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 국산, 수입을 불문하고 슈퍼카에 관한 로망을 가져봤을 것이다. 멈춰 있을 때마저 역동적이고 날렵한 디자인, 강력한 성능과 우렁찬 배기음은 마니아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흔히 알려진 브랜드 외에도 슈퍼카를 만드는 브랜드가 생각보다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중에는 어울림모터스를 비롯한 국내 업체도 존재하는데, 최근 전 세계에 한 대뿐인 국산 슈퍼카가 포착돼 화제다.
드 마크로스 에피크 GT1 국내 재벌 3세가 만들었다
지난 6월 말, 네이버 카페 ‘남자들의 자동차’에는 다소 생소한 디자인의 슈퍼카 목격담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 도심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해당 차량의 이름은 ‘드 마크로스 에피크 GT1’으로 모델명만 봐선 우리나라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감이 안 올 수 있다. 비록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지만 에피크 GT1은 엄연히 한국산 슈퍼카라고 볼 수 있다.
GS그룹 창업자 허만정 회장의 증손자 허자홍씨는 클래식카 수집이 취미일 정도로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상당했다. 그는 직접 슈퍼카를 만들어 보고자 ‘드 마크로스’를 설립했고 에피크 GT1의 설계와 디자인을 주도했다. 1960~70년대 르망 레이스 카에서 영감을 얻은 에피크 GT1은 레드불 레이싱팀의 F1 머신 제작에 참여하는 엔지니어링 업체 ‘멀티매틱’을 통해 생산됐다. 이후 2011년 두바이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비록 캐나다에서 생산됐지만 한국인이 개발을 주도한 만큼 ‘코리안 슈퍼카’로 소개됐다.
경량 차체에 강력한 엔진 최고 속도 370km/h 이상
비록 레트로한 외관을 갖췄지만 그 안에는 최신 기술로 가득했다. 플랫폼은 카본 파이버와 알루미늄 혼합 소재를 사용했으며 차체 패널, 엔진 및 서스펜션 등 주요 부품에도 알루미늄이 높은 비중으로 적용됐다. 그 결과 공차 중량을 1,450kg으로 묶을 수 있었다. 엔진은 포드가 나스카 레이스카에 사용하는 5.4L V8 슈퍼차저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845마력, 최대 토크 75.5kg.m를 발휘했으며 6단 수동변속기가 동력을 뒷바퀴로 전달했다.
그 결과 0-100km/h 3.1초, 0-160km/h 7.5초로 현재 판매되는 최신 슈퍼카에 뒤지지 않는 가속 성능을 발휘했고 1/4마일 도달 시간 11.5초, 최고 속도는 370km/h 이상을 낼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지상고 조정이 가능한 푸시로드 방식이 적용됐으며 브레이크는 AP 레이싱,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으로부터 공급받았다.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반파 사고 후 수리까지?
2011년 두바이 모터쇼 첫 공개 당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안타깝게도 판매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신생 브랜드 슈퍼카를 25억 원에 구매하고 6개월에 달하는 대기 시간을 투자하려는 소비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대뿐이었던 프로토타입은 지난 2015년 판교에서 대형 사고로 전면부가 크게 파손됐고 이후 허자홍씨가 사업을 정리했다는 소식 외에는 근황이 전해지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드 마크로스 에피크 GT1이 온전한 모습으로 포착된 만큼 네티즌들의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사고 후 다시 수리돼 제작자 개인이 소장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꿈을 실현한 도전 정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허씨의 이야기도 재조명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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