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로켓 수백발을 쏘는 등 양측이 본격적인 교전 상황에 돌입한 가운데 이스라엘 ‘아이언 돔’(Iron Dome)이 10발 이상의 팔레스타인 로켓들을 동시에 요격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스라엘군은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모두 270여 발의 로켓을 발사했지만 아이언돔 등 저고도 방공망에 대부분 요격됐다”며 “단 3발만 이스라엘 영토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또 “가자지구에 있는 이슬라믹 지하드 테러 조직의 로켓 및 박격포 발사대 등 다수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아이언 돔 요격미사일들이 5월10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발사한 로켓들을 동시에 요격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 영상 캡처
이스라엘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아이언 돔 미사일은 동시에 날아오는 팔레스타인 로켓을 불꽃놀이 하듯 거의 동시에 요격했고, 일부 미사일은 지그재그형으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다 요격하는 놀라운 기동성을 보여줬다. 아이언 돔은 앞서 지난 2021년5월에도 20여발의 로켓을 거의 동시에 요격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9일부터 ‘방패와 화살’이라는 작전명 하에 가자 지구의 이슬라믹 지하드 시설에 대한 공격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로켓 수백 발을 쐈고, 지금까지 모두 20여 명이 숨지고 60명 넘게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이슬라믹 지하드 사령관 3명 등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니파 원리주의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의 분파로 지난 1981년 창설된 이슬라믹 지하드는 자살폭탄 또는 로켓 등을 이용해 이스라엘에 저항해왔다. 이 무장단체는 이달 초 조직의 고위 인사가 이스라엘 감옥에서 단식 투쟁 중 사망하자 이스라엘을 겨냥해 100여발의 로켓을 쏜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남부지역 시장들과 회의에서 “이스라엘은 현재 진행중인 작전을 확장해 언제든 가자지구를 강력하게 타격할 수 있다”며 확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휴전 여부를 두고 외신 보도가 엇갈리는 가운데 UN 안보리가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아이언 돔은 2000년대 들어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의 로켓 공격 등으로부터 이스라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미·이스라엘 공동으로 개발됐다. 처음에 미국은 요격 거리가 너무 짧기 때문에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며 공동 개발에 부정적이었고 이스라엘 내에서조차 “로켓탄 요격보다 공격 원점 제거 타격이 더 효과적”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2004년 미사일 방어 체계 옹호론자인 대니얼 골드 준장이 이스라엘 국방안보연구개발국 책임자로 취임한 뒤 정치권 등에 대한 설득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어 개발에 착수했다.
2021년5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Iron Dome)’의 요격 미사일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를 가자지구 북부 상공에서 동시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11년 실전배치된 아이언 돔은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90% 이상의 명중률을 자랑하는 ‘요격미사일의 대표선수’로 자리잡았다. 최대 사거리가 70㎞에서 100㎞ 이상으로 늘어났고, 처음엔 로켓·포탄만 막을 수 있었지만 이젠 탄도미사일 요격도 가능하게 진화했다. 아이언 돔의 ‘타미르’ 요격 미사일 1발당 가격은 4만 달러(5200여만원) 가량으로, 이보다 훨씬 싼 로켓을 요격하는 것은 가성비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가는 “로켓 요격을 통해 민간인 피해는 물론 확전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 있는 무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군도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아이언 돔 도입을 검토했지만 한반도 상황에는 적절치 않다며 ‘한국형 아이언 돔’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을 결정했다.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를 방사포(다연장로켓)로 포격했던 북한은 팔레스타인보다 크고 강력한 로켓들을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유사시 최대 340문에 달하는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로 1시간에 최대 1만6000여발의 포탄(로켓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는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는 600㎜ 초대형 방사포를 잇따라 시험 발사한 뒤 배치에 들어가는 등 방사포 전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국방부는 당초 2030년대 초까지 ‘한국형 아이언 돔’을 개발·배치하려다 북 위협 증가에 따라 2029년으로 그 시기를 앞당겼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뒤에는 2026년부터 조기 배치키로 결정했다. ‘한국형 아이언 돔’은 국산 해상발사 요격미사일인 ‘해궁’을 개량한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져 아이언 돔 ‘타미르’ 미사일보다 훨씬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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