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동헬기 수리온과 소형무장헬기 LAH가 최근 해외 에어쇼에선 처음으로 두바이 에어쇼에서 실물 전시를 하고 고난도 기동까지 선보였다. 지난달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으로 대규모 방산수출 성사 가능성이 높아져 사우디아라비아, UAE(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에서 내년 초 폴란드에 이은 ‘제2의 방산수출 대박’이 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국산헬기 수리온과 소형무장헬기 LAH가 중동 최대 전시회인 두바이 에어쇼에 해외 에어쇼로는 처음으로 실물기가 참여해 시범비행을 통해 우수성을 세계 무대에 알렸다”고 밝혔다. 올해로 34회를 맞은 두바이 에어쇼에는 20여개국 1400여개의 항공 및 방산업체가 참가했고, 180여대의 군용 및 상용 항공기들이 전시와 시범비행을 진행했다.
2023년11월 두바이 에어쇼에서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수리온 헬기가 고기동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KAI
지난달 28일 수송기편으로 사천 본사를 출발한 수리온과 LAH는 29일 UAE 두바이에 도착, 항공기 조립을 마친 후 점검·정비시험 비행과 에어쇼 사전연습 및 리허설 비행을 실시한 뒤 고기동 시범을 선보였다. 미 국방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UAE는 올해 말까지 계약 체결을 목적으로 수리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UAE가 도입을 검토중인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해상 작전에 적합한 모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수리온을 토대로 해병대용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을 개발해 지난 6월까지 전력화를 마쳤다. UAE 대변인은 디펜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UAE는 모든 장비 구입을 위해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친다”며 “테스트가 완료되면 구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UAE는 지난 수년간 항공전력 강화 등 군 전력 현대화를 추진해왔는데, 지난 5월 8억8000만 달러 규모의 에어버스 다목적헬기 H225M 카라칼 12대 구매 계획을 전격 철회해 수리온 도입 가능성을 높여줬다.
2023년11월 두바이 에어쇼에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부스를 방문한 카타르 공군 사령관에게 강구영 KAI 사장이 수리온 수출형(무장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AI
이번 두바이 전시회에 지상 전시된 수리온은 각종 무장도 장착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수리온은 원래 병력 수송을 주목적으로 하는 기동헬기여서 무장이 없다. 수리온 무장형은 20㎜ 기관포와 국산 ‘천검’ 공대지(대전차) 미사일, ‘로거’ 유도로켓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수리온이 UAE에 수출될 경우 무장은 UAE에서 개발한 미사일 등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한국군에 도입된지 10년째를 맞은 수리온은 250여 대가 생산돼 육군·해병대 뿐만 아니라 경찰, 해경, 소방, 산림 등 다양한 파생헬기도 개발돼 운용되고 있다. 강구영 KAI 사장은 두바이 에어쇼에서 “UAE를 포함한 중동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국산 항공기와 K-스페이스(우주)가 제2의 중동 붐을 이끄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UAE는 지난해 1월 우리나라와 4조여원 규모의 천궁-II 요격미사일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II는 최대 15㎞ 고도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천궁-II는 중동의 또다른 K-방산 수출 ‘큰 손’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큰 관심을 갖고 있어 K9자주포, K2전차에 이어 또 하나의 K-방산 대박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를 국빈 순방하면서 사우디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한·사우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방산 등 전방위 협력 강화 계획을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달 23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브리핑에서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와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방산은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대한 방산 수출 규모에 대해 “규모가 대단히 크다”며 “사우디 관리의 표현을 빌리면 계약이 마무리 단계다. 수조원 규모니까 큰 사업이 되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사우디아라비아 천궁-II 수출 총규모가 UAE의 2배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인접국인 예멘의 후티 반군의 로켓과 탄도 미사일, 무인기(드론), 순항미사일 공격 위협에 처해 있어 요격미사일 등 방공 무기 도입이 시급하다. 미국제 패트리엇 미사일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1발 가격이 천궁-II의 2~3배에 달한다는 것이 부담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군 지휘관이 2023년3월 한국산 천무 다연장로켓 옆에서 부대 참모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천무의 사우디 수출 사실은 그동안 비밀에 부쳐져 있었지만 사우디군이 SNS를 통해 공개한 이 사진을 통해 공식 확인됐다. / 사우디아라비아군 SNS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우리나라의 천무 다연장로켓을 도입해 운용중이다. 지난해 3월 사우디 국영 통신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천무 체계를 도입하는 8억 달러(작년 평균환율 기준 약 1조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한 국가 2위가 사우디아라비아(전체의 9.6%)였고, 3위가 카타르(6.4%)였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K-방산 대박수출을 견인해온 폴란드가 수출지원 금융, 정권교체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동 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지난해 방산수출은 173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2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대를 모았던 폴란드 방산수출 2차 계약이 지연되면서 올해 목표치의 절반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현재까지 사우디아라비아,UAE 등에서 강한 청신호가 나오고 있어 중동 지역이 제2의 K-방산 대박시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공개를 꺼려하는 중동 국가 특성상 내년 중 계약이 성사돼도 공식 발표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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