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와 방호정책 발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표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글로벌국방연구포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함에 따라 확장억제 강화, 사이버전자전, 독자 핵무장 등 여러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는데요, 이중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분야 중의 하나가 대피시설과 민방위 훈련 등 방호대책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 전문가들은 대피시설만 제대로 갖춰도 핵공격 피해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요, 마침 지난주 이에 대한 세미나가 열려 오늘은 그 내용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 “핵 피폭훈련 외면한 채 별 쓸모없는 공습 대비 훈련만 하고 있어”
지난 7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글로벌국방연구포럼과 현대건설 공동 주최로 ‘북핵 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비한 방호정책 발전방안’ 세미나가 개최됐습니다. 세미나 개회식에서 심승섭 글로벌국방연구포럼 회장은 “북한이 9월8일 핵무력정책법을 발표하면서 포괄적으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의적 조건을 제도화해 우발적 핵사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게 됐다”며 “북한의 핵 선제사용 현실화에 따라 방호시설도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축사를 통해 “아직도 민방위 훈련은 현실적인 위협으로 대두한 핵 피폭에 대비하는 훈련은 외면한 채 유사시 별 쓸모가 없는 적 공습에 대비한 대피 훈련만 하고 있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국가적인 총역량을 결집해 핵피폭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국민과 중요시설의 방호를 위한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핀란드는 전국민의 80%를 수용할 수 있는 5만4000개의 대피시설을 구축했고, 방호산업을 국가 핵심기반산업으로 삼고 있다. /박영준 박사 발표자료 캡처
세미나에서 첫 발표를 맡은 이흥석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올해 들어 60회가 넘는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며 “북한은 핵·미사일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화성-17형 등 완성도 높은 핵·미사일을 지렛대로 북핵 해결 협상의 교착상태를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단거리 미사일 도발까지 합하면 올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80회가 넘고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8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것입니다.
◇ “자연재해 재난 우려보다 전쟁, 테러 등 안보위협 우려가 더 낮아”
이날 세미나의 하일라이트는 육사교수 출신 전문가인 박영준 현대건설기술연구원 상무(박사)의 ‘방호수준 진단 및 개선방안’ 발표였는데요, 박 상무는 “자연재해에 대한 재난 우려보다 전쟁, 테러 등 안보위협에 대한 우려가 낮은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국민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로 예상되는 도발 양상 중의 하나가 핵 EMP(전자기파) 공격인데요, 저도 여러 차례 칼럼 등을 통해 ‘김정은이 가장 선호할 핵타격 옵션은 핵 EMP’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핵탄두가 지상에서 폭발하면 폭풍·열·방사능 등이 엄청난 물리적 피해를 초래하지만 EMP는 수십㎞ 이상 상공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폭풍·방사능 낙진 등 피해를 크게 줄여 국제적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지요, 대신 각종 통신·전자기기 마비로 큰 사회적 혼란과 지휘체계 마비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2차대전 이후 한때 핵보유를 추진했던 스웨덴은 결국 적 공격의지를 무력화하는 방호체계 강화로 전략을 선회했다고 한다. /박영준 박사 발표자료 캡처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상에서 고도 60~70㎞ 고도에서 핵무기가 폭발할 경우 한반도 남한 영역이 EMP 영향권에, 고도 400㎞에서 핵폭발할 경우 미 전역이 EMP 영향권에 들어오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군 지휘부 벙커 등 극소수 시설만 핵EMP 방호능력을 갖췄을 뿐 최근 큰 파장을 일으킨 카카오 데이터센터 등 데이터 핵심시설도 그런 능력이 없다고 하는군요.
◇ 핀란드, 전국민 80% 수용 5만4000개 대피시설 보유
박 상무는 “핵·미사일 위협에 킬체인 등 공세적으로 맞서는 적극적 방호도 중요하지만 방호체계 강화 등 소극적 방호도 함께 갖추면 핵·미사일 공격에도 예상되는 피해가 적어 사전에 적의 공격 의지를 꺾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스웨덴과 핀란드, 이스라엘 등을 방호 선진국 사례로 들었는데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의 경우 방호시설 법제화 등을 통해 5만4000여 개의 대피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핀란드 전체 인구의 약 80%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는데요, 핀란드는 다양한 외부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공호 개발과 함께 평시엔 지하 방공호를 주차장이나 수영장 등 스포츠 시설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 상무는 “한국도 방호 관련 법체계를 현재 핵·미사일 위협에 맞게 재정비하고 민자사업 확대를 통해 방공호를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K-방호’ 산업화 전략이 절실하다”며 “이를 통해 유럽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해외 방위산업 시장의 방호 영역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핵공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소극적 방호)에는 대피시설(50%), 조기경보체계(30%), 교육훈련(15%), 사후관리(5%) 등이 있는데 대피시설이 50%로 가장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폴란드 북부 그디니아 해군 기지에서 열린 한국산 K2 전차와 K9 자주포 초도 물량 인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두다 대통령은“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한국 무기의 신속한 인도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한자 성어에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이 있지요. 내가 먼저 살아야 남을 죽일 수 있다, 즉 유사시 북 핵공격으로부터 우리가 살아남아야 킬 체인이든 대량응징보복이든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한 방호능력 확보나 민방위 훈련 등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무엇이 가장 시급할까요?
◇ 국민적 절박감 있어야 방호능력, 민방위 강화 실현
저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위기의식, 절박감이라고 봅니다. 지난주 폴란드에 첫 도착한 우리 K2전차, K9자주포를 환영하기 위해 바르샤바에서 차량으로 4시간 거리 부두까지 달려간 폴란드 대통령의 행동은 그들의 절박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폴란드는 러시아와의 사이에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이 끼어 있는데도 말이지요. 정작 DMZ(비무장지대)에서 수도가 60여㎞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수시로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과 직접 접하고 있는 우리의 절박감은 어떠한가요?
자연재해 재난 우려보다 안보위협 우려가 낮다는 세미나 발표자의 말씀도 있었습니다만, 우리의 방호능력(민방위) 강화는 먼저 절박감이 우리 안보현실에 걸맞게 ‘정상화’돼야 국민적 호응을 얻고 예산지원도 받으면서 실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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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용원의 군사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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