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톡] 시속 450km, 아파치보다 빠른 헬기 만든다
시속 400km대 고속기동에 첨단장비 무장...
美육군 ‘슈퍼헬기’ 모델로 국내서 개발할 듯
공격헬기의 대명사인 미 AH-64 ‘아파치’(최대 시속 365㎞)보다 빠른 국산 차세대 기동헬기가 2030년대까지 개발될 전망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사업을 벤치마킹해 시속 450㎞ 이상의 고속으로 기동하고 각종 첨단 전자장비와 소형 무인기 등으로 무장한 차세대 헬기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사청, 차세대 기동헬기 계획 첫 결정, 발표
방위사업청은 지난 15일 “서욱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제132회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중형 기동헬기 전력 중장기 발전방향(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이 중형 기동헬기 중장기 발전방안이 “군사적 운용을 중심으로 국내 헬기산업 발전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수립했다”며 “UH-60 헬기는 수명주기 도래 시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 UH-60 특수작전기는 별도 성능개량, 국산 수리온은 양산 완료 후 성능개량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이 “UH-60 헬기는 수명주기 도래 시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하겠다”는 대목이다. 현재 군에서 운용중인 UH-60 기동헬기의 수명이 다하면 차세대 기동헬기로 대체하겠다는 얘기다. 차세대 기동헬기 계획은 업체 차원에서 제기된 적은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결정,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차세대 헬기사업 후보기종 중의 하나인 시콜스키-보잉 합작 SB-1 '디파이언트'. UH-60 블랙호크 등을 대체하게 된다./미 시콜스키사
현재 군에서 운용중인 UH-60은 139대(육군 113대, 해군 8대, 공군 18대)다. 1990년대 도입된 UH-60이 노후화함에 따라 군에선 2013년 이후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했지만 계속 지연됐고 사업비용이 계속 올라 1조원을 훨씬 넘게 됐다. 방위사업청에선 수리온 제조 업체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강력한 요청 등을 감안해 UH-60 특수작전기 36대를 제외한 기본기 103대를 수리온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UH-60 성능개량 VS 수리온 추가도입 논란 지속
육군에선 이에 반대하다 수용하는 입장으로 바뀌었지만 “국산무기 활용과 방산 육성도 중요하지만 안전과 성능에 대한 군의 요구도 적극 감안해야 한다”는 논란은 계속됐다.
논란 끝에 UH-60 기본기 103대를 앞으로 개발될 차세대 기동헬기로 대체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기어박스 등을 개량하는 수리온 성능 개량 사업도 계속 추진돼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이 지연되면 수리온 개량형으로 UH-60을 대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UH-60은 10년 뒤인 2030년부터 도태되기 시작해 2040년쯤까지 완전 도태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방위사업추진위 결정이 수리온 및 KAI를 ‘배려’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형 차세대 기동헬기의 구체적인 제원과 개발 목표 시한, 개발비용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방위사업추진위 결정을 토대로 이제부터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가야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할지, 아니면 수리온이나 LAH/LCH(소형무장헬기/소형민수헬기)처럼 외국 업체의 도움을 받아 개발할지 등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 주변에선 우리의 기술 수준과 10년 내 개발돼야 하는 시급성 등을 감안하면 KAI가 개발을 주도하되 미국 등 외국 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육군의 2030년대 ‘슈퍼콥터’ 개발계획을 모델로
실제로 정부와 군 당국은 미 육군이 2030년대를 목표로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차세대 수직이착륙기 개발’(FVL·Future Vertical Lift)을 모델로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FVL은 미래전 작전개념 변화에 따라 다영역작전 수행을 위해 UH-60 기동헬기, OH-58정찰헬기 등 각종 헬기를 미래형 슈퍼콥터(Supercopter)로 교체하고 센서, 항공 전자 장비 등 주요 장비를 공통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행 방식은 2개의 헬기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이중)반전 방식과, MV-22 ‘오스프리’처럼 수직으로 이륙한 뒤 프로펠러의 방향을 바꿔 비행하는 틸트로터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군 소식통도 “우리 차세대 기동헬기는 미 시콜스키-보잉사의 SB-1 ‘디파이언트’(Defiant)와 시콜스키사의 S-97 ‘레이더’(Raider) 차세대 헬기, 벨사의 V-280 ‘밸러’(Valor) 틸트로터형 수직이착륙기 등을 모델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시속 550km 넘는 벨사의 V-280 ‘밸러'
이에 따라 우리 차세대 기동헬기 성능은 최대속도 250노트(시속 465㎞), 이륙중량 2만8000파운드, 제자리비행 6000피트(1800m) 등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UH-60의 최대 속도(시속)는 290여㎞, 국산 수리온의 최대 속도는 280㎞로 시속 300㎞를 넘지 못한다.
미 육군이 추진중인 FVL사업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우선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FLRAA·Future Long Range Assault Aircraft) 사업으로 UH-60 블랙호크, AH-64 아파치, CH-47 치누크 등을 대체할 차세대 헬기를 선정하는 것이다. 미 시콜스키-보잉사의 SB-1 ‘디파이언트’와 벨사의 V-280 ‘밸러’ 틸트로터형 수직이착륙기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2018년 12월 시제기를 선보인 ‘SB-1 디파이언트’는 무장병력 12명을 수송할 수 있고, 최대이륙중량 3만파운드급이다. 지난해 3월 초도비행을 했고, 460㎞ 이상의 빠른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다. ‘V-280 밸러’는 최대이륙중량 3만파운드급으로 무장병력 14명을 수송할 수 있다. 오스프리 같은 틸트로터 방식이어서 최대 시속 550㎞ 이상으로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게 강점이다. FLRAA는 2030년 전력화 예정이며 매년 30∼60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차세대헬기 사업, 수리온 등 시행착오 교훈 삼아 심사숙고해야
다른 하나는 차세대 공격정찰 헬기(FARA·Future Attack Reconnaissance Aircraft) 사업으로 2018년부터 추진됐다. 2019년 사업자로 벨, 보잉, 시콜스키 등이 선정됐다. 시콜스키의 S-97 ‘레이더’(Raider)는 2개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반전 방식으로 비행하며 최대 시속은 440여㎞다. 최대 8명의 병력이 탑승할 수 있고 기관포와 로켓탄으로 무장하고 있다. SB-1 디파이언트보다 작지만 형태는 비슷하다.
벨사는 스텔스 외형을 지닌 복좌형 공격 헬기인 ‘벨 360 인빅터스(Invictus)’를 제안하고 있다. 벨 360 인빅터스는 최고 시속 370㎞, 전투 행동반경 250㎞이며 20㎜ 기관포와 로켓탄, 미사일을 내부 무장창과 날개에 장착하고 있다. 형태는 미국이 개발중 취소했고 영화 ‘헐크’에도 등장했던 RAH-66 ‘코만치’와 닮았다. FARA는 2028년 전력화 예정이며 연간 30여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미 차세대 헬기사업 후보기종 중 하나인 벨사의 V280 '밸러' 틸트로터형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를 발전시킨 형태다/미 벨사
일각에선 국산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과 관련해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미래 한반도 전장에서 차세대 헬기가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할지 명확히 개념이 정립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요구되는 헬기 성격과 성능, 전력화 목표연도 등도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기준이 아니라 우리 기준과 상황에 맞춰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 개발시 사업 주관업체와 해외업체의 사업 참여 방법, 비용 부담, 핵심 기술 이전문제 등을 심층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의 한 소식통은 “수리온 및 소형무장헬기 개발을 지원한 유럽 업체가 신형이 아닌 구형 헬기를 우리에게 제안해 수출에도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며 “차세대 기동헬기 사업은 그런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미래 첨단 기술 확보와 수출 경쟁력 확보에도 중점을 두고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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