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레트로 열풍이 불며 자동차 업계는 역사적 유산, 이른바 ‘헤리티지‘를 더욱 강조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산업 본고장인 미국, 유럽 주요 국가의 완성차 제조사들은 헤리티지를 활용한 마케팅을 능숙하게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국내 업계는 그렇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글로벌 무대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게 된 현대차. 이들은 최근 첫 고유 모델 ‘포니’를 앞세운 헤리티지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고 전 세계적 호응을 얻고 있다. 기아 역시 첫 승용 모델인 브리사를 복원하겠다 밝힌 지 어언 2개월, 마침내 그 실물을 드러내 화제를 모은다.
연구소 보관 차량 복원 카탈로그, 사진 참고했다
1944년 경성정공으로 시작한 기아는 대한민국의 성장과 함께 발전을 거듭해 1952년 기아산업, 1990년 기아자동차, 2021년 현재의 사명에 이르렀다. 기아는 그동안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고자 이달 21일부터 내년 5월까지 브랜드 체험 공간 ‘기아 360’에서 T-600과 브리사 복원 차량을 전시한다.
전시 공간에는 기아가 자동차 제조사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 삼륜차 T-600과 자사 최초의 후륜구동 세단 브리사 등 기아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두 차량과 최신 전기차 EV9이 전시된다. 기아는 연구소에서 보관 중이던 T-600과 브리사를 복원했는데, 두 차량의 출시 카탈로그와 과거 사진 등 자료 내·외장을 복원에 참고했다고 한다.
T-600도 함께 전시 브리사는 어떤 차?
T-600은 1969년 일본 동양공업(현 마쯔다)과 기술 제휴를 통해 생산한 삼륜차로 자사 최초의 삼륜차 T-360 후속 모델이다. 삼륜차 특유의 가볍고 작은 차체 덕에 산동네나 좁은 골목길에서 쌀, 연탄 배달 등에 활용됐으며 바퀴 세 개가 달렸다는 특징으로 인해 ‘삼발이‘로 불리기도 했다. 195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자전거 제조사였던 기아가 자동차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 모델인 만큼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후 1974년 출시된 브리사는 마쯔다 파밀리아 2세대 내수형 모델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완전 독자 모델로 보기는 어렵지만 출시한 지 불과 2년 만인 1976년에 부품의 약 90%를 국산화해 역사적 의의가 크다. 당시는 오일 쇼크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술렁이는 시기였던 만큼 브리사는 우수한 경제성을 바탕으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오래된 모델인 만큼 세대에 따라 브리사가 생소한 이들도 많았으나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주인공 차량으로 등장해 재조명받기도 했다.
내년 5월까지 전시 네티즌 반응 살펴보니
한편 기아는 두 차종을 포함한 헤리티지 전시에 대해 별도 없이 관람할 수 있으며 도슨트 투어는 현장 접수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아 관계자는 “79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객과 함께해 온 여정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준비한 전시”라며 “기아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헤리티지 활동을 진행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포니에 이어서 브리사까지?”, “우리 아버지께서 타신 적이 있었는데”, “브리사는 포니보다 훨씬 드물던데 실물 꼭 한번 봐야겠다”, “연구소에 보관 중인 차가 있었다니 다행이네”, “설계도도 없이 사진이랑 카탈로그만 참고했다니 대단하다”, “기아가 창립된 지 벌써 80년이 다 돼 가는구나”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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