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출입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동문 김광일(정치외교학과 13졸), 정상훈(국어국문학과 14졸), 이하영(청소년지도학과 15졸) 기자를 만나보았다. 재학 당시 명지대학교 홍보기자단으로 활동했던 세 사람은 나누었던 추억만큼이나 서로 닮은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명지대학교를 졸업하고, 국회 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생생히 국가의 주요한 대소사를 담아내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밤낮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적 현장의 중심에서 사건을 발 빠르게 보도하되,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기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좀 더 나은 내일을 그려볼 수 있었다. 세 명의 국회출입기자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보자.
1.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인터뷰를 읽을 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광일 : 반갑습니다. 저는 정치외교학과 07학번 김광일이라고 합니다. 경제학을 복수로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기자직 취업을 준비하다가 2014년 거의 마지막으로 지원했던 CBS에 합격했습니다. 현재는 라디오방송과 인터넷 노컷뉴스를 통해 정치권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정상훈 : 안녕하세요, 저는 2014년도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07학번 정상훈입니다. 뉴스1 정치부 정당팀에서 2년 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출입하다가, 지난 2월부터 산업1부로 자리를 옮겨 재계 및 전기·전자를 담당해오고 있습니다. 홍보기자단에서는 2011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활동했습니다.
이하영 :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지도학과와 행정학과를 복수전공한 10학번 이하영입니다. 2015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아프리카로 해외봉사를 떠났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일 년여 시간을 통해 기자의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2017년 초 서울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정치부에서 국회 뉴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정치외교학과 13졸)
2. 국회출입기자를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도 계실 텐데, 국회출입기자와 일반 기자의 차이점이 있나요? 더불어 국회에 출입하며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기셨을 듯한데, 인상 깊게 남아있는 에피소드 몇 가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김광일 : 특별한 차이는 없습니다. 국회와 정당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권의 소식을 전할 뿐입니다. 이를 위해 국회의사당 내 기자실로 출근해 정치인들과 종일 부대끼며 살고 있습니다. 과거 사건팀에 있었을 때 경찰관들과 정부부처를 출입하며 공무원들과 시간을 보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굳이 특이점을 꼽자면 ‘권력’이 중심에 놓여 있고, 권력을 쥐려는 자와 놓치지 않으려는 자 사이에 펼쳐지는 계산과 술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때로 권력 앞에 선 정치인들의 민낯을 직면할 때가 있습니다. 지난해 몇몇 쟁점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고 상정했던 과정과 총선을 준비하는 최근에 이르러 비슷한 사례를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정상훈 : 기삿거리를 발제하고 취재하고 기사로 완성하는 과정은 여느 기자들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국회는 대한민국의 모든 법과 정책의 출발점입니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상주하는 국회에서는 시시각각 새로운 발언이 나오고, 사건이 일어납니다. 기자의 주관과 객관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곳입니다.
빠르게 기사를 생산해야 하는 통신사(News Agency)에서 근무하는 만큼, 다양한 현장을 경험했습니다. 대통령 탄핵부터 조기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역사적 현장의 중심에 있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2년 전 남북정상회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평양에서 진행되었던 2차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수많은 내·외신이 동대문 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모였습니다. 회담 마지막 날,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텍스트로 옮기는 ‘워딩’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저의 타자 하나에 대통령의 발언이 제대로 전달될 수도, 오보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진행된 30분이 마치 30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치고 나서야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은 걸 알게 됐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었던 것만큼 막대한 부담감을 안고 글을 작성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하영 : 제가 느낀 정치권의 매력은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여러 정치인들이 종종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뜻에서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정치인들은 국가의 대의와 정당간의 권력다툼이라는 두 가지 큰 축 사이에서 늘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합니다. 정치부 기자들은 무수한 모임과 회의의 흐름을 포착하고자 정치인들과 동일하게 새벽부터 밤까지 휴대폰과 노트북을 붙들고 같이 뜁니다. 정치권의 모든 일상을 대중에게 다 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장의 흐름을 최대한 포착하고자 노력합니다.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중대한 직책을 수행하는 정치인들인 만큼, 좋은 정치를 만들고자 기자로서 일조하고 싶습니다.
뉴스원 정상훈 기자(국어국문학과 14졸)
3.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관용적 표현이 있듯, 기자 활동을 하면서 성취감 혹은 자부심, 프라이드가 강해질 때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취재와 기사를 작성하시면서 본인만의 기사(취재)철학,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인지 부탁드립니다.
김광일 :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때 성취감을 느낍니다. 특히 저는 노동·환경·젠더·장애 등 인권 이슈에 관심이 많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학살에 관해서는 꾸준히 취재해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기사를 통해 법이나 사법 판결을 바꾸는 데 기여했던 일들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특별한 취재 철학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세상의 많은 일들은 한두 가지 원인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고 입체적 성격을 갖는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입장의 이해관계자를 두루 취재하고 기사에 반영하려 합니다.
정상훈 : 직접 쓴 단독기사가 제게 큰 성취감을 안겨줍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단독기사는, 신보라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돌이 안 된 자신의 어린 아이와 함께 국회 본회의장 출석할 것을 국회의장에게 요청했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화제만큼 논란도 예상됐던 기사였습니다. 그만큼 의원 측과 국회 측의 입장을 성실히 담으려 했습니다. 이후 제 기사를 받아 쓴 후속 기사들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나오고, 정치적 이슈로 논의되는 장면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단독기사 외에도 국회 출입기자에게는 자신이 담당한 법안의 입법부터 본회의 의결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특별한 성취감을 안겨줍니다. 저에게는 그 법이 ‘유치원 3법’이었습니다. 처음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때까지 1년여의 과정을 해당 법안을 담당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지켜봤습니다. 오랜 우여곡절 끝에 ‘유치원 3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 박용진 의원과 통화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비판과 견제 못지않게, 잘한 일은 칭찬하고 좋은 소식은 알리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극보다 희극을 좋아했던 성격 탓인지, 그런 취재가 더 적성에 맞았고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이하영 :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을 직접 보고 들으며 직접 글로 기록한다는 점과 제 기사로 사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기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낍니다. 정치부에서는 21대 국회의원이 탄생하기 직전의 순간을 하나하나 직접 목격하며 전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부에서는 사각지대 속에 방치됐던 청소년 부모의 삶과 국내 이주민 문제를 취재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보도했던 내용이 정부정책으로 반영됐을 때는 ‘밥값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기자생활을 할수록 성취감과 자부심보다는 겸허함을 많이 느낍니다. 한 사건에 대해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기사에 반영한다 해도 그 사건의 모든 면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쓸 때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노력합니다.
서울신문 이하영 기자(청소년지도학과 15졸)
4. 홍보기자단 활동이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어떤 식의 도움이 되었는지가 궁금하고 기자를 결심하게 된 계기 또한 궁금합니다.
김광일 : 홍보기자단 입단 전부터 저는 이미 기자를 꿈꾸고 있었으나, 홍보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기사작성 등 실무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고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홍보기자단에서 고락을 함께 하다 현직에서 함께 활동하는 선후배는 제 가장 큰 자산 가운데 하나입니다.
홍보기자단은 작은 사회입니다. 협력하며 취재를 하고, 놀 땐 신나게 놉니다. 홍보기자단 선배들이 사회적으로 자리를 잘 잡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인맥 쌓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홍보기자단 활동한 게 자기소개서 작성할 때 좋은 에피소드로 활용되었습니다.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단체가 홍보기자단입니다. 특히 사진교육과 기사교육을 받는데, 이런 것들이 두고두고 활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학교를 대표해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단체가 홍보기자단입니다.
정상훈 : 명지포커스와 명지투데이에 실린 저의 바이라인(기자 이름)을 보고 설렜던 기억이 납니다. 현재 홍보기자단의 규모가 커졌다고 들었는데, 제가 입단해 활동했을 때는 인문캠퍼스 5명과 자연캠퍼스 5명으로만 구성된 조직이었습니다. 그만큼 끈끈했고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홍보기자단에서만 배울 수 있는 기사작성과 사진촬영 수업의 커리큘럼이 매우 훌륭했다는 사실을, 기자 시험 준비를 하고 수습기자 교육을 받으면서 깨닫게 됐습니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훌륭한 기자수업과 더불어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는 홍보기자단으로 서둘러 오세요!
기자를 꿈꾸게 된 이유는 단순하게도 어릴 적 TV를 보며 느꼈던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정치·사회적 역사의 파고를 목격하며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흔히 ‘언론고시’라고 하는 언론사 입사시험을 봐야 하는데, ‘언론고시’라는 표현대로 이 또한 ‘시험’입니다. 기자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자기만의 필살기 글(논술 또는 작문)을 준비해 놓으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하영 : 홍보기자단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진로 선택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은, 꿈 많은 욕심쟁이 대학생이었죠. 홍보기자단이 제게 준 가장 큰 도움은 좋은 인연을 선물해줬다는 겁니다. 대학생 때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기자란 직업을, 김광일 선배의 기자생활을 보면서 처음으로 ‘저 직업도 참 괜찮네’ 생각해보게 됐어요. 정상훈 선배를 비롯해 수많은 홍보기자단 선배, 동기, 후배들은 아직도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며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좋은 관계입니다. 꿈 많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게 홍보기자단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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