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장관이 지난달 군내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따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과 화상으로 긴급 지휘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국방부
안녕하세요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지난주 군내에선 초미의 관심사였던 군 장성 정기인사가 있었는데요, 오늘은 서욱 국방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된 군 장성 정기인사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군 장성 인사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에 걸쳐 이뤄집니다. 지난 3일 장성 인사는 몇가지 점에서 여느 때에 비해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선 육사 출신인 서욱 국방장관 VS 학군(ROTC) 출신인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역학관계’ 구도입니다. 두 분은 출신은 다르지만 임관 기수로는 동기이고 사이가 괜찮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인사 앞두고 ‘장군 진급자 육사 대 비육사 5대 5’설에 군 술렁
하지만 남 총장이 학군 출신으로는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참총장에 임명되면서 학군 등 비육사 출신들이 약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육군의 비육사 출신으로는 학군외에 3사관학교, 학사 출신 등이 있습니다.
실제로 남총장 취임 이후 장군인사를 다루는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장군인사실장 등 인사 요직을 비육사 출신으로 교체하면서 그런 관측에 힘이 실렸습니다. 심지어 이번 준장 진급자의 육사 대 비육사 비율을 5대 5로 맞출 것이라는 얘기가 군내에 파다하게 퍼지면서 술렁였습니다. 예년의 경우 준장 진급자의 육사 대 비육사 비율은 7대 3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5대 5가 됐다면 쓰나미 수준의 변화라 할 만 했습니다. 능력은 있지만 단지 비육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던 사람들을 발탁하는 성격이라면 뭐라 할 사람이 없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육사 대 비육사 구도로 나눠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진급 비율을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지 않았기 때문에 술렁거린 것입니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9월 청와대에서 신고식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총장은 학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돼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 DB
두번째는 군 인사가 계속 늦춰져 왔다는 점입니다. 보통 하반기 장성인사는 늦어도 11월중에는 이뤄졌습니다. 당초 11월 중순까지 단행되리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지연되면서 여러 추측과 억측이 나왔습니다. “청와대가 육군은 물론 해공군도 비(非)사관학교 출신 비율을 늘리라고 압박해 늦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지난 3일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예상(소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방부는 이날 인사 발표에서 “비사관학교 출신자 중 우수자를 다수 선발해 사관학교 출신 편중 현상을 완화했다”고 밝혔는데요, 실제 숫자만을 놓고 보면 예년과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 비육사 준장 진급자 30여% 수준으로 예년과 비슷
이번 인사에서 육군 중장 진급자는 모두 6명이었는데요, 이중 4명이 육사였습니다. 비육사는 학사 1명, 3사 1명 등 2명입니다. 육군 소장 진급자는 총 11명인데 이중 육사는 8명, 비육사는 3명(학군 2명, 3사 1명)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렸던 육군 준장 진급자는 총 52명 중 육사는 35명, 비육사는 17명이었습니다. 비율로 보면 비육사가 32.5%인데요, 30% 안팎이었던 예년 수준에 비하면 아주 조금 늘어난 셈입니다. 중장 및 소장의 비육사 비율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2020년12월초 정기인사에서 학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특전사령관에 임명된 소영민 31사단장./국방부
중장 진급자 중 소영민 31사단장이 학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특전사령관에 진출한 것이 눈길을 끈 정도입니다. 일부 언론이 이번 인사에 대해 ‘비사관(비사) 출신 약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군 안팎에선 소문대로 비육사 출신 진급 비율을 급격히 높였을 경우 강력한 군내 반발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청와대와 군 수뇌부가 이런 군내 여론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학군 출신인 남 총장이 학군 출신들을 과도하게 많이 챙길 경우 상당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소수 인물만 챙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학군 출신으로는 1991년 이후 29년만에 육군 정훈공보실장에 발탁된 노재천(학군 26기) 대령이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육사 44기와 임관 연도가 같은 그는 합참 공보실장 등을 지냈고, 내년 전역을 앞두고 직업보도반 입교 직전 ‘별’을 달게 됐습니다.
일단 외형만 놓고 보면 남 총장보다는 서 장관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서 장관이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 인사참모부장 등 육군본부 핵심 참모부장도 대부분 육사 출신 임명
물론 일각에선 진급도 중요하지만 보직인사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육군 내에선 남총장이 취임 후 “육군본부 참모부장(준장~소장급) 등 육본 주요보직 중 절반은 비육사 출신으로 교체하려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요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급인사와 마찬가지로 육군본부 참모부장급 보직인사의 경우도 비육사 출신 비중이 그다지 높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육본 참모부장중엔 인사, 기획관리, 정작(정보작전), 군수 분야 등이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데요, 이중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참모부장(인참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육사 출신이 임명됐습니다. 새 인사참모부장은 남총장이 3사단장 시절 포병연대장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어 앞으로 남총장의 인사 방침을 충실히 따라 육군 고위간부 인사를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이번 인사를 앞두고는 인참부장이 비육사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한 소식통은 “이번 인사에서 육본 핵심 참모부장 4~5명 중 비육사 출신은 한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육군 간부 인사 실무를 맡고 있는 인사참모부장, 인참부 장군인사실장(학군), 장교.부사관 인사를 다루는 인참부 진급자료관리과장(학사) 등 인참부 요직이 모두 ‘남총장 인맥'으로 채워짐에 따라 다음 인사에선 남총장의 입김이 이번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2017년8월 문재인 정부 첫 군 수뇌부 인사 뒤 문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이번 보직인사에선 군수 출신이 도맡아 왔던 군수사령관에 작전 출신이 임명된 것, 합참 차장(육사 43기)이 육군참모차장(육사 42기)보다 선임이지만 사관학교 한기 후배가 임명된 것 등도 다소 이색적인 대목입니다. 각각 남 총장, 서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지난 5월 인사에 비해 아직까지는 잡음과 후폭풍이 훨씬 적은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인사에선 사단장 경험이 없는 대북 전문가를 수방사령관에, 군단장(중장) 출신을 1급인 청와대 비서관에 각각 임명하고 유능한 후보들이 탈락해 좀 시끄러웠지요.
◇ 1급 자리인 청와대 국방비서관, 중장급(차관급) 계속 임명돼 논란
이번 인사에서도 현재 소장인 국방비서관을 중장으로 진급시킨 것에 대해선 군의 정치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중장은 의전상 차관급으로 분류되는데 차관급을 1급 자리에 임명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정부의 군 인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왔던 군의 한 관계자도 “이번 인사는 군 수뇌부가 비판 여론과 후폭풍 등을 의식해 예상보다 무난하게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군 인사에서 무리수가 나온다면 군은 다시 후폭풍에 시달릴 것입니다. 군인사 전문가들은 육사 등 사관학교 출신이냐 아니냐 보다 능력과 자질 위주로 진급 및 보직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회사 인사가 무너지면 업체가 망하지만 군 인사가 무너지면 안보가 무너지고 나라가 망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와 군 수뇌부가 더욱 엄정한 자세로 군인사에 임해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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