘주식회사 이디씨’에서 개발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제작된 샘플 제품이지만, 앞서 소개한 군부대 사격장을 비롯, 이미 상당부분 성능을 검증받았다는 점을 이디씨는 강조한다.
남효순 이디씨 대표이사 / 출처=IT동아
이디씨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의 유망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2022년도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발굴된 기업으로, 산불확산방지 임무에 특화된 드론 및 산불지연제가 대표 솔루션이다. 취재진은 이디씨 남효순 대표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재해 방지용 드론의 방향성에 대해 살펴봤다.
- 이디씨를 설립할 때까지의 여정이 궁금하다. 창업의 계기는 무엇인가?
: 창업 이전, 한 드론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이 시장의 비전을 느꼈다. 특히 고향인 울진에서 큰 산불이 난 적이 있는데, 드론을 통해 이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산불지연제 및 드론을 활용한 솔루션의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2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예비창업패키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아 사업을 본격화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었고, 특히 멘토링 프로그램, 선배 기업들과 연결 기회 제공 등이 좋았다. 이를 통해 기업 운영이나 마케팅 노하우도 어느정도 익힐 수 있었다.
-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드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제품의 특징도 궁금하다
: 드론은 다양한 입무에 투입할 수 있는데, 당연히 산불 피해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우리가 개발한 솔루션은 임무용 드론, 그리고 산불지연제다. 기존의 드론은 큰 용량을 담기 어려웠지만 우리 드론은 50리터 대용량 산불지연제를 담을 수 있다. 드론 전문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 개발 및 유용성 검증을 진행했다. 살포 업무 외에 모니터링 및 추적 기능의 구현을 위해 여러 기업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이디씨의 주요 사업 분야 / 출처=이디씨
- 예전에는 이런 제품이 없었나? 있었다면 기존 제품과의 차별점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 기존 제품은 에어노즐로 분말 형태의 소화제를 뿌리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것을 야외에서 쓰려면 단점이 많다. 특히 산불이 많이 나는 가을이나 겨울철에는 바람도 많이 불기 때문에 분말형태 제품을 쓰기가 어렵다. 그 외에 소화탄을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었는데, 이는 작업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제품은 직접 불을 끄는 것 보다는 더 이상 피해지역이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산불지연제’의 기능에 충실하다. 또한 기존의 산불지연제는 화학적으로 만들어지고 어독성(물에 스며들면 수생생물에 해를 가하는 성질)이 강해 2차 환경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 이는 인체에도 역시 유해하다. 하지만 우리 제품은 자연에서 얻은 흙을 비롯한 친환경 원료를 적극 활용했고, 여기에 첨가제 및 가공 기술을 더해 기존 것보다 한층 우수한 산불지연제로 탄생했다. 이는 ESG(친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개선)가 강조되는 최근의 트렌드와도 잘 맞는다.
- 제품의 실제 이용사례는 있나? 반응은 어땠나?
: 작년 12월과 올해 5월 전남 장성에 위치한 군 사격장에서 35사단 이순신 여단을 통해 성능을 검증받았다. 포 사격 훈련 후 산불 우려가 있어 삼림청 헬기가 동원되기도 하는 데 그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래서 우리 제품이 소개되었고, 사격 전에 드론을 이용, 산불지연제를 설치해서 안전하게 산불 없이 사격 훈련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군부대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도 받았고 전반적인 반응은 호평이었다.
드론을 이용한 산불지연제 설치 작업 현장을 지켜보는 이디씨와 군 관계자들 / 출처=이디씨
- 제품의 개발 자체는 상당수준에 이른 것 같은데 상용화를 비롯한 향후 계획은?
: 현재 산불지연제는 하루에 0.5톤 정도 생산할 수 있는데, 투자를 통한 생산 시설 확충, 그리고 환경 관련을 비롯한 각종 인증절차를 마치면 내년 상반기에 본격 상용화가 예상된다. 주요 고객은 삼림청이나 지방자치단체, 군부대와 같은 공공시설, 혹은 사찰 등이 될 것이다.
또한 드론을 보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산불지연제용 멀티콥터형 드론 외에도 체공 시간이 긴 고정익 탑재 비행기형 드론을 산불 감시용으로 공급할 것이다. 이를 위한 지상통제용 제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한층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더불어 드론을 활용한 재난안전 시뮬레이터도 개발하고 있다. 풍향이나 풍속, 위치, 영상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상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했으며, 이를 통해 우리의 드론과 산불지연제를 한층 효과적으로 활용해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10월 중 1차 시제품의 출시가 예상된다.
- 이 기사를 보는 독자들, 그리고 미래의 예비 고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 일어나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아이템이 하루빨리 상용화되었으면 한다. 그 외에 촬영용이나 농업용 등, 드론의 응용 방법은 많다. 또 추후에는 친환경 성분을 이용한 난연재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 기술로 페인트나 벽지 등도 나올 수 있는데, ESG 경영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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