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를 보면 언제나 단골로 등장하는 자동차가 있다. 노란색의 택시 그리고 경찰차로 널리 사용된 그 차, 일부 포드 팬들이 사랑하는 그 차, 미국의 쏘나타라고 불릴 만큼 흔했던 이 차는 바로 포드의 크라운 빅토리아다. 1955년부터 2011년까지 생산했던 후륜구동 대형 세단이며, 북미에서 최후로 생산된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풀사이즈 FR 세단이고, 포드 한정으로 마지막 풀 사이즈 세단 이기도 한 모델이다.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단단함과, 구조가 간단한 강점을 가진 이 차는 차체 강성이 꽤나 괜찮은 차였다. 한때 머스탱과 나란히 하는 미국의 아이콘인 크라운 빅토리아도, 결국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걸 보여주듯이 점차 미국 내에서도 사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각종 환경규제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고유가로 돌입한 시기까지 겹치다보니,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V8 엔진을 고집해온 크라운 빅토리아는 결국 2011년 9월을 끝으로 단종되어 기나긴 역사가 끝이 났는데, 오늘 이 시간은 미국의 아이코닉 세단 크라운 빅토리아가 걸어온 길을 함께 살펴보자.
페어레인
크라운 빅토리아
처음으로 빅토리아라는 이름이 사용된 건 1932년 2도어 쿠페 모델이었다. 당시 포드 모델 A의 후속작으로 나왔던 차였으며, 미국의 최초 V8 엔진을 장착한 모델 18과 함께 엔진을 공유한 차였다. 포드는 50년대 당시 포드 크레스트라인 스카이라이너 (Crestline Skyliner)라는 쿠페의 후속작으로 발표된게 크라운 빅토리아다.
이 당시의 미국은, 화려하고 고급 지며, 더 큰 엔진을 원했던 시대상이었다. 뭐든지 큰 게 좋다는 인식이 강한 시대 배경을 잘 반영한 OHV 타입의 4.8L V8 엔진은, 최대 출력 203마력, 최대토크 39.4 kg.m를 발생시킨다.
당시에 미국차의 전형적인 시트 포지션인 6시트 포지션을 취했으며, 과거 빅토리아 2도어 쿠페의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게 차라고 한다.
당시의 고급스러움의 상징인 투톤 컬러를 적용하였으며, 과연 큰 걸 중요시 여기는 미국답게, 육중한 덩치를 자랑한다. 또한, 당시의 흔했던 디자인의 요소인 크롬의 장식은 한시대를 풍미했던 미국스러운 차라는걸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생산기간은 1955년부터 1956년까지 짧은 기간 동안 생산되었다.
LTD
크라운 빅토리아
80년대 명작 미국 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 독자분들이라면 이차부터 “어? 이차 많이 봤는데?” 하실거다. 출시년도는 1981년이며, 단종은 1991년에 맞이했고, 총 10년을 생산했다. 56년도 이후로 생산을 안 하던 빅토리아는 1981년 당시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쉐보레의 카프리스를 견제하기 위해 부활했다.
정식 명칭은 LTD 크라운 빅토리아로, 크라운 빅토리아 매니아들이 사랑하는 팬터 플랫폼이 이때부터 사용하였다. 1980년 출시 초창기엔 2도어 3세대 LTD 쿠페란 이름으로 활동하였다. 이후 1년 뒤에 크라운 빅토리아가 출시하게 되는데, 이녀셕을 활용하여 4도어 세단으로 만들다 보니 차명이 LTD 크라운 빅토리아다.
70년대 오일쇼크가 안정화되면서, 자동차의 수요가 늘어나자 이 LTD 쿠페를 기반으로 4도어 세단을 만들어 수요층을 대응했다. 이후, 도어와 팬더를 가로지르는 우드 패널이 적용된 스테이션 왜건 모델도 투입된다.
바디온 프레임 방식의 바디를 이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견고하면서 단단하다고 소문나기 시작하자 플릿(Fleet) 차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 플릿 차량이라 함은 법 집행기관 혹은 택시업체로부터 단체 주문을 받는 차들을 일컷는 말이다. 여하튼, 이 시기의 크라운 빅토리아는 총 3가지의 엔진 라인업이 존재한다. 민수용 크라운 빅토리아는 4.2L V8, 5.0L V8이 존재하며, 경찰차용으로는 보다 강력한 5.8L V8 엔진이 장착되었다.
독자 모델로 나오기 시작한
1세대 크라운 빅토리아
1992년 1세대 크라운 빅토리아가 출시되었다. 이 때부터 LTD 명칭이 사라졌다. 즉, 파생형 모델이 아닌 오로지 크라운 빅토리아 그 자체로 나오게 된 것이며,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생산했다. 따라서 현지에서는 이 모델부터 1세대 크라운 빅토리아로 구분 짓는다.
올드카 매니아들 사이에서 명기로 칭송받는 모듈라 엔진을 사용했다. V8 4.6L SOHC 엔진이며, 최대 출력 210마력을 지녔고, 엔진의 변경으로 전작 대비 연료 소비 효율이 높아졌다. 여기에 당시 고급 사양이던 ABS와 디지털 속도 계기판 그리고 후륜 에어 서스펜션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포드의 토러스와 비슷한 4분할 측창 스타일링과, 전반적으로 전작 대비 동글동글해진 유선형 디자인은, 공기저항 계수를 염두한 디자인이었으며, 전작 대비 공기저항 계수를 개선했다고 발표했고, 0.39cd를 자랑한다. 당시 라이벌이던 쉐보레 카프리스 또한 플릿카로 사랑을 받아 왔으나, 50년대부터 쭈욱 사용해온 플랫폼은 시간이 자날수록 한계가 명확해졌다. 개량만 해온 탓에 크라운 빅토리아 대비 트렁크 공간이 좁고 실내공간도 좁아 플릿카로서 매력마저 떨어지자 카프리스는 단종을 맞이했다.
이리하여 플릿카로서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돼버렸으며,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을 그대로 계승한 덕분에 우수한 정비성도 그대로 남았다. 결국 클래식한 강점은 꾸준하게 경찰과 택시회사들이 애용하게 만들었고, 판매량의 90%가 플릿세일이 차지할 정도였다.
포드 최후의
풀 사이즈 FR 세단
사실, 출시 초반은 1세대 대비하여 외형과 인테리어가 살짝 변경된 거 외적으론 거의 변화가 없다. 생산은 1998년부터 시작해 2011년까지 이어지다 단종되었다. 여전히 4단 변속기를 사용하며, 바디 온 프레임을 고집하였고, 엔진도 기존 모듈라 엔진을 흡기 효율만 개선하여 나온 것뿐, 특별하게 무언가를 달리하지 않았다.
다만, 스테디셀러인 만큼 계속해서 부분적인 개선을 해나갔는데, 특히나 2003년부터 프레임을 하이드로 포밍 공법을 사용하여 프레임의 강성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서스펜션 기존 대비 승차감을 개선을 위해 모노 튜브 서스펜션을 도입하였고, 2004년에는 변속기 로직과 오버드라이브를 개선해 보다 동력 효율을 높였다.
그리고 2006년 드디어, 전작 모델들에는 달리지 않았던 계기판에 타코미터가 생겨 엔진 회전수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크라운 빅토리아 또한 나이를 못 속였다. 가면 갈수록 타이트해지는 배출가스 규제와 더불어, 2000년대 초반 이후로 고유가 시대로 진입하다 보니, 민수용 판매량은 가뭄에 콩 나듯 하였고, 그나마 믿었던 택시회사와 경찰 또한 제약사항이 많아지기 시작하자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포드도 세월의 흐름을 인정하였는지, 결국 2007년엔 공식 카탈로그가 삭제되었고, 후속작인 토러스가 2008년부터 그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후 근근이 찾아주는 개인 고객과 택시 그리고 경찰차 수요만을 커버하면서 생산량을 유지하다, 2011년 9월 중동 수출형 차량을 마지막으로 크라운 빅토리아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사라져가는
공권력의 상징
위에서 서술한 방식은 민수용 기준이었다. 경찰차 사양의 P71은 민수용과 달리 POLICE INTERCEPTOR라는 뱃지를 달고 나온다. 해당 버전은 경찰차 사양인 만큼 연료탱크 용량의 증대와 경찰 전용 장비의 사용을 위한 알터네이터 및 배터리의 용량을 대폭 증가시켰고, 서스펜션 또한 추격전을 대비해 민수용의 물러터진 서스펜션 대신 보다 단단한 셋팅을 가지고 있어 더 단단하며 핸들링이 날카롭다.
현재, 신형 닷지 차저나, 포드 토러스 인터셉터 혹은 포드 익스플로러 인터셉터가 크라운 빅토리아의 자리를 대신해 나가고 있다. 우리들이 영화에서 보던 포스 있는 검은색 세단이 세대교체 수순을 밟고 있으며, 점차 배출가스 덩어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사실이 내심 섭섭하게 느껴질 정도로 머나먼 타국에서 안타까움이 절로 든다. 하지만 아직 아쉬워하긴 이르다.
기존 시장에 판매된 크라운 빅토리아만 100만 대 이상이 팔린것으로 집계되었다. 여기에 일부 경찰 기관은 아직까지 크라운 빅토리아를 이용하여 업무에 임한다고 하니, 많은 시간은 아니겠지만 아직까진 미국의 상징물을 도로에서 쉽사리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다행히도, 아직 뉴욕 시내를 활보하는 이들이 아직은 존재한다고 한다. 위에서 서술한 비축용으로 남겨놓은 차량들 혹은 비상용으로 잔존해 있는 차들인 것으로 확인되며,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활동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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