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호주에서 중국을 겨냥해 고기동 다연장로켓(HIMARS)과 패트리엇 PAC-2 미사일의 실사격 훈련을 이례적으로 실시한 모습이 최근 공개됐다.
◇ 중국 견제 다국적 훈련서 다연장로켓, 패트리엇 미사일 이례적 실사격
미 국방부는 호주 북부 퀸즈랜드에서 실시된 다국적 훈련 ‘탤리스먼 세이버(Talisman Sabre) 21′에 참가한 미 해병대 고기동 다연장로켓 ‘하이마스’ (HIMARS) 포대가 유도로켓을 집중 사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선 10여발의 로켓 연속발사 장면이 공개됐다. 하지만 사격훈련은 이틀간 실시됐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십발의 로켓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탤리스먼 세이버’는 미·호주 주도로 실시되는 ‘중국 견제’ 성격의 다국적 연례 훈련이다. 올해 훈련은 지난달 초부터 말까지 미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한국, 일본 등에서 1만 7000여 명의 병력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됐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2021년7월 호주 퀸즈랜드에서 실시된 탤리스먼 세이버 2021 훈련에 참가한 미군 HIMARS(고기동 다연장로켓) 부대가 로켓 연속사격을 하고 있다. / 미 국방부 영상 캡처
‘하이마스’는 영화 ‘강철비’로 널리 알려진 MLRS(대구경 다연장 로켓)를 경량화한 다련장 로켓이다. 무한궤도형 차체를 사용하는 MLRS와 달리 미군의 FMTV 5t 트럭을 차체로 사용한다. MLRS처럼 227㎜ 다연장로켓을 탑재했지만 발사관은 MLRS(12개)의 절반인 6개다. 작고 가벼워져 미군의 C-5·C-17 대형수송기는 물론 대표적 전술 수송기인 C-130 에도 탑재가 가능해 전세계 어느 지역이든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 고기동 다연장로켓 1문으로 축구장 6개 면적 초토화
하이마스의 227㎜ 다연장로켓 1발은 최대 축구장 1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류탄과 비슷한 위력을 갖는 자탄(子彈)이 644개나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이마스 1문으로 축구장 6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로켓 외에 최대 사거리 165~300㎞인 에이태킴스 미사일 1발도 탑재할 수 있다.
에이태킴스는 1발로 축구장 3개 이상의 지역을 파괴할 수 있다. 하이마스는 길이 7m, 폭 3.3m로 최대 속력은 시속 85 km다. 미사일처럼 정확한 유도로켓의 최대 사거리는 84~120여㎞에 달한다.
하이마스는 2018년 이전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 출동했었다.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7년9월 C-17 수송기가 2문의 하이마스를 탑재하고 미 본토를 이륙, 군산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수송기에서 나온 하이마스는 곧바로 충남 보령 사격장으로 이동, 60여㎞ 떨어진 직도를 향해 여러 발의 유도로켓을 발사했다.
◇ 평택 기지서 서해상 중국 항모전단도 타격 가능
미사일처럼 유도장치가 달린 유도로켓들은 직도의 작은 표적에 정확히 명중했다. 유사시 한반도에 신속하게 투입돼 북한군 표적을 정확히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하이마스는 중국을 겨냥한 미 육군의 새로운 ‘다영역 작전(MDO:Multi Domain Operation)’ 개념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이마스는 에이태킴스 미사일을 개량한 신형 ‘프리즘’ 미사일 2발을 탑재할 수 있다. 프리즘은 최대 500㎞ 떨어진 지상 표적은 물론 함정도 타격할 수 있다.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서해상의 중국 항모 전단 등 모든 함정을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21년7월 호주서 실시된 '탤리스먼 세이버 2021' 훈련에 처음으로 참가해 미사일 발사훈련을 마친 미 패트리엇 부대원들이 호주군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미 국방부
오키나와와 호주 등으로 접근하는 중국 함대를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도 있다. 함정 공격엔 미사일뿐 아니라 유도로켓도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7월 환태평양 연합훈련(림팩)에선 미 육군 하이마스가 수십㎞ 떨어진 퇴역 군함을 표적으로 여러 발의 유도로켓을 발사하기도 했다.
◇ 중 견제 호주 다국적훈련에 해군 한국형구축함도 첫 참가
이번 훈련에선 미군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가 처음으로 참가해 실사격 훈련을 실시한 것도 관심을 끌었다. 미 태평양육군사령부는 지난달 17일 보도자료에서 “탤리스번 세이버 21 훈련의 일환으로 미 태평양 미사일방어 전력과 호주군 간 첫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 실사격 훈련이 성공리에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훈련에는 괌과 주일미군에서 차출된 제38 방공야포여단과 제94 미 육군 방공미사일방어사령부가 참여해 무인 표적기들을 향해 패트리엇 PAC-2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첫 미·호주군 패트리엇 사격훈련이 유사시 중국의 공중공격에 대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21년7월 호주에서 실시된 다국적 훈련 '탤리스먼 세이버 2021'에 처음으로 참가한 한국형 구축함 왕건함. /미 국방부
이번 탤리스먼 세이버 훈련은 우리 해군의 한국형 구축함(4400t급) 왕건함과 헬기 1대, 해군·해병대 병력 240여명이 처음으로 참가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탤리스먼 세이버 훈련은 지난 2005년 시작돼 격년으로 실시돼 왔지만 우리나라는 중국을 의식해 참가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년간 중국을 겨냥한 미·일 연합훈련은 물론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이른바 쿼드 4개국 훈련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9년 이후엔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강국들도 미국 주도 중국 견제 다국적 훈련에 적극적으로 가세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우리만 빠져 있어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는데 최근 변화의 기미가 보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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