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사거리 500km인 현무2B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탄소복합재는 미사일 엔진 노즐 내열재 제작에 필요한 핵심 전략 소재다. /국방부
북 핵·미사일 위협 급속도로 고도화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타격·방어 수단인 미사일과,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고체로켓 등 우주발사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미사일이든 우주발사체든 추진기관(엔진)에서 나오는 고온·고압의 가스를 견뎌내는 노즐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방사청장, 국방위서 “ ‘박스갈이’ 허위 보고 엄정 대처”
초음속 비행체의 노즐 분사 온도는 약 3000도에 달하는데요, 추진기관에 사용되는 내열재는 고온·고압을 견딜 수 있도록 탄소복합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탄소복합재의 국산화 문제를 놓고 개발 책임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책임자를 징계하고 업체 제재 및 수사 의뢰를 해 파문이 일고 있다는데요,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8월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미사일 발사체 국산화 개발 과정에서 ‘박스갈이’ 허위 보고가 있었다는 내부 폭로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엄 청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ADD(국방과학연구소) 연구용역 업체가 연구개발을 실패할 것을 우려해 국산화가 안 되니까 수입산을 국산화처럼 제출한 거 알고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해 “언론에 보도 나온 내용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보고한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2021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던 리오셀계 탄소섬유. 미사일,로켓 노즐 내열재 등으로 사용된다. /국방과학연구소
안 의원은 재차 “거듭된 연구 실패로 표지갈이, 중국산 위탁생산, 시험성적서 조작 의혹이 사실이라면 엄정 대처해야 한다. 보도가 이어지고 다 드러난 만큼 조사해서 보고 해달라”고 주문했고, 엄 청장은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 벨라루스 수입 탄소섬유를 국내개발 소재로 바꿔치기 보고
앞서 CBS노컷뉴스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미사일 발사체에 사용되는 ‘리오셀 탄소 직물’ 국산화 개발에 나섰고, 연구를 맡은 대기업 H사와 전북 전주시 D연구 업체 간에 벨라루스산 ‘박스갈이’를 통한 허위보고, 중국 위탁생산, 시험성적서 조작, 연구비 유용, 장비 방치 등에 대한 내부 폭로를 시리즈로 보도했습니다.
박스 갈이는 당초 계획했던 기간내에 국산 탄소섬유(내열재) 개발에 실패하자 벨라루스에서 수입한 탄소섬유를 국내개발에 성공한 것처럼 속여 박스 바꿔치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노컷뉴스의 잇딴 보도 이후 ‘부실 감사’ 논란이 불거진 국방과학연구소는 결국 재감사에 착수해 관련자를 징계하고 대전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해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서울 ADEX 2023 전시회에서 공개된 국내 업체 개발 탄소복합재 소재 미사일 로켓 노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21년 7월 국방과학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우주 발사체에 적용 가능한 리오셀계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데서 비롯됩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섭씨 30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뎌야 하는 미사일 발사체 추진기관의 노즐 내열재를 전량 ‘레이온계’ 탄소 섬유를 수입해 사용해 왔는데요, ‘레이온계’ 탄소섬유는 미국·일본 등이 생산해 왔지만 환경문제 등으로 현재 세계적으로 더이상 생산하지 않고 프랑스, 벨라루스에서만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 거짓말로 드러난 2021년 국방과학연구소 “국내개발 성공” 발표
우리나라는 내열 소재를 1996년 미국산 생산 중단 이후 벨라루스에서 전량 수입해 왔습니다. 이에 국방과학연구소는 한국에서 섬유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리오셀계’ 탄소 섬유를 활용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내열재 국산화’를 추진했던 것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21년 리오셀계 탄소섬유 개발 성공을 발표하면서 “기술적 독립을 이루어낸 성과로 향후 세계 우주 발사체 사업을 겨냥한 해외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발사체 추진기관에 적용되는 모든 내열재료의 완전한 국산화를 목표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핵심 장비의 국산화와 초단열 내열부품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연구를 집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결과적으로 ‘거짓 발표’였다는 게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2023년9월26일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등장한 현무 고위력 미사일. 탄소복합재 내열재는 고위력 미사일 엔진 노즐에도 사용되는 핵심 전략소재다. /뉴시스
탄소섬유 개발업체 D사 대표인 모 교수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복수의 D사 전 직원은 언론에 “분명히 수입산을 보고했고 이후 시간을 벌어 2020년 9월부터 요구도인 100㎝에 못 미치는 55㎝의 자체 제작 직물을 체계업체인 H사에 납품했다”라고 증언했다고 합니다.
◇ “미사일 내열재 문제는 대북 전략무기 중대 결함 의미”
업계의 한 소식통은 “D사 납품을 받았던 H사나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도 징계를 받게 됐지만 모르고 당했던 사실상 ‘피해자’인 것으로 안다”며 “D사와 직간접적으로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N사, F사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제가 된 미사일 발사체 내열재는 핵심 대북 타격무기인 현무-2·3 미사일을 비롯, 천궁2 요격미사일, 천무 다연장로켓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일종의 ‘전략소재’라 할만한 존재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전략무기에 중대한 결함이 생기는 것입니다.
마침 최근 열린 서울 ADEX 2023 전시회에서는 한 국내 업체에서 수입산 ‘레이온계’ 탄소섬유에 비해 훨씬 싼 가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진 국산 내열재의 자체 개발에 성공, 노즐 부품을 제작해 전시했다고 합니다. 이 신규 개발 국산 탄소복합재를 국내 양산과 해외 수출에 활용하기 위해선 기존 수입산 탄소섬유와 비교해 얼마 만큼 경쟁력이 있는지 조속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정부.군 당국의 엄정한 조사와 유연한 접근 필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스갈이’ 파문의 교훈을 살리고, 국방과학연구소가 강조한 ‘소재국산화를 통해 기술적 독립실현’을 위해서도 정부와 군 당국의 엄정한 조사와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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