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미디어뉴스] 양혜나 기자 = 4.10 총선이 불과 28일 남았다. 오는 5월 30일 개원할 제22대 국회에 앞서 지난 4년간의 21대 국회 의정활동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양당제였다.
2020년 4.15 총선을 통해 구성된 제21대 국회는, 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과반 이상인 180석을 더불어민주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가져갔다. 그리고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03석을 차지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020년 5월 발행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분석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의석수 총 합은 위성정당이 얻은 비례의석을 합해 283석으로 거대양당의 의석점유율은 95.3%에 이른다"며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역대 총선에서 나타난 거대 양당의 의석점유율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대 국회는 여러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로 다당제국회로 운영되었다면 제21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양당제 국회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야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입법교착이나 대치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이 예측은 현실이 됐다. 21대 국회 출발부터 전반기 원구성에서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했다.
또 민주당은 여야 협의가 되지 않은 법안의 단독처리를 강행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를 활용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제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18개 상임위원장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의정활동은 본인의 전문 분야로 배정된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상임위에서는 본회의에 올릴 법안을 심사하거나 소관 정부기관 활동을 보고받고, 소관 기관장의 인사청문회를 한다.
국회법 49조 1항에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고 적혀있다. 개의와 정회, 산회를 선포하고 간사와 협의해 의사일정을 정하거나 개별 의원에게 의사진행발언권을 주는 것도 상임위원장의 역할이다.
국회는 4년 임기를 2년씩 나눠 전·후반기 두 차례 상임위별 위원장을 선출한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의석수에 따라 여야가 나눠 맡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2020년 6월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진행하면서 민주당이 국회의장도 가져가고 법사위원장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김태년 의원과 주호영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사이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주도했던 부동산 정책 등 관련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미래통합당은 '상임위 보이콧'으로 맞서면서 초반부터 정쟁으로 물든 비정상적인 국회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시작되고 1년 2개월 동안 18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운영했다. 그러나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국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결국 2021년 8월 당시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해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11대 7로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의 경우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맡고,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가져가기로 했다. 다만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에 국한했다.
이후 국회 정상화가 되는듯 보였으나 2022년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원 구성 협상이 또다시 결렬됐다. 민주당이 2022년 대선 이후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번처럼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기현-윤호중 합의를 뒤집고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었던건 과반을 넘긴 의석수 덕분이었다.
한편, 국회는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수 없었다. 실제로 국민들 눈엔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에 몰입하는 거대 양당만 보였다. 결국 당시 원내대표였던 국민의힘 권성동-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위해 국민의힘에 원래 합의대로 법사위원장을 넘겨주는 원구성 협상을 마무리했다.
여야(與野) 합의되지 않은 법안, 민주당 잇단 단독처리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다수의석을 이용해 원하는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했기에 국민의힘은 끌려다니거나 반발하는 정도에 그쳤다. 국회의원 300명 중 2/3의 동의가 필요한 개헌과 탄핵을 제외하면 국민의힘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방송3법 등은 여야간 대립되는 쟁점사안이 있었으나 협상을 통해 정반합을 찾기 보다는 모두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단독 통과했다.
예를 들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수요를 3~5% 초과하거나, 가격이 전년보다 5~8% 이상 떨어지면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의 법안 단독처리 직후 국민의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이 낸 성명서에 따르면 "이재명 하명법이자 쌀 포퓰리즘법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켰다"면서 "문재인정부의 쌀값 지지 실패와 턱밑까지 다가온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민주당의 인해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쌀 매입 의무화는 수급 상황을 고려한 탄력적 정책 집행을 어렵게 하고, 쌀 공급과잉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며 쌀값 하락을 초래한다. 또 쌀에 집중된 정책과 예산으로 인해 타작물 재배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도 피할 수 없다"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또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은 작년 12월 민주당 소속의 백혜련 위원장이 이끄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본회의에는 아직 회부되지 않고 계류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민주유공자법은 현행법에 따라 유공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있는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 또는 행방불명, 상이를 입은 사람을 민주유공자로 인정하는것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국가유공자, 4·19혁명유공자, 5·18민주유공자와 별개로 민주유공자라는 지위를 추가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할지에 대해 여야간 첨예한 갈등이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법이 통과된다면 대표적인 공안사건이자 반국가단체로 판결받은 남민전 사건, 경찰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동의대 사건, 전교조 해체 반대 운동 등이 국가 유공 행위로 인정받게 된다"고 비판했다.
또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021년 운동권 특혜 지적에 민주당은 스스로 이 법안을 철회했는데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자 민주유공자법 처리를 의석수로 밀어붙이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할 법안이 정당간 갈등으로 지지부진하게 통과될 경우를 감안해서 만든 보완 제도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이용해서도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계속됐다.
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은 '상임위 180일 이내→법사위 90일 이내→본회의 60일 이내 상정' 단계를 밟아 실제 처리까지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이를 넘길 경우 그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지정을 위해선 재적의원 300명 중 5분의 3 이상과 상임위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힘을 합치면 넉넉하게 가져가는 의석 수이다.
이를 이용해 야당은 속칭 '쌍특검법(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 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 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이태원 특별법(10ㆍ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가결했다.
윤 대통령은 신속처리안건을 이용한 '쌍특검법',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도 각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된 대한민국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의 몫까지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또 여야간 견제과 균형은 무너진채 특정 이익집단만을 기형적으로 옹호하는 국회도 탄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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