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지난해 군이 사용중인 UH-60 헬기 성능개량 대신 수리온 추가도입이 적극 추진되다 국산 차세대 기동헬기 도입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조선일보 DB
지난해 군 헬기사업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현재 육군에서 운용중인 노후 UH-60 ‘블랙호크’ 헬기들을 성능개량하느냐, 아니면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추가도입하느냐였습니다.
◇ UH-60 성능개량 VS 수리온 추가도입 논란
소요군인 육군에선 내심 UH-60 성능개량을 선호했지만 정부는 국내 방산 및 항공산업 육성 등을 명분으로 수리온 추가도입을 추진해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 문제는 지난해말 방위사업추진위에서 국산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로 가닥이 잡히면서 외형상 매듭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수리온 개량형이 대량 도입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국산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과 수리온 추가도입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앞두고 경기도 이천 특수전사령부에서 장병들이 UH-60 블랙호크 헬기에서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오는 2030년 이후 노후 UH-60 헬기는 차세대 기동헬기로 단계적으로 교체된다. /뉴시스
방위사업추진위(방추위)는 국방장관 주재로 군 주요 무기도입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의사결정체인데요, 지난해 12월 방추위에선 군 헬기사업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결정이 있었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12월15일 “서욱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제132회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중형 기동헬기 전력 중장기 발전방향(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 수리온 추가도입 대신 차세대 기동헬기 도입으로 결론
방사청은 이 중형 기동헬기 중장기 발전방안이 “군사적 운용을 중심으로 국내 헬기산업 발전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수립했다”며 “UH-60 헬기는 수명주기 도래 시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 UH-60 특수작전기는 별도 성능개량, 국산 수리온은 양산 완료 후 성능개량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이 “UH-60 헬기는 수명주기 도래 시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하겠다”는 대목입니다.
현재 군에서 운용중인 UH-60 기동헬기의 수명이 다하면 차세대 기동헬기로 대체하겠다는 얘기인데요, 차세대 기동헬기 계획은 업체 차원에서 제기된 적은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결정, 발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현재 군에서 운용중인 UH-60헬기는 139대(육군 113대, 해군 8대, 공군 18대)입니다. 1990년대 도입된 UH-60이 노후화함에 따라 군에선 2013년 이후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했지만 계속 지연됐고 사업비용이 계속 올라 2조원에 육박하게 됐지요.
미 차세대 헬기사업 후보기종 중의 하나인 시콜스키-보잉 합작 SB-1 '디파이언트'. UH-60 블랙호크 등을 대체하게 된다./미 시콜스키사
방사청에선 수리온 제조업체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강력한 요청 등을 감안해 UH-60 특수작전기 36대를 제외한 기본기 103대를 수리온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헬기를 직접 사용하는 소요군인 육군에선 당초 이에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육군도 상급기관의 압박 때문이었는지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는데요, 그뒤에도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UH-60의 수리온 대체방안은 ‘공식 폐기’된 것입니다.
◇ 미 차세대 헬기 모델로 신형 기동헬기 국내 개발할듯
하지만 기어박스 등을 개량하는 수리온 성능개량 사업은 계속 추진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이 지연되면 결국 수리온 개량형으로 UH-60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군 고위 소식통은 “UH-60 기본기 103대는 수리온이 아니라 차세대 기동헬기로 대체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UH-60은 10년 뒤인 2030년부터 도태되기 시작해 2040년쯤까지 완전 도태될 예정입니다.
한국형 차세대 기동헬기의 구체적인 제원과 개발 목표 시한 등은 아직 결정된 게 없습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할지, 아니면 수리온이나 LAH/LCH(소형무장헬기/소형민수헬기)처럼 외국 업체의 도움을 받아 개발할지 등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 차세대 헬기사업 후보기종 중 하나인 벨사의 V280 '밸러' 틸트로터형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를 발전시킨 형태다/미 벨사
소식통들에 따르면 우리 차세대 기동헬기는 미 시콜스키-보잉사의 SB-1 ‘디파이언트’(Defiant)나 시콜스키사의 S-97 ‘레이더’(Raider) 차세대 헬기, 벨사의 V-280 ‘밸러’(Valor) 틸트로터형 수직이착륙기 등 미군이 추진중인 차세대 헬기 기종들을 모델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 수조원대 개발비용, 첨단기술 확보 등 숙제 많아
현재 미군은 고속을 낼 수 있는 신기술 등을 적용해 기존 헬기를 대체하는 차세대 헬기를 개발중입니다. 미 육군이 2030년대를 목표로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차세대 수직이착륙기 개발’(FVL·Future Vertical Lift) 사업이 대표적인데요, FVL은 미래전 작전개념 변화에 따라 다영역작전 수행을 위해 UH-60 기동헬기, OH-58정찰헬기 등 각종 헬기를 미래형 슈퍼콥터(Supercopter)로 교체하고 센서, 항공전자장비 등 주요 장비를 공통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비행방식은 2개의 헬기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이중)반전 방식과, MV-22 ‘오스프리’처럼 수직으로 이륙한 뒤 프로펠러의 방향을 바꿔 비행하는 틸트로터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차세대 기동헬기 사업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수리온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비용이 큰 숙제입니다. 첫 국산기동헬기인 수리온 개발에는 1조3000억원 가량이 들었습니다.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에는 최소 2~3조원 이상 수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차세대 헬기 사업들의 경우 개발비를 포함해 미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 사업 규모는 400억 달러, 차세대 공격정찰헬기 사업 규모는 2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군 당국은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에 약 2조원 가량으로 잡혀 있던 UH-60 개량사업 예산 등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수리온 등 종전 국산헬기 개발사업 반면교사 삼아야
미국 등 선진국들의 차세대 헬기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도 숙제입니다. 외국 정부나 업체 지원 없이 혼자 힘으로 개발한다면 엄청난 돈과 시간이 들고 실패할 확률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수리온처럼 KAI가 개발을 주도하되 외국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이 제시됩니다. 국내 방산 및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도 KAI 등 업체가 개발을 주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은 유럽 업체의 지원을 받아 KAI가 개발했거나 개발중인 수리온 및 LAH/LCH 사업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수리온이나 LAH/LCH는 당초 우리가 원했던 최신 기종(기술)들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또 F-35 스텔스기 사업 초기 때 우리가 공동개발 참여를 머뭇거리다 공동개발국 대열에서 빠졌던 것도 교훈으로 제기됩니다. 국산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은 과거의 국산헬기 개발 시행착오 등을 교훈 삼아 미국 등 선진국들의 차세대 헬기 개발 사업 동향을 면밀히 파악, 최신 기술을 적기에 제공받을 수 있는 쪽으로 심층 검토 및 사업 추진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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