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 대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다. 이를테면 운전자의 안전, 보행자의 안전, 배기가스 농도, 실내 공간, 충돌 안전성 등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이 비교적 느슨했던 과거에는 디자인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있었다.
최근 뉴오토포스트에 도착한 독자의 제보 속 사진에는, 마치 박물관에서 튀어나온 듯 단아한 모습을 보여주는 BMW 클래식카가 있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닌 낮게 깔린 차체는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마저 느끼게 만든다. 이 차의 정체, 함께 파헤쳐 보도록 하자.
차량의 정체는 3.0 CS 쿠페 호프마이스터 디자인 자랑해
한 독자는 지난 2020년 성수동을 지나다 독특한 차량을 목격했다. 처음엔 그저 가게에서 세워놓은 단순 전시용 차량이라고 생각했으나, 가까이 다가와 본 뒤 정식 번호판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고 한다. 이 차량의 정체는 바로 1971년 생산된 BMW E9 3.0 CS 쿠페였다.
전설적인 디자이너 호프마이스터가 디자인한 외관은 기품을 느낄 수 있었다.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은 ‘뉴트리아’라고 놀림 받는 요즘 BMW와는 다르게 작은 크기이며, 양쪽에는 동그란 모양의 헤드램프가 있다. 또한 거대한 크롬 범퍼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는 요즘 차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과거 차량의 유산 중 하나다.
원톤 블랙 색상의 실내 자동변속기 장착되었다
실내는 당대 BMW들과 마찬가지로 차분한 원톤 블랙 색상으로 구성하였고, 계기판은 4구로 구성되어 왼쪽부터 연료 게이지, 속도계, RPM, 시계가 있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동변속기의 장착 여부이다. 지금은 수동변속기가 달린 차량을 더 찾아보기 힘들지만, 1970년대에는 수동변속기가 주류였다. 한국은 80년대에 와서야 자동변속기가 도입되기 시작했으니, 71년식 차량에 장착된 자동변속기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후면은 전면에 비하면 단순한 구성이다. 곡선으로 마무리된 트렁크 리드를 타고 내려오면 당시 고급차의 상징이었던 크롬으로 치장된 테일램프 주변부와 범퍼가 눈에 들어온다. 배기구는 숨기기 바쁜 요즘 차들과 달리 좌측 아래로 길게 뻗어있다. 또한 트렁크 좌측에는 자동변속기를 상징하는 ‘Automatic’ 엠블럼이 붙어 있어 당시 고가의 옵션이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오늘날 BMW에 기여한 차량 한정판인 3.0 CSL도 있었다
BMW E9 3.0 CS는 2,986cc M30 I6 엔진을 얹어 180마력을 내는 고성능 쿠페인데, 이 차량은 오늘날 BMW가 가지고 있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1960년대부터 시작된 브랜드의 새로운 프로젝트, ‘노이어 클라쎄’를 잇는 차량이기도 하다. 노이어 클라쎄는 BMW의 부흥을 이끌었던 차량의 고급화 프로젝트였다.
또한 3.0 CS를 이어 1972년 3.0 CSL이 데뷔하였다. 3.0 CSL의 L은 Light, 즉 경량을 상징하며 알루미늄 바디 패널과 플렉시글라스 채용으로 3.0 CS 대비 200kg를 감량할 수 있었다. 이 차량은 유럽 투어링카 챔피온십 출전 규정을 맞추기 위해 양산 버전으로 1,265대만 생산되었는데,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에서도 한 대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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