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 정원에서 진행됐다고 북 관영매체들이 보도했다./news1
◇ 유례 없는 새해 첫날 북 미사일 발사
북한은 2022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데 이어 새해 첫날인 1월1일엔 새벽 2시 50분쯤 평양 용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습니다.
이들 미사일은 북한에 의해 600㎜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로 확인됐는데요, 초대형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가 400㎞ 가량으로 남한 대부분 지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습니다. 말이 방사포지 탄도미사일과 마찬가지여서 한미 양국군은 종종 탄도미사일로 부르고 있지요.
북한 제2경제위원회에서 지난달 31일 오전 당 중앙에 증정하는 초대형 방사포의 성능 검열을 위한 검수사격을 진행했다고 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1일 새벽엔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장거리포병구분대에서 초대형 방사포로 1발의 방사포탄을 동해를 향해 사격했다고 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술핵탄두를 포함한 핵무기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과 신형 (고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정찰위성 조기 발사 등 주목할 만한 지시를 한 것으로 북 언론들이 1일 보도했는데요, 저는 이와함께 최근 북한의 도발 행태와 유형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새벽, 주말 등 취약시간대 집중 도발
우선 북한의 도발행태와 관련, 취약시간대인 새벽을 비롯, 밤에도 쉴새 없이 도발을 하는 ‘올빼미 도발’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에도 주말과 휴일 새벽 등 취약시간대에 미사일을 계속 발사해 한국군을 몹시 피곤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2017년11월29일엔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발사 시간이 새벽 3시18분이었습니다.
한동안 아침이나 낮에 주로 미사일을 쏘던 북한은 지난해부터 다시 새벽이나 한밤중 등 취약시간대에 미사일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미사일 발사 같은 이른바 전략도발 외에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며 해안포 사격도 시작했는데요, 특히 해안포 사격은 저녁과 밤에 많이 이뤄졌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일선부대와 합참 작전부서는 물론 대통령실 안보담당 부서 관계자들도 뜬 눈으로 밤을 새우거나 주말에도 비상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 북한 무인기 대응방안 등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새벽에도 청사로 뛰어들어와야 했던 이종섭 국방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 등 군 수뇌부와, 대통령실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NSC 사무처장을 겸하고 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 등의 피로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소식통은 “일부 관계자는 ‘이러다 제 명대로 못 살겠다’는 하소연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 대통령실, 군 수뇌부, 일선부대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 북한
한자성어에 ‘이일대로’(以佚待勞)라는 말이 있습니다. ‘편안함으로써 피로해지기를 기다린다’라는 뜻으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여 전력(戰力)을 비축하고 나서 피로해진 적을 상대한다는 의미입니다. 손자병법 ‘군쟁(軍爭)’ 편에 언급된 말로 36계 가운데 4번째 계책이기도 하지요. 도발자인 북한군은 시기와 방법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쉬어가면서 할 수 있지만 방어해야 하는 우리는 계속 긴장 상태에서 대비할 수밖에 없어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과거 1·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 때 그런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북한은 올해 내내 우리 대통령실과 군을 피곤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거의 교훈을 토대로 장기전에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2022년12월26일 수도권과 서울 영공을 침범한 북 무인기와 비슷한 형태로 크기가 작아 탐지 및 요격이 어렵다. /뉴스1
손자병법에서 또 유명한 말 중의 하나가 ‘兵者 詭道也’(병자 궤도야)라는 문구인데요, 궤도는 속임수라는 의미입니다. 즉 병법은 기본적으로 속임수라는 얘기입니다. 삼국지를 보면 피아 모두 속임수가 끊임 없이 이어집니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양동작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속임수는 힘이 약한 쪽이 더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겠지요. 북한이 실제로 그렇습니다.
◇ 북 사이버전, 전략+국지 도발 등 하이브리드 도발에 대비해야
북한은 속임수와 변칙 플레이, 우리의 상식을 깨는 나름 ‘창의적 도발’에 능수능란합니다. 지난해 12월26일 북 소형 무인기 도발 때 김포쪽으로 4대의 무인기를 보내면서 서울 용산 방면으로 소형 무인기 1대를 보낸 것도 대통령실 촬영을 시도하기 위한 일종의 양동작전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북한은 지난해 세계 초유의 저수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등 한·미 양국군의 감시정찰 수단을 피곤하게 만들 방법을 계속 선보여왔습니다. 김정은이 대남 강공 노선을 선언한 이상 올 한해도 북한은 여러 형태로 한국군을 피곤하게 만들고 망신을 주고 나아가 한미 연합방위체계의 균열을 초래하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같은 전략도발과 연평도 포격도발 같은 국지(전술)도발을 결합한 복합 도발, 김정은이 ‘만능의 보검’이라 했던 해커부대를 동원한 사이버전 등 ‘북한판 하이브리드 도발’ 등에 각별히 신경 쓰며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도 소극적으로 방어에만 신경 쓰며 끌려다니지 말고 대북 확성기 방송 및 전단 살포 재개 등 우리 나름의 비대칭 무기, 변칙 플레이를 준비하고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실행에 옮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4억 명이 방문한 대한민국 최대의 군사안보 커뮤니티
< 유용원의 군사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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