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24년 전기차 보조금 개정안이 발표되며 전기차 시장이 어수선해졌다. 신규 기준이 추가되고 보조금 수급 장벽도 전반적으로 높아져 완성차 제조사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자국 우선주의로 방향을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수입차 업계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상황.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가격 조정이다. 국고 보조금 100% 수급 가능한 가격 기준을 5,500만 원 미만으로 하향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8일 폭스바겐 ID.4와 폴스타 2의 가격이 5,490만 원으로 인하됐다. 테슬라도 최근 비슷한 행보를 보였는데, 예비 차주들의 반응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어째서일까?
테슬라 저격 의심되는 새 규정 실구매가 4천만 원대 어려워
16일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델 Y 후륜구동 사양(RWD)의 판매 가격이 5,499만 원으로 기존 대비 200만 원 인하됐다. 테슬라는 이전에도 국고 보조금 100% 수급 기준에 맞추는 가격 정책을 고수해 왔다. 작년 7월 모델 Y RWD를 국내에 출시할 때는 5,699만 원으로 책정했고 국고 보조금과 서울시 기준 지자체 보조금을 합해 4,983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만 원의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실구매 가격은 오히려 비싸질 전망이다. 이번 보조금 개정안은 수입 전기차, 그중에서도 테슬라 모델 Y RWD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주행 가능 거리 450km까지 보조금 차등이 이뤄졌으나 이번부터는 400km 미만 차량의 보조금이 대폭 축소된다. 모델 Y의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350km로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아울러 국제 표준 OBD 장착 차량에 배터리 안전 보조금 명목으로 20만 원이 지원된다. 모델 Y RWD는 해당 사양이 없어서 제외됐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불리 LFP 배터리 견제 들어갔다
직영 AS 센터는 기존에 한곳이라도 있으면 보조금이 깎이지 않았지만 올해는 전국 8개 원역에 각각 1곳 이상 있어야 감액을 면할 수 있다. 이 역시 테슬라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충전 인프라 보조금 기준은 ‘표준 급속 충전기’로 문구가 수정됐다. 테슬라는 그간 표준 기준이 아닌 슈퍼차저를 설치해 왔다. 작년 말 타사 전기차도 이용할 수 있도록 어댑터를 추가했으나 이번 보조금 개정 기준을 만족하지는 못했다.
배터리 효율 계수도 추가됐다. 기준에 따르면 에너지 밀도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보조금이 삭감된다. 500Wh/L를 초과하는 차량은 해당 부분의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으나 그 이하의 경우 최대 40%까지 감액이 이뤄진다. 기존에는 전기 승합차에 적용됐으나 이번에는 전기 승용차에도 확대 적용되는 방향으로 개편됐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 탑재 차량에 불리한 요소다.
토레스 EVX에도 불똥 실구매가 얼마 오를까?
배터리 환경성 계수 역시 LFP 배터리 전기차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배터리 1kg에 든 유가 금속 가격을 ‘폐배터리 처리비’ 2,800원으로 나눈 값을 기준으로 한다. 해당 수치가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부족한 값에 비례해 성능 보조금이 감액된다. 유가 금속 가격을 나눈 값이 0.8~0.9인 경우 성능 보조금 10%가 줄어드는 식이다. 테슬라 모델 Y RWD뿐만 아니라 국산차인 KGM 토레스 EVX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현대차그룹 전기차와 테슬라 모델 Y RWD의 국고 보조금 격차가 300만 원가량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구매가는 기존 대비 100만~200만 원 인상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간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나 중국산 배터리를 얹은 전기차에 세금이 낭비되고 있었다는 여론이 컸던 만큼 이후에도 반응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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