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이후 한국군의 주력 소총인 국산 K1 기관단총(사진 위)과 K2 소총. 30년 이상 돼 교체 또는 개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국방부
지난해 여름 육군 특전사(특수전사령부) 부대원들의 주력화기인 국산 K-1A 기관단총이 40여년만에 바뀐다는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 군 최정예 특수부대 소총이 40여년만에 신형으로 교체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러면 특수부대가 아닌 일반 보병들의 소총은 어떠할까요?
현역 군복무를 하신 중장년층들은 다 기억하고 계실 추억의 K1A 기관단총과 K2소총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육군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무기라 할 수 있는 소총의 낙후된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2024년부터 특전사 등 특수부대용 신형 기관단총 1만4000정 도입 추진
우선 특전사 등 특수부대의 소총 개량계획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6월 방위사업청은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구매사업 1형'의 체계개발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다산기공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선정된 총기는 다산기공의 신형 기관단총인 DSAR-15PC인데요, DSAR-15PC는 3년간의 추가개발 기간과 1년여간의 사업 타당성 평가를 거쳐 이르면 오는 2024년 후반기부터 1만4000여정이 군에 도입될 예정입니다. 개발비를 포함해 620여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전망입니다.
이는 1981년 첫 국산 기관단총인 K-1이 특전사에 도입된 이래 40여년만에 주력화기가 바뀌는 것이어서 상징적인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DSAR-15PC는 K-계열 국산 총기류 생산업체로 유명한 S&T 모티브의 신형 기관단총 STC-16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선정됐는데요, S&T 모티브는 1970년대부터 육군 조병창과 대우정밀을 거치면서 K-1·2·3·4·5·6·7·11·12·15 등 K계열 기관단총과 소총, 기관총, 권총 등을 사실상 독점 생산해온 업체입니다.
반면 다산기공은 2016년 방산업체로 신규 지정된 후발주자지만 해외 유명 총기 메이커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각종 소총을 수출해온 업체여서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전사 특수임무여단은 연말부터 신형 기관단총 도입
DSAR-15PC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것으로 유명한 명품 소총인 독일제 HK-416를 다시 한국형으로 개량,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신형 소총은 특수임무여단(특임여단·일명 참수작전부대)을 제외한 특전사 여단들과 육군 특공부대 및 수색부대, 대테러 작전부대 등에 도입될 예정입니다.
방위사업청은 DSAR-15PC 본격 도입에 앞서 1300정의 신형 기관단총을 도입하는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구매사업 2형’ 사업도 추진중입니다. DSAR-15PC는 4년 뒤에야 본격 도입되기 때문에 이에 앞서 특전사 특임여단용으로 신형 소총을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1형 사업처럼 DSAR-15PC와 STC-16이 경합중인데요, 올 상반기 중 기종이 선정돼 이르면 올 후반기부터 특임여단에 도입될 전망입니다.
기존 K1A 기관단총과, 개량형 K1A 기관단총(사진 아래). 개량형은 레일과 조준경, 신형 개머리판, 소음기 등을 장착해 전혀 다른 총처럼 보인다. /육군 블로그
육군은 2018년 이후 군 총기 및 전투장구류를 대폭 업그레이드하는 ‘워리어 플랫폼’을 추진하면서 K1A 기관단총 업그레이드도 진행중입니다. K1A 개량형은 신형 소총탄(K-100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총열을 교체해 관통력과 사거리를 늘렸습니다. 표적 지시기와 조준경 등을 장착할 수 있는 피카티니 레일을 장착했고, 신체에 맞게 조절이 가능한 신형 개머리판을 달아 외형상 완전히 다른 총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K2소총의 경우도 개머리판과 총열 덮개 부분 등을 개량한 K2C1이 등장했지만 제한된 수량만 보급되고 있습니다.
30~40년된 K1A 및 K2 소총 개선요구 봇물
결국 우리 육군 장병들의 주력은 아직도 30~40년전의 ‘구닥다리’ 소총을 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K1A와 K2는 개발될 당시엔 선진기술을 적용해 한국군 맞춤형으로 개발한 제법 잘 만든 무기였습니다. 하지만 4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총이 된 것이지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우리보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떨어지는 국가들도 레일·조준경 등을 장착한 신형 소총을 쓰고 있는 상태입니다.
군 관계자들은 K1A와 K2에 대해 여러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선 K2 소총의 경우 총열 길이가 465㎜로 2010년 이후 세계 보병용 소총 추세에 비해 총열이 너무 길다는 것입니다. 휴대성이 뛰어난 단축형 소총이 요구된다는 것이지요.
K2 소총은 또 ‘롱-스트로크’(Long-Stroke) 가스 피스톤 방식을 사용, 반동이 크다는 단점이 있어 반동이 적은 ‘숏-스트로크’(Short-Stroke)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HK-416, FN 스카(SCAR) 등의 명품 소총은 ‘숏-스트로크’ 방식입니다. 또 기본적으로 오른손잡이용으로 설계돼 왼손잡이가 쓰기엔 불편하다는 점, K1A와 K2의 작동방식이 달라 상호 호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등도 단점으로 꼽힙니다.
군 당국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병용 신형 소총 도입을 추진중인데요, 현재 계획으로는 6년 뒤인 2027년에야 도입되기 시작한답니다. 군 차기소총 소요는 육군용 30여만정, 해공군 및 해병대용 12만여정 등 40여만정에 이르는데 필요한 예산은 75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7500억원이면 전군 신형 소총 도입 가능
7500억원이 적은 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매년 5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 다른 무기체계 가격 등과 비교하면 그다지 큰 돈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육군 K2 흑표전차는 대당 80여억원, 해군 이지스함은 척당 1조원, 공군 F-15K는 대당 1000억원입니다. 흑표 전차 10대 살 돈이면 육군 보병 전체 소총을 확 바꿀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북한은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신형 소총과 전투 장구류로 무장한 ‘북한판 워리어 플랫폼’을 공개했습니다. 각종 소총과 저격총, 기관총, RPG-7 대전차로켓 등으로 무장한 북한 분대 전투력(화력)은 우리보다 강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한때 “뭣이 중헌디?”라는 유행어가 화제가 됐었지요. 미스터트롯의 임영웅이 부른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국방부와 합참, 육군, 방사청 등 군 당국은 우리 군의 소총 문제와 관련해 이 원초적인 질문을 곰곰히 새겨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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